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블랙폰>-소년의 성장 우화

아버지를 넘어서야만 어른이 된다

by 윤병옥

엄마는 일찍 죽고 알코올 중독자 아빠와 어린 여동생과 지내는 소년이 있다.

여동생과 서로 의지하면서 부모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매일 밤 술병을 들고 티브이를 보다가 잠이 든 아빠의 술병을 조용히 빼고 담요를 덮어주어야 하고, 학교에서는 동급생들의 괴롭힘에 시달린다.

같은 반에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지만 유약한 그가 그녀의 관심을 받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이 시기에 동네의 아이들이 차례로 납치되어 사라지기 시작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피니(본명은 핀)는 수학을 잘하고 취미로 집에서 로켓 발사를 하며 그 로켓을 늘 가지고 다니는 소년이다. 또 야구를 잘하고 팀에서 대표 투수를 맡고 있을 정도로 공을 잘 던진다. 어느 날 학교에서 두 팀으로 나누어 야구 경기를 하고, 선전하던 피니는 좋아하는 여자 동급생인 도나가 보고 있어서 잘하려고 신경을 썼지만 브루스에게 홈런을 맞고 패배한다.

경기 후 상대방 팀과 악수를 할 때 브루스는 피니의 팔 힘이 좋다고 칭찬을 한다. 얼마 후 브루스는 일명 ‘그래버’에게 납치되어 실종된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 급히 자리를 뜨고 화장실로 도망 온 피니를 세 명의 급우들이 쫓아와 괴롭힌다. 이때 학교의 싸움짱인 로빈이 나타나 피니를 구해주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말과 자신의 수학 공부를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로빈도 납치되어 사라진다.

로빈이 사라지자 다시 급우들의 괴롭힘이 시작되었는데 오빠가 맞고 있자 여동생 그웬이 돌을 들고 나타나서 그들을 때리며 오빠를 돕는다.

피니의 엄마는 예지몽을 꾸는 사람이었는데 남편인 아빠는 아내를 사랑했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괴로워하던 엄마는 결국 자살했다. 여동생 그웬도 비슷한 능력이 있어서 아이들의 납치 장면을 꿈꾸고 그 이야기를 그 가족에게 하는 바람에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이를 안 아빠가 화를 내며 그웬을 벨트로 때리고 피니는 힘이 없어 말리지도 못하고 바라보며 슬퍼한다.

그러던 중 피니도 검은 밴을 타고 온 그래버에게 잡히고, 가지고 있던 로켓으로 그의 팔을 찔러 상처를 입히지만 그가 분사한 스프레이를 맞고 기절하여 어떤 지하실로 끌려온다. 깨어난 피니에게 도깨비 가면을 쓴 그래버가 와서 잡힐때 저항하며 자신를 찌른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며, 이곳은 방음이 되어있어 소리 질러도 ‘그’는 듣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그 방에 있는 블랙폰은 선이 끊겨있어서 누구와도 통화할 수 없는 장치라고 한다. 그가 주는 식사는 스크램블드 에그와 사이다뿐이었다.

그런데 선이 없는 블랙폰에서 벨이 울린다.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자신의 이름은 잊어버렸으나 피니의 팔 힘이 세다는 것은 기억한다고 한다. 브루스인 것이다. 그는 복도 바닥의 특정 부분이 약하니 그곳을 파서 터널을 만들어 탈출하라고 한다. 피니는 그의 말대로 바닥을 파서 구멍을 만들고 러그로 덮어서 위장한다.

두 번째 전화는 실종되었던 신문 배달 소년 빌리였다. 그는 잠겨있던 지하실 문이 열려있다면 그래버가 위에서 기다리다가 벨트로 기절할 때까지 때리려고 일부러 함정을 판 것이라며 올라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또한 자신이 벽틈에 긴 케이블을 숨겨놓았으니 이용하라고 한다.

세 번째 전화는 실종된 여학생 그리핀이었는데 피니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버릇없는 아이 게임’에 말려들지 않아서였다며 ‘그’가 알아낼 때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며 그래버는 위에서 자고 있으니 번호 자물쇠를 열고 탈출하라고 한다. 그녀가 알려준 대로 번호를 돌려서 밖으로 탈출했지만 결국 그래버에게 다시 잡혀 지하실로 끌려온다.

네 번째 전화는 유명한 동네 깡패였던 밴스 하퍼였다. 그는 피니의 한심한 삶이 이곳에서 악몽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악담을 하며 더 거칠게 화장실 옆 벽을 부수고 그곳에 있는 냉장고를 통해 탈출하라고 한다. 그러나 벽을 뜯고 들어갔지만 냉장고는 밖에서 잠겨있어서 나갈 수가 없었고 피니는 절망한다.

마지막으로 블랙폰이 울리고 친구 로빈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피니가 늘 파이터였다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피니는 그의 말대로 수화기 속에 흙을 넣어 무거운 둔기를 만든 다음 휘두르는 연습을 하고, 뾰족한 로켓을 손에 쥔다.

그래버는 비닐백과 석회를 사서 피니를 죽여서 묻을 준비를 하는데, 그의 집에 동거하는 ‘그’인 동생 빌리는 그 집에 실종사건과 관련해 무언가 수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지하실로 내려왔다가 피니를 발견하지만 뒤따라온 형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래버는 피니를 상처 입힌 후 개에게 물리게 해서 오랫동안 고통을 주며 죽이려 한다.

