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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Oct 08. 2024

원칙 있는 삶을 살 것이다.

내가 다시 산다면 고지식하다, 융통성 없다, 답답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원칙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원칙이란 국어사전에 의하면 '많은 경우에 두루 적용되는 기본적 규칙이나 법칙'이란 의미이다. 원칙 있는 사람은 휘둘리지 않는다. 원칙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원칙이 있는 사람은 변덕스러운 유행을 좇지 않는다. 인생의 행복에 대한 자신의 기준을 갖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원칙이 있으면 타인에게 휘둘리거나 부화뇌동(附和雷同) 하지 않는다. 내가 다시 산다면 누가 뭐래도 나만의 원칙을 고수하며 살고 싶다.




경주시 교동에 가면 국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경주 최부자댁이 있다. 17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12대에 걸쳐 300년 동안 막대한 부를 유지하면서도 이웃의 존경을 받아온 가문이다. 성공한 부자는 많지만 경주 최부자처럼 존경받는 부자는 많지 않다. 막대한 부를 누리면서도 존경까지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원칙 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경주 최부자집 원칙은 육훈(六訓)이라고 불리는 가훈에 담겨 있다. 육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마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며 만 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셋째,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해 재산을 늘리지 마라. 넷째, 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 다섯째,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도록 하라. 여섯째,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이러한 가훈을 철저히 실천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가문으로 칭송받고 있다.           




가문에만 원칙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개인에게도 원칙은 필요하다. 자기 나름의 원칙이 있다면 표류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게 된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며 지름길만 고집하지 않게 된다. 비록 지름길은 아닐지언정 자신의 원칙에 충실한 길이라면 먼 길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그런 자기만의 원칙이 있기에 쉽게 유혹에 빠지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원칙이나 소신이 없다면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인생에 정답은 없기에 갈대처럼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삶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순 없다. 그러나 자신의 소신에 따라 충실한 삶을 살기에도 인생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면 결국 나다운 삶은 살아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자기만의 철학과 원칙이 있다면 보다 자기답게 살 수 있다. 유한한 시간 동안 잠시 머물다가는 존재이기에 타인을 흉내 내고 타인처럼 살기 위해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도 짧다. 



법륜스님의 「깨달음」에 이런 예화가 등장한다. 어느 날 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던 토끼가 '꽝'하는 소리에 놀라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노루가 토끼를 보고 달리는 이유를 묻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노루도 토끼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고 원숭이도 달리고 코끼리도 달리고 너구리도 달렸다. 서로를 견제하며 조금이라도 빨리 달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달려간 곳은 천길 낭떠러지였다. 모두 살기 위해 달렸지만 멈추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남이 달린다고 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따라갈 필요는 없다. 이를 악물고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나만의 원칙이 있다면 남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달린다 해도 불안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나도 달려야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 않는다. 반면, 나만의 원칙이 없다면 남들이 가는 길이 천길 낭떠러지라 할지라도, 파멸로 가는 지름길일지라도 기꺼이 쫓아간다. 이리저리 흔들리다 결국 다수가 가는 길을 따라간다. 유행을 좇게 된다.  




한때 코로나19로 인한 양적완화 정책 때문에 주식 투자 광풍이 불었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취급을 당했다. 자고 나면 누가 주식 투자로 얼마를 벌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나섰다. 주식이 대유행하면서 주린이니 동학 개미, 서학 개미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졌다. 초등학생에서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들 주식투자에 몰려들었다. 그러다 미연준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주가가 하락되어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영끌까지 해서라도 내 집 마련을 해야 바보 소리 안 듣는다며 내 집 장만했던 영끌족도 올라간 대출금리로 인해 고통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데 나만 기회를 놓치고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면 벌어진 금융 격차를 영원히 메꿀 수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에 남 따라 알지도 못하는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주가하락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손실을 보고 후회하기도 했다. 자신만의 원칙이 있었다면 절대 남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단 투자에만 원칙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원칙이 필요하다.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자기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에겐 인생의 원칙이 필요하다.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큰 선택일수록 자신의 원칙과 소신에 따라 결정해야 후회가 없다. 아무런 원칙이 없으면 흔들리게 되고 이리저리 표류하게 된다. 인생의 원칙이 있는 사람은 당당하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며 타인이 걷는 길이 좋아 보인다고 해서 무턱대고 따라가지 않는다. 원칙 있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 자체로 향기가 나고 기품이 있다. 아름답게 만개한 봄의 꽃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 신록이 우거진 여름의 숲처럼 청아하고 단아하다.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는 잘 물든 단풍처럼 멋있다. 눈 쌓인 설산처럼 고결하고 장대한 기개가 느껴진다. 내가 다시 산다면 나만의 소신과 원칙을 지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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