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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위아영>-요즘 젊은것들의 이야기

우리도 한때는 젊었었다

by 윤병옥

젊은이들의 행동이 어이없고 그들이 버릇없어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1700년 수메르 점토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 영화도 작가 입센이 쓴 희곡의 주인공이 “젊은이들이 신경을 긁어서 마음이 어지럽다”는 대사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그러나 시대에 걸친 ‘요즘 젊은것들’을 못마땅해하는 시선의 이면에는 젊음에 대한 선망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젊어 보인다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 자신의 최고 리즈 시절을 그리워하며 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에너지와 순수한 열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지만,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를 따르는 것과 실제로 젊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중년에 접어든 커플이 젊은 커플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쉬와 코넬리아는 아이 없이 다정하게 살고 있는 40대 중반 부부이다.

남편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젊었을 때 참신한 작품을 만들었고 지금은 역사학자의 인터뷰를 기록하는 영화를 10년째 만들고 있다.

아내인 코넬리아는 유명한 다큐 감독인 레슬리의 딸로 아버지 영화 제작을 돕고 있다.

그들이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 커플이 최근에 아이를 낳는 바람에 바빠져서 친구 부부와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부부가 심심한 일상을 보내던 중 조쉬의 평생교육 강의에 제이미와 다비라는 젊은 부부가 팬이라며 청강을 하고 그의 과거 다큐를 언급하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식사를 같이 하자며 따라와서는 자신도 다큐를 공부하고 있고 아내는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며 조쉬의 다큐를 교본으로 삼고 공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기분이 좋아진 조쉬가 점심값을 내고 젊은 부부는 자전거를 타고 떠난다.

이번에는 제이미 부부가 자신들의 집으로 조쉬 부부를 초대해서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쉬는 40대인 자기들은 CD로 음악을 듣고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고 컴퓨터 워드로 글을 쓰고 폰으로 게임을 하는 반면, 제이미 부부는 LP 레코드 컬렉션을 가지고 있고 비디오카세트로 영화를 보고 타자기로 글을 쓰고 보드 게임을 하는 등 아날로그 감성을 즐기는 것을 보고 개성과 열정이 있는 젊음에 매혹당한다.

그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조쉬는 제이미와 똑같은 모자를 사서 쓰기도 하고 그와 함께 자전거를 무리하게 타다가 무릎에 문제가 생기고, 코넬리아는 다비와 힙합댄스를 배우면서 버거워한다.

어느 날 제이미가 조쉬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라며 페이스북에 프로필을 만든 뒤 제일 먼저 연락이 오는 친구를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다큐로 찍겠다고 한다. 앱에서의 대화가 아니라 현실 버전으로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얼마 뒤 제이미가 카페에서 조쉬를 만나 켄트라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며 그의 집에 방문하겠다고 한다. 그 카페에서 장인인 레슬리를 우연히 만나는데 그곳은 알고 보니 장인의 단골 가게였다. 제이미와 레슬리는 서로 인사하고 이번에도 커피값은 조쉬가 내고 먼저 나갔는데 제이미는 레슬리의 테이블로 찾아가 지난번 조쉬랑 만났을때 처럼 그의 작품을 언급하며 그 작품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서 논픽션 제작을 꿈꾸게 됐다고 말한다.

젊은 친구들이 벌이는 환각 파티까지 참석한 조쉬는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며 아내에게 이제라도 아기를 갖자고 말하지만 그녀는 그가 가질 수 있을 때는 원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기회를 놓쳤다고 한다. 너무 늦게 시험관 임신을 시도해서 고생만 하고 결국 포기했던 것이다.

그는 제이미와 함께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의 다큐 촬영을 조건 없이 돕겠다고 한다. 친구 집에 찾아갔는데 그는 집에 없고 정신 병원에 있었다. 그곳까지 찾아가서 제이미는 자신은 별 볼 일 없었던 고교 시절에 잘 나가던 친구 켄트가 자살 시도를 한 이야기를 듣는다. 검색해보라는 조쉬의 제의에도 제이미는 뜻밖의 이야기를 위해 사전 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하고 조쉬가 대신 검색해보니 그는 아프가니스탄 참전 용사였고 전쟁 트라우마로 자살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소재를 우연히 따낸 것이다. 조쉬는 이 영화를 위해 자신이 찍고 있는 다큐의 역사학자를 연결해주겠다고 하고 코넬리아도 아버지에게 제작을 돕게하겠다고 한다. 제이미는 역사학자도 영화에 적재적소로 집어넣고, 레슬리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아프가니스탄까지 가서 촬영을 하기로 한다.

반면에 조쉬가 10년째 매달리고 있는 다큐는 너무 진지하다 못해 지루하고 상영시간이 6시간이나 되는 대중성이 없는 작품인데, 길이를 줄이라는 장인의 충고는 자존심이 상해 사양하고, 장인이 주선한 펀딩 담당자에게 가서도 횡설수설하며 작품의 주제를 어필하지 못한다.

