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를 찾아줘>-겸손한 남편이 되라

바보 온달 왕자 만들기

by 윤병옥

남자와 여자는 왜 결혼을 했을까?

생물학적으로 이성에게 끌리는 것 이외에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일까?

남자는 결혼에서 아내의 무조건적인 수용과 사랑을 바랐고, 여자는 남편이 자신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랐다.

어긋난 부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혼 5주년 기념일에 아내 에이미가 실종되었다.

거실의 탁자가 뒤집혀 있고 부엌 바닥에는 핏자국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경찰은 실종 사건을 넘어선 살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남편은 아내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혈액형이 무엇인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는지 등등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수사를 거듭할수록 남편 닉은 살인 용의자로 몰린다.

닉이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 그녀는 아름다웠고 지적이었고 부유했고 쿨했다. 낭만적으로 프로포즈하고 결혼한 후 2년간 그들은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결혼기념일에 하는 보물 찾기도 단서 없이 주제만으로도 순식간에 해결했다. 그러나 그가 불경기에 실직을 하고 그들에게 경제적 위기가 왔는데도 그녀가 친정부모에게 가진돈을 다 빌려주자 과거에 혼전 계약서를 쓰고 재산의 명의를 모두 자기 앞으로 한 아내가 멀게 느껴졌다. 게다가 하버드를 나오고 대도시 뉴욕에서만 살았던 그녀가 자신을 촌놈 취급하는 것 같아 열등감이 생겼다. 결국 그는 어린 제자와 바람을 피운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쌍둥이 여동생은 항상 그의 편에서 그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했었는데 아내는 잘난 척만 하니 더 이상 결혼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에이미는 어릴 때부터 유명했다. 동화작가였던 엄마가 그녀를 소재로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인기 있는 동화 시리즈를 썼고 똑똑한 에이미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녀는 작가로 활동하다가 닉을 만나 결혼하고 초반에는 행복했고, 당장은 아니지만 그가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남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닉이 자신과는 상의도 없이 암에 걸린 엄마와 가까이 살아야 한다며 미주리로 내려오고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술집을 경영하라고 자금까지 대주었는데도 하는 일 없이 둘이 빈둥거리고 어린 제자와 놀아나기까지 하자 그가 자신을 망쳤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에게 집이란 엄마와 쌍둥이 여동생이 있는 곳이고 아내는 실수로 챙겨 온 짐에 불과한 것 같다. 그녀는 “내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하고 생각한다. 마지막 보물 찾기의 주제는 에이미인 것이다.

결국 그녀는 그를 벌주기로 결심한다. 에이미의 논리는 그가 그녀의 존엄과 희망과 돈을 다 뺏아간 것 자체가 그녀를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그는 살인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법적으로 살인의 혐의를 씌울 수 있는 증거를 차근 차근 만든다. 열심히 범죄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어 계획을 세우고 주변의 멍청한 이웃에게 불행한 척하고 남편으로 하여금 사망 보험금을 올리게 하고 사치품도 그의 이름으로 산다. 그리고는 5주년 결혼 기념일에 사라지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긴 분량의 일기를 써서 경찰이 찾을 수 있는 곳에 두는 것이다. 초반부는 사실을 쓰고 후반부는 남편이 폭행을 한다거나 하는 허구를 지어서 쓴 것이다.

모든 증거로 인해 그는 재판에서 살인죄 판결을 받을 것이고 그때쯤 그녀는 물속에 투신해서 죽고 얼마 후 시신이 떠오르면 그의 사형도 집행될 것이다.

그녀는 변장을 하고 중고차를 사서 타고 다른 도시로 가서 모텔에 묵었으나 양아치 커플에게 있는 돈을 다 뺏기는 변수가 생긴다. 결국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했던 부유한 옛 애인 데시에게 연락을 하여 그의 별장에 머물게 되는데 그곳에서 남편이 티비에 출연하여 자신이 나빴다며 다시 돌아온다면 그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것을 듣는다. 그녀는 계획을 수정하여 데시를 죽이고, 돌아와서는 마치 옛 애인이 그녀에게 집착하여 자신을 납치하고 감금하여 유린했기 때문에 정당방위로 그를 죽인것 처럼 이야기 한다. 남편 닉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태어날 아기를 위해 그녀와 미래를 함께 하기로 한다.


에이미는 유복하고 지적인 부모 아래서 자랐다. 그녀의 엄마는 어린 에이미를 모델로 한 동화를 썼는데 처음 책에서는 실제 에이미와 같지만 후속 시리즈는 실제 그녀와는 다르게 엄마의 희망대로 발전하는 캐릭터가 된다. 자신은 첼로를 일찌감치 그만두지만 속편 동화 속 에이미는 나중까지 첼로 연주를 잘한다거나, 동화에서는 계속 배구를 잘하는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별로 소질이 없어서 금방 그만두었거나 하는 것이다. 거기서 에이미는 엄마의 끝없는 기대를 눈치채고 자신이 늘 그것에 못 미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을 것이다. 그래도 노력해서 공부하여 명문대를 들어가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게 된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엄마의 기대에 부합하는 삶을 살려고 동화 속 어메이징한 캐릭터를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수행하게 된다.

