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어릴 적엔 몰랐다. 한 그릇의 밥을 위해 전쟁터 같은 직장을 다녀야 하고 보고 싶지 않은 이와 아무렇지 않게 마주해야 하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놓고 아니라는 말을 못 해 내 책임인양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억울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힘이 없으면 아무리 말을 해도 들어주지 않는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결국 살아남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한 그릇의 밥이라도 먹기 위해서는 잘못한 게 없음에도 머리를 숙여야 한다. 더럽고 치사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밥 한 그릇 때문에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직면할 때 바로 이런 게 지옥이겠거니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밥 한 그릇을 먹고 생명을 이어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해 꾹꾹 눌러 참는 게 우리들 대다수일 게다. 생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럼에도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밥 한 그릇을 위해 마지막 양심까지 팔아버리는 가롯 유다는 되지 않으면 좋겠다. 조금 부족해도 양심을 버리고 얻은 밥 열 그릇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얻은 밥 한 그릇이 더 숭고하고 고귀하지 않은가. 밥 한 그릇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