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위해 부당해도 참았고 무시받아도 참았다. 억울해도 참으면 넘어갈 줄 알았다. 무시받고 조롱받아도 가슴에 뜨거운 울분이 치솟아도 삼키면 될 줄 알았다. 화를 내야 할 때 참았고 만나는 것조차 끔찍이 싫은 이를 만나도 거짓 웃음을 웃었다. 거들먹거리는 상대에게 어퍼컷 한 방을 날리는 대신 머리를 조아려야 했고 무시와 냉대, 조롱하는 이에게 한술 더 떠 아무렇지 않게 헤헤거려야 했다. 이런 나는 괜찮지 않았다. 정작 분노해야 할 상황에서 화를 낼 수 없었고 정작 울어야 할 상황에서 울지 못하게 되었다. 정작 웃어야 할 상황에서 웃을 수 없게 되었다.
느낌과 감정을 억제하고 눌러오다 보니 이젠 자신의 감정조차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느낌과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어버린 나는 사막처럼 버석거리고 무미건조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나는 이제 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다. 그저 슬픈 웃음만 지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