아침 산책길에 마주하는 들풀과 풀꽃이 있다. 처음엔 꽃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취해 풀꽃을 보지 못했다. 수많은 사연을 겪어내고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은 지금이 되어서야 풀꽃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이 보인다. 화려한 외양과 향기를 갖춘 꽃은 한눈에 보아도 예쁘지만 금세 싫증 나기도 한다. 수수한 외양과 은은한 향기로 눈에 잘 띄지 않는 풀꽃은 질리지 않는다.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고 귀하다. 무관심과 냉대 속에 홀로 견뎠을 그 세월, 악의 없이 누군가가 무심히 지르밟고 갔을 그 흔적과 무시를 견뎌내고 생명의 강인함과 꺾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간직하게 된 풀꽃, 그런 풀꽃이 너무도 귀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사람도 그렇다. 별 어려움 없이 세월을 살아온 사람보다 풀꽃처럼 무관심과 냉대 속에 홀로 고군분투하며 삶을 살아낸 사람이 더 성숙하고 깊이가 있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은은한 향기가 그 사람의 품위와 인격을 알려준다. 자꾸만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지는 은은한 풀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립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