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이 사는 뻔한 루틴대로, 결혼하고 자식 낳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직장에서 뼈 빠지게 일하며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사는 삶은 무거운 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
그러나 자유 지상주의자인 이 남자의 삶에 여러 사람들이 끼어든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이언은 기업의 해고 전문가로 당사자에게 직접 해고를 알리기 위해 1년에 320일을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다. 누구에게 매이는 것도 질색이라 결혼할 생각조차 없고 가족과의 관계도 소원하다. 40일 정도를 머무는 집은 아늑한 휴식처와는 거리가 멀어서 비행기를 타기 전 잠깐 들러서 짐을 싸는 정류장 같은 곳으로 가구도 없고 생활의 흔적도 없는 누추한 작은 공간이다.
그는 해고하는 일 이외에 다른 한편으로 여러 모임에 초청되어 동기 부여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는데 강연의 제목은 ‘당신의 백팩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이다. 그는 강연에서 직접 백팩을 보여주며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물건을 작은 소지품부터 집이나 자동차 같은 큰 것까지 상상하게 하고, 인생에서 그것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결국 사람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짐을 지고 다니는 것이 바람직함을 알려주는 것이다. 덜 중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빼내고 극단적으로는 태워서 없애버려서 가벼워진 자유로운 인간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무거운 짐은 인간관계이다. 지인, 친구, 가족, 배우자와 자식까지 모든 인간관계에서 파생된 비밀, 언쟁, 타협을 다 지고 간다면 인간의 머리는 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그가 선택한 라이프 스타일이 결혼하지 않고, 형제들과도 거의 연락하지 않고, 거의 매일 비행기를 타고 다른 도시로 다니며 모르는 사람을 접촉하는 생활이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이러한 라이언의 패턴에 금이 가는 일들이 발생한다.
제일 먼저, 회사에 나탈리라는 명문대를 졸업한 똘똘한 인재가 들어오는데 그녀는 많은 사원들이 전 미국을 돌아다니며 해고를 하는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화상 해고 시스템을 제안하고 이를 사장이 수용하게 된다. 해고라는 어려운 상황을 비대면으로 전달하는 방법의 비인간성을 지적하며 반대하는 라이언에게, 사장은 그녀를 데리고 출장을 가서 해고 장면을 보여주며 그녀를 설득시킬 수 있는지 보여달라고 한다. 출장 중 그녀가 상담해서 해고한 사람이 자살하게 되자 그녀는 떠나고 회사는 다시 원래대로 전문가가 직접 해고를 전달하는 체계로 돌아오게 되어 라이언은 다시 출장을 떠나게 된다.
두 번째로 라이언은 잦은 출장길의 공항 라운지에서 매력적인 여성 알렉스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라이언과 비슷한 태도를 가지고 있고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둘의 관계는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질척거리지도 않는 쿨하고 자유로운 관계이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자유로운 여성을 만나 호감을 느낀 라이언은, 처음으로 인생에서 지속적으로 좋고 중요한 순간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가정을 가진 사람이었고 찾아온 라이언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그들은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가끔씩 도피처가 되는 상대였을 뿐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마지막으로 막내 여동생이 결혼하게 되어 참석하려고 고향에 들른 그는, 결혼식 날 여동생 남편이 결혼 후 뻔한 루틴대로 아내와 자식을 뒷바라지하며 살 자신이 없다는, 자신과 똑같은 논리를 펴며 결혼을 주저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알렉스와의 희망적인 관계로 생각이 많이 변한 라이언은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라는 말로 그를 설득시켜서 무사히 결혼식을 마치게 한다.
그러나 알렉스와의 관계에서 환멸을 맛본 라이언은 정작 자신은 누군가와 정착할 생각은 없다. 그는 자기의 고향은 정해져 있지 않고 자신이 비행기 안, 즉 공중에 떠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 영화에서는 세 사람의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고 효율을 중시하며 모든 일을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헛똑똑이 나탈리. 그녀는 뛰어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사랑에 연연하여 그의 직장 근처로 따라와 원하지도 않는 직장을 정했는데 출장 중에 남자 친구로부터 문자로 이별을 통보받는다. 또한 그녀는 머릿속으로만 상상하여 효율적인 인터넷 해고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실제 해고 장면에서는 당황하여 실수하고, 나중에 면담자가 자살하는 사고가 생기자 절망하여 이메일로 사표를 내고 떠나버린다.
그녀는 모든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얼굴을 보지 않는 온라인으로 통고하고 받는다.
그러나 라이언과 출장을 다니며 실제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을 배우고 자신이 원하는 일과 인생을 찾을 용기를 얻는다.
아름답고 자유롭고 매력적인 알렉스.
그녀는 모두를 갖고 싶다. 자신을 땅에 발붙이고 안정시켜줄 가정, 화려한 커리어, 일상이 답답할 때 탈출구가 되어줄 연애까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갈등 없이 모순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섬뜩하다. 그러나 순진한 라이언이 자유로운 삶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한 것과는 달리 그녀는 거짓말쟁이일 뿐이다. 자신의 가정에도 거짓말, 라이언에게도 거짓말,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자신은 성인이므로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라이언을 만날 수 있다고 했지만 성인이란 여러 인격을 분리해서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인간은 혼자 죽는다는 생각을 하는 자유 지상주의자 라이언이 있다. 그는 딱 한번,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났을 때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는 참담했지만 오히려 라이언의 순수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이언은 이중생활을 할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면 언젠가는 공중에서 내려와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영화 그래비티의 주인공이 우주 속 절대 고독을 선택했다면 업 인 디 에어의 주인공은 정착하지 않는 부유하는 삶을 선택한다. 전자가 깊은 절망이라면 후자는 가벼운 자유로움이다.
라이언 같은 사람은 어떤 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고 누구와도 얽히고 싶지 않고 원자로 떠돌다 죽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이 철학은 깨진다. 분자가 되어 지상에 발을 붙이고 살고 싶어진 것이다. 좋은 순간들을 아무와도 나누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