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어머니는 아는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우리 딸 학교 갔어요"라고 하신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어머니 지인들은 "딸이 몇 살인데 아직도 학교를 다녀요?"라고 묻는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학생들 가르치러 갔어요"라고 표현해야 하는데 학교에 갔다고 하시는 거다. 거의 인생의 대부분을 학교를 다니는 일로 보냈다. 어렸을 때는 배우러 학교에 갔고 졸업하고 학위를 받고는 가르치러 학교에 갔다. 그러다 보니 누구보다 교육에 대해 할 말도 많고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교육 제도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정말 아쉬운 점,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강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 교육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교육 중 가장 취약한 분야가 바로 영재교육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이 이야기를 할 때면 숲 속 학교 예화가 떠오른다.
숲 속 동물들을 위해 숲 속 학교가 열렸다. 학교에서는 노래하기, 나무 타기, 달리기, 헤엄치기, 점프하기의 다섯 과목을 가르쳤다. 첫날은 달리기 수업이 있었다. 이날 토끼는 신이 나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즐거워했다. 다음 날은 헤엄치기 수업이 있었다. 어제 두각을 나타내던 토끼는 풀이 죽은 반면 오리가 기뻐하며 즐거워했다. 다음날은 나무 타기 수업이 있었다. 원숭이가 자기 세상을 만난 것처럼 즐거워한 반면 어제 두각을 나타내던 오리는 시무룩해졌다. 계속 수업이 진행되었지만 모두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수업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이처럼 다들 강점 분야가 다른데 굳이 달리기를 잘하는 토끼에게 헤엄치기를 가르치려 하고 수영을 잘하는 오리에게 달리기나 나무 타기가 부족하다며 집중적으로 달리기나 나무 타기를 가르친다. 그러다 보니 달리기를 잘하는 토끼, 나무 타기를 잘하는 원숭이, 헤엄을 잘 치는 오리는 자신의 강점 분야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약점만 보완하다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닌 두리뭉실한 평준화 교육의 피해자가 되어 버린다.
학교를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자신의 강점 분야에서 발전하기보다는 잡다한 이것저것에 대해 그저 평균 정도의 지식을 배우게 되는 획일화 교육, 평준화 교육의 산물로 전락해 버린다.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인간은 IQ와 같은 한 가지 지능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지능을 갖고 있다면서 다중지능 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을 소개했다. 다중지능 이론이란 인간의 지능은 독립적이며 모든 사람은 개인차가 있지만 9개의 서로 다른 지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9개의 지능은 언어 지능, 논리수학 지능, 음악 지능, 신체운동 지능, 공간 지능, 인간친화 지능(대인관계 지능), 자기 성찰 지능(개인 내 지능), 자연친화 지능, 실존적 지능이다. 사람마다 9가지 지능 중 우수한 강점 지능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능도 있고 발달 속도 역시 개인마다 다르다고 주장한다.
달리기를 잘하는 토끼에게 굳이 수영까지 잘하라고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수영을 잘하는 오리에게 나무 타기를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잘하지 못하는 분야를 보완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자신이 잘하는 한 가지에 올인하고 집중하는 것이 자기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강점 분야를 집중 개발하는 것이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례도 많다. 한 자동차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여성 고객을 늘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여성 고객들이 지적한 불만사항을 적극 반영해 신차를 개발했다고 한다. 불만사항을 개선하면 보다 많은 고객들이 새 차를 구입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성 고객들이 맘에 들어하며 만족했던 부분을 신차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여성 고객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소비자는 결점이나 단점이 없는 그저 그런 무난한 차엔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큰 결점이 없어 무난한 차는 소비자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단점은 있지만 확실하게 좋아할 만한 특징이나 요소, 강점이 있는 차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결점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런 차를 구입하기 위해선 아낌없이 지갑을 열게 된다. 비단, 자동차와 같은 제품 개발에만 이런 원리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우리는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부족하고 서툰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점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에 지나치게 매달려 보완하려 하기보다 남들보다 더 잘하는 부분, 남들보다 우세한 부분인 강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쓰는 시간과 노력을 자신이 가진 강점을 돋보이게 하는 것에 사용한다면 원하는 성취나 성공에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강점을 더 크게 발전시켜 약점이 잘 보이지 않게 커버하는 것이다. 자신이 오리인데 굳이 나무 타기와 달리기를 배우려고 노력해 봐야 별 소용이 없다. 에너지만 낭비할 뿐이다. 자신이 가진 헤엄을 잘 치는 강점을 개발하는 편이 인생을 더욱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잘 사는 비결일 수 있다. 만약 내가 다시 산다면 나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타고난 강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강점에 집중할 것이다. 강점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약점까지도 커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