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 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살다 보면 태풍 불고 쓰나미가 몰려오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많다 보니 어쩌다 찾아오는 따스한 훈풍에 감사할 줄 알게 된다. 당신이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든 언젠가 봄은 온다. 대체 봄은 어디에 있냐며 하소연하는 그대에게도 봄은 온다. 어느 곳에 있든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당신이라면 봄을 만날 확률이 더 높아진다. 프랑스의 화가 앙리 마티스는 말했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디에서나 꽃이 보인다"라고. 바로 그런 그대라면 그대 앞에 이미 봄이 와있다. 자, 이제 그대가 꽃필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