갑자기 정신이 든 조쉬는 제이미가 처음부터 자기와 아내와 장인의 정보까지 알고 접근했음을 눈치챈다. 이때 제이미의 아내인 다비도 자신의 남편의 정체에 대해 실망하며 사실 그가 유력인사와 접촉할 때 젊은 부부가 같이 접근하면 사람들이 경계를 안 하기 때문에 자신과 결혼한 것이라고 한다. 또 켄트는 자기가 수년 전부터 알고 연락을 해오던 친구이고 그의 트라우마를 제이미에게 이야기하자 좋은 소재라며 엮은 것이라고 자백한다. 조쉬가 켄트에게 달려가서 물어보니 그들이 미리 와서 인터뷰는 연기일 뿐이라고 해서 서로 모르는 척하고 인터뷰했다고 한다.

다큐는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쉬에게 제이미의 연출은 사기였다. 진실을 찾는 게 다큐 영화인데 젊다고 다 할 수 있냐며 그건 훔치는 것이라고 하자, 제이미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들면 다 자기 것이라고 하며 늙은이처럼 굴지 말라고 응수한다. 이때 조쉬는 “그래 나는 올드 맨이야.”라고 말하며 장인에게 가서 제이미의 연출 사실을 밝힌다. 제이미는 켄트가 아프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단지 친구를 찾은 방식만 참신하게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장인 레슬리는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영화의 중심 주제는 사실이었고 영화가 재미있고 훌륭한 점도 많으니 문제없다고 한다. 코넬리아도 제이미가 나쁜 놈이기는 한데 영화는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허탈해진 조쉬는 코넬리아에게 젊을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자신은 이제 나이 들어 못할 일도 있고 못 가질 것도 있다고 인정한다.

1년 뒤, 부부는 입양아를 만나러 공항으로 가고, 거기 놓여있는 잡지에는 유명해진 제이미가 표지모델로 나와 있다. 코넬리아가 그를 악마라고 말하자, 조쉬는 그는 악마가 아니라 ‘그저 젊을 뿐’이라고 말하고 둘은 웃는다.



조쉬는 제이미를 보고 매혹당한다. 건강, 열정, 유머, 패션까지 그의 젊음이 부럽다. 그러나 한 가지 그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그의 야심이다. 제이미는 성공하고 싶고 그 사다리를 타기 위해 무엇이든 할 사람이다. 물론 물불 안 가리고 목적을 위해 돌진하는 것도 젊음의 특징이다.

그가 정작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거장 레슬리였지만 의심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근하려고 조사를 해보니 그의 딸과 결혼한 변변치 않은 조쉬가 징검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자신의 모든 매력을 발휘해서 친해진 뒤, 조쉬와 그의 아내와 장인 레슬리의 도움까지도 끌어낸다. 어리다는 핑계로 만날때마다 비용도 조쉬가 부담하게 한다.

그리고 조쉬가 생각하는 ‘다큐란 정직한 기록이어야 한다’는 평생의 원칙을 헌신짝 버리듯 무시하며 그를 꼰대 취급한다. 영화가 재미가 없다면 아무도 보지 않을 텐데 정직하지만 지루하다면 무슨 가치가 있을 것인가라며, 젊은 세대는 재미를 추구하니 재미를 위해서 다큐도 약간의 편집과 연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은 절대로 사실은 왜곡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조쉬도 과거에 장인인 레슬리의 충고를 재수 없어하며 듣지 않았었다는 사실이다. 그도 연장자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었다. 제이미라고 조쉬의 충고를 따를 이유는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제이미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아내도 과거의 조쉬가 얼마나 기발하고 재미있었는지 이야기하며 그때를 그리워했다. 그러나 참신한 첫 작품 이후에 장인의 충고를 거부하고 진실을 추구한다며 10년째 지루한 다큐에 매달려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조쉬는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싶고 아기도 갖고 싶지만 이미 늙은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진행하는것이고 젊은 시절만 동경하는 것은 미숙한 일이다. 어쩌면 제이미가 중년의 조쉬가 되고 늙어서 레슬리가 되는 것이라고 볼 수있다.

장인이 보기에는 사위 조쉬가 버르장머리 없는 요즘것들이었을 것이고, 조쉬에게는 제이미가 싹수 없는 핏덩이들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이 든 사람이 보기에 젊은 사람들은 구제불능이다.

그것을 깨달은 조쉬는 제이미를 따라 썼던 젊음의 상징인 모자를 벗어던진다. 자신의 나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 못할 일도 있고 못 가질 것도 있는 나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젊은 시절로 돌아갈수는 없다. 또한 나이 든다는 것이 나쁜것만은 아니다. 재치 대신에 깊이를 얻을수 있다. 조쉬는 과거에 미워했던 장인을 이제 이해할수 있고 그가 바로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나이에 아이를 가질 수는 없으니 부부는 아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그리고 제이미를 용서한다. 그는 악마가 아니라 단지 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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