그러나 피니는 블랙폰을 통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다음 그를 유인해서 걸어놓은 줄에 넘어지게 하여 파놓은 구덩이에 빠뜨리고, 무거운 수화기로 가격하고, 그가 피니를 잡자 로켓으로 찌르고, 뚫어놓은 냉장고에서 고기를 가져다가 개에게 던져서 개가 그것을 먹는 동안 유유히 지하실을 나온 후, 외운 자물쇠 번호를 돌려서 현관 밖으로 탈출해서 동생과 포옹한다.

맞은편 집 지하실에는 실종 학생 다섯 명의 시신이 발견된다.

아버지도 달려와서 울면서 아이들을 안고 용서를 빈다.

다음날 학교의 친구들은 희대의 납치범을 죽인 피니를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고, 좋아하는 여학생 도나가 그를 피니라고 부르자 그는 자신감 있게 “핀이라고 불러줘”라고 말한다.



동화나 우화에서 남자아이들의 성장은 그가 어떻게 아버지를 넘어서는가를 이야기하는 과정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이디푸스 이야기 같은 신화에서는 심지어 아버지를 직접 죽이기까지 한다. 물론 모두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에서는 아직 상징을 이해하기는 미숙하므로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죄책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돌려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버지 대신 용이나 괴물, 거인 등의 이미지와 대적을 해서 자신과 공주를 구출해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이 영화에서도 착한 주인공이 아버지와 직접 대결하는 것 대신에, 그래버라는 악당을 데려오고 그를 물리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피니는 아버지의 어두운 특성을 공유한 그래버와 무의식의 상징인 지하실에서 대면한다.

영화는 피니가 자라면서 친구와의 교류를 통해 내면화한 가치들을 블랙폰이라는 장치로 들려준다. 다른 친구들은 블랙폰 소리를 듣지못해서 화를 당했지만 피니는 내면의 소리를 경청한다. 피니는 몸집은 작지만 남보다 센 팔 힘과, 매일 일하면서 용돈을 버는 친구의 근면함과, 특별하지 않아서 투명 인간처럼 지내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순발력과, 평소에는 참지만 어느 순간 폭발하는 분노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파이터 정신까지 갖추고 있다.

무의식으로 들어와 조용히 내면의 힘을 확인하게 된 피니는 아버지의 상징인 그래버와 대적해서 그를 물리친다.

학교로 돌아온 그는 예전의 어린아이가 아니다. 아버지도 그를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이고 친구들도 함부로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그는 좋아하는 여자 동급생에게도 자기를 아이의 이름 피니가 아니라 본명인 핀으로 불러달라고 말할 정도로 성장했다.

피니와 그웬 남매는 엄마가 부재하고 어른답지못한 아버지 아래서 서로 의지하는 헨젤과 그레텔 같은 남매이다. 엄마의 특성을 물려받은 여동생은 오빠의 심리에 아니마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니마는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서 여동생의 예지력이 사건을 푸는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문제의 결정적인 해결과 탈출은 온전히 피니 자신의 힘이다. 경찰은 동생의 신고로 출동하지만 피니가 자신의 힘으로 탈출한 이후에 도착한다. 피니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자신의 이름을 절대로 잊지않을 정도로 단단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일찍부터 버릇없이 반항하다가 혼나서 기가 꺾여버린 다른 아이들과 달리 조용히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현실의 아버지와 머릿속의 아버지 이미지는 다르다는 것이다. 사춘기 시기의 청소년들 대부분은 부모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현실의 특정한 부모가 나빠서가 아니다. 성장의 의미는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복종하는 시기에서 독립하는 시기로의 이행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부모나 자신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동 학대 영화에 나오는 극악무도한 아버지들와 피니의 아버지는 다르다. 피니의 아버지는 엄마를 사랑했지만 그녀의 보통 사람과 다른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그녀가 자살하게 되자 너무 괴로워서 술로 나날을 보내는 사람이다.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해주지는 못하지만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던가 매일 때리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동생 그웬을 때릴 때에도 엄마를 연상하게 하는 이상한 꿈 이야기를 하여 혹시 엄마의 전철을 밟을까 봐 걱정이 되어 혼을 내는 정도였다. 그는 못났을 뿐 나쁜 사람은 아니다. 따라서 그의 상징인 그래버도 무섭다기보다는 도깨비를 연상시키는 다소 귀여운 가면을 쓰고 나오고, 지하실에 가두기는 하지만 굶기거나 마구 때리지 않는다. 그래버는 위층에 사는 ‘그’를 신경 쓰는데, 심리학적으로 보면 ''는 아버지의 자아이다. 그러나 괴로워서 술을 먹고 정신이 없어지면 아버지는 그래버가 된다. 따라서 어른답지 못한 아버지의 무의식에서 벗어나야 피니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어서 내면의 에너지를 모아 어두운 아버지 이미지를 부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것이 필수다.

피니가 납치범을 죽이고 탈출하자 현실의 아버지가 울면서 아들에게 달려온다. 핀은 불쌍한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더이상 어두운 힘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더이상 아이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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