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나무 Dec 31. 2023

다시 길을 떠나며

법정 스님의 <다시 길을 떠나며>는 다음과 같다.


수행자가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안일과 타성의 늪에 갇혀 시들게 된다.

다시 또 서툴게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영원한 아마추어로서 새 길을 가고 싶다.     

묵은 것을 버리지 않고서는

새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알려진 것들에서 자유로워져야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나 자신만이 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그 누구도 내 삶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나는 보다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없는 듯이 살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그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 31일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시점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내년에는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어떤 것을 해야겠다는 다짐보다는 그저 나 자신으로 살아보고 싶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승객이요 가게에 가면 손님이고 교회나 절에 가면 신도이고 배우러 가면 학생이요 가르치러 가면 선생이지만 그 모든 것은 나의 역할에 대한 규정일 뿐 나는 아니다. 역할은 상호관계 속에서 바뀌어질 뿐 영속적이거나 영구적이지 않다.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는 자녀이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더 이상 자녀가 아니다. 직장에서는 사원이거나 사장이지만 퇴직하면 더 이상 사장도 사원도 아니다. 그저 한 때 나를 규정하는 그 어떤 사람으로 살기 위해,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본래의 나를 잃어버린 채 살고 싶지 않다. 그저 나는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 새롭게 출발하는 새 해에는 오롯이 나 자신이고 싶다. 그렇게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  


<덧글>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신 구독자님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표현력이 빈한해 고마운 마음이 잘 전달될지 모르겠지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새 해 인사 드립니다. 새 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Happy New Year!!^^   

매거진의 이전글 녹슨 삶을 두려워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