그녀가 처음 만난 남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녀를 따라다니던 데시 콜린스였는데 그는 똑똑하고 부자지만 그녀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는 그녀가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모든 것을 잃고 에이미가 그를 찾아갔을 때도 그는 아름다운 에이미와 호화로운 집에서 자신과 고상한 취미생활을 하며 지내기를 바랄 뿐이다. 그녀는 저택에서 장식품처럼 살 수 있는 성격의 여성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그녀를 감금하고 유린하는 행위이다.

두 번째 남성은 토미였는데 그가 그녀의 심한 통제에 질려 그녀와 헤어지려 하자 그에게 술을 먹이고 유혹하여 관계를 가진 다음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경찰에 강간으로 고발을 한다. 결국 1급 강간죄로 기소된 토미는 나중에 타협을 하지만 평생 성범죄자로 낙인찍힌 채 살게 된다. 토미는 닉에게도 헤어지려 한다면 그녀는 상대방에게 살인죄까지도 씌울 여자라는 것을 알고 시도하라는 경고를 한다. 관계를 끝내는 주도권을 가진 쪽은 에이미여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 남자인 닉은 에이미의 수준에 걸맞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낭만적이었고 그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람이었기 때문에 ‘바보 온달’에서처럼 아내의 역할이 빛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래서 에이미는자신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쿨한 척하며 서서히 영향력을 행사해 그를 바꾸려 했다. 결국 그녀도 엄마처럼 가까운 사람을 조종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불경기에 의기소침해진 닉이 그녀의 마음대로 되지 않자 에이미는 그를 없애버리고 자신도 사라지려고 한다. 그러다가 방송에서 본 닉이 다시 개선될 기미가 보이자 그에게로 돌아와서 아기도 갖고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닉은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평범한 남자이다.

아버지는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알코올 중독자로 살다가 지금은 요양원에 들어가 있다.

닉이 일이 잘 풀릴 때는 열정적이고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지만 안 좋을 때는 아버지가 가진 측면이 무의식에 그림자로 잠복해 있다가 전면에 드러난다. 결혼 후에도 초기에는 긍정적이었지만 불경기에 우울해지자 아버지와 똑같은 삶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그가 뉴욕에서 미주리로 이사하게 된 이유는 엄마가 암에 걸려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의 엄마는 아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무엇이든 주고 어려운 일을 해결해 주는 존재이다. 남성의 마음속 여성적 존재를 아니마라고 하는데 누구나 첫 번째 아니마는 엄마일 것이다. 어린 시절 이러한 형태의 아니마는 안정감을 주므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보통은 남성이 성장하면서 다른 단계로 발전하는데 닉은 유독 이 단계에 머무는 기간이 길었다. 보통 결혼한 성인 남성이 엄마가 아프다고 해서 엄마 근처로 이사하지는 않는다. 엄마가 죽은 후 닉은 심리적으로 더 불안정하게 된다.

태어나기도 전 엄마 뱃속부터 함께한 쌍둥이 여동생 마고는 오빠와 모든 것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존재 자체를 수용한다. 남녀 쌍둥이는 그 자체가 완결된 존재라 다른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닉은 모든 일을 여동생과 의논한다. 그러나 둘은 같은 마음이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다음은 닉이 위기의 시기에 만나서 불장난을 하는 10대 학생 앤디이다. 그녀에게 추구하는 것은 이성과의 성적인 관계의 즐거움이다.

마지막으로 에이미는 성적으로도 매력적이지만 그를 노력하게 하는, 그를 변화시키는 존재이다. 물론 현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통제하고 조종한다면 끔찍한 일이겠지만 심리적으로 내면의 여성성이 지혜롭게 자신을 성숙하게 변화시킨다면 멋진 일이다.

그녀 덕분에 돈이 없던 그들 부부는 그들이 겪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수 있는 판권, 자서전, 그들의 술집의 프랜차이즈 권을 확보하여 경제적으로 놀라운 발판을 만든다.

영화에서 현실의 무력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심리적인 지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변호사이다. 그는 닉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현명한 조언을 해준다. 에이미는 ‘놀라운 사람’이니 그녀를 화나게 하지 말고 감사하며 그녀의 ‘겸손한 남편’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결국 닉은 인생에서 여러 단계의 아니마를 거치며 최적의 아니마를 찾으며 인격적으로 성숙해 간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쌍둥이 마고가 닉에게 이혼하라고 했을 때 닉이 아기가 생겼으므로 결혼을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제 미숙한 아니마에서 벗어나겠다는 이야기기도 하고, 또는 똑같은 마음을 가진 쌍둥이 남매의 삶에서 벗어나, 다른 마음을 가진 부부로 변화의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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