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에게 상처 받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여자는, 주변의 거추장스러운 관계가 다 싫다. 그녀에게 모든 것은 소음일 뿐이다. 완벽하게 자유롭고 혼자인 곳에 있고 싶어서 그녀는 무중력 상태인 우주로 떠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성 과학자 라이언 스톤 박사는 편안한 병원 근무를 그만두고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임무에 자원하여 우주 정거장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다.
그녀가 우주선 밖으로 나와 망원경을 수리하고 있을 때 옆에서 리더인 맷이 그녀를 도우며 통신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녀는 우주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우주가 좋다고말한다. 맷은 우주에서 지구에서 해가 뜨는 순간의 장면을 보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때 멀리서 폭파된 러시아 인공위성의 무수한 파편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와 정거장에 부딪치는 바람에 통신도 두절되고 닥터 스톤은 우주 공간으로 튀어나가 회전하게 되는데, 맷은 멀리까지 간 그녀를 찾아 자신과 끈으로 연결하고 우주선으로 돌아오면서 긴장을 풀어주려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한다. 지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당신을 걱정할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때 그녀는 숨바꼭질을 하다가 미끄럼틀에서 넘어져 허무하게 죽은 딸을 떠올린다.
우주선으로 돌아온 그들은 파편과의 충돌로 파괴된 우주선안의 죽은 동료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도 또다시 파편과 충돌하여 그들을 연결한 로프가 끊어지게 된다. 그녀의 몸이 간신히 우주선의 줄에 매달려 있었는데 그녀가 필사적으로 잡은 맷의 로프의 장력이 강해서 둘 다 튕겨나갈 위험에 처한다. 맷은 한사람이라도 살리려고 스스로 연결된 로프를 제거하고 우주공간으로 사라져가며 끝까지 통신으로 닥터 스톤에게 탈출할 수 있도록 도움말을 준다.
맷의 충고대로 지구 귀환선은 이미 파편과의 충돌로 제대로 된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중국 우주 정거장이 있고 거기에도 지구 귀환선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그곳까지 가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아서 포기한 상태에서, 우연히 지구에 있는 아마추어 통신사와 연결이 된다. 다른 나라 언어라 소통도 안되지만 개가 짖는 소리와 아기 울음소리, 아기에게 들려주는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자신도 딸에게 들려주었던 자장가를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무도 자신을 위해 슬퍼할 사람도 없고 기도해줄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죽는 것이 무섭다고 독백하며, 절망하여 삶을 포기하려고 산소 탱크를 잠근다. 산소 부족으로 정신이 몽롱한 상태일 때, 맷이 우주선안으로 들어온다. 맷은 그녀에게 자식을 잃고 힘든 세상에서 떠나 상처 주는 사람 하나 없는 우주에서 안전하게 있고 싶었겠지만, 계속 가기로 결심했으니 귀환해서 두발로 버티고 제대로 살아보라고 이야기한다.
애써 잊으려했던 딸을 생각하며 엄마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시 산소탱크를 연 그녀는 중국 정거장에 도착해서 지구 귀환선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하고 결국 지구에 돌아온다.
해변까지 도착한 그녀는 지구의 중력을 느끼며 힘겹게 일어나고, 발을 떼서 앞으로 걷기 시작한다.
보통 삶에서 인간을 끌어당기는 것은 가족, 사랑등이다. 그러나 스톤 박사는 가족관계에서 어린 시절에 딸인 자기에게 라이언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아들을 원하는 아빠와 가깝게 지내는 것이 불가능했고, 결혼에는 실패했으며, 유일한 삶의 기쁨이었던 딸을 허무한 사고로 잃었다.
존재가 공허해져서 무게를 잃으면 중력이 없어져 물리적으로도 은유적으로도 어떤 것에도 끌리지 않는 법이다. 이것이 스톤 박사가 지구를 떠나 무중력 상태인 우주로 나간 이유이다. 관계로부터, 시간으로부터, 소음으로부터의 완벽한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러시아 인공위성이 폭발해서 잔해를 날리며 우주에서도 그녀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이때 그녀에게 줄을 연결한 존재가 맷 코왈스키 박사이다. 파편에 맞아 무한의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 그녀를 붙잡아 줄로 연결하고 쌍의 관계를 형성하는 그는 그녀가 인생에서 만나는 최초의 믿음직한 남성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와 나눈 대화는 생을 끝내고 싶을 때 들리는 목소리로 내면화된다. 맷이 라이언과 아무것도 없는 우주공간에서 줄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과, 환상이지만 산소부족 상태의 몽롱한 정신에서 내면의 맷과 조우하는 장면은 인간이 반대의 성을 제대로 마음속에 품었을 때 얼마나 감동적일 수 있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성속의 아니무스, 남성속의 아니마가 인간이 성숙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영화는 없다.
우주선 안에서 유영하는 모습이나 구부린 자세가 마치 엄마 자궁안의 태아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맷과 끈으로 연결된 모습도 마치 탯줄로 연결된 엄마와 태아같이 보인다. 바다속의 캡슐에서 탈출하여 물 밖으로 나오는 장면도 아기가 세상밖으로 태어나는 장면으로 느껴져서 라이언이 새롭게 태어나는훌륭한 상징으로 보인다.
조용하고 광대한 우주에서 우후죽순으로 발사한 인공위성들이 위험한 쓰레기가 되어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장면은 일차적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지적하지만, 개인이 자신의 잘못이 없어도 정신적 물리적 주변환경의 영향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맷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닥터 스톤은 지구와의 무선통신에서 개 짖는 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이 지구, 자신을 찾는 사람들, 즉 관계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돌아와 지구의 땅을 밟은 그녀는 지구의 중력을 느끼고 감격한다.
처음에는 중력에 적응하지 못해 몸이 무거워 어린아이처럼 겨우 비틀 비틀 걷지만 점차 중력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울 것이다.
관계에서 환멸을 느낀 존재가 혼자 무중력 상태의 우주로 나와 멀리 지구를 바라본다. 가까이에서는 상처투성이지만 먼거리의 우주적 시점에서 보면 지구는 정말 아름답다. 그러나 아무 걱정거리 없이 먼 거리에 떨어져 누리는 완벽히 자유로운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