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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Mar 13. 2023

공 하나도 잘 알지 못하면서

말을 이해한다는 것

공을 가지고 하는 게임은 재미있다.

혼자서 수행하듯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을 가지고 사람들과 주고받는 운동은 마치 놀이 같아서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다.

축구, 농구, 야구, 테니스, 골프, 배드민턴, 탁구 등등 세상에 공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은 많고, 각자 취향과 능력에 따라 선택하고 즐기면 된다.

나는 체력도 달리고, 시간을 많이 쓰거나 번거로운 것도 싫어해서 탁구를 선택했다. 운동을 싫어하는 편인데도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꽤 오랫동안 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실력이 별로 안 느는 것이다. 시작할 때 이미 나보다 잘 치던 선배들은 영원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들도 계속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보다 더 많이 연습하는 사람과는 격차가 더 벌어지기도 한다. 각성하고 서브 연습만 따로 하기도 하고 유튜브 채널도 보는 등 나름 노력 중이다.

초기에 개인 레슨을 받을 때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여, 포핸드 스트로크와 백핸드 스트로크 연습을 장기간 하였다. 덕분에 자세와 타격감은 좋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똑같은 타법을 전제로 하는 연습 랠리와는 달리, 게임은 불특정 타격으로 공을 주고받는 행위이다. 어떤 상대방과 치느냐, 또는 상대방이 어떤 성질의 공을 주느냐에 따라 어떻게 받을지가 정해진다. 그것도 짧은 순간에 판단해야 한다. 초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치니 성적이 좋을 리가 없었다.

     

나는 과거에 무엇을 시작할 때, 항상 책부터 사서 읽었다. 모든 것을 공부로 배운 사람답게, 이 위기도 공부로 극복하려 결심했다. 그런데 탁구는 운동이라 책보다는 유튜브로 동영상을 보며 해설을 듣는 것이 효과가 좋았다.

탁구 게임에서 똑바로 타격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 공은 깎여서 온다.

초보 때는 커트볼 하나만 겨우 알았었다.(이것도 포어와 백 두 방향이 있다.)

그런데 공부해 보니, 라켓으로 깎는 공의 부위가  다양했다. 기본적인 커트볼은 아래를 깎아서 하회전을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위를 긁는 상회전 볼도 있다. 옆을 긁는 횡회전볼도 있는데  몸안 쪽 옆이나 몸바깥쪽 옆을 긁어서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하게 한다.(두 개의 회전을 섞기도 한다.)

이 원칙을 서브에도 적용하고 리시브할 때도 대응해서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커트볼에 스매싱을 날리는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고, 횡회전 볼을 커트로 리시브하는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공을 기다렸다 칠 것인지 즉시 받아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초보 시절에 생각 없이 시행착오에 의존하며 그때그때 아무렇게나 쳤으니 게임 성적이 좋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공부를 했다면, 이제는 연습을 많이 해서 실전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을 컨트롤하는 일이 남아있다. 똑바로 칠것인가, 회전을 줄것인가, 좌우 어느쪽으로 보낼것인가를 결정해도 내가 공을 컨트롤 할수 있어야 마음 먹은대로 보낼수 있다.

 

사람 사이의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탁구게임과 대화는 아주 비슷하다. 공을 주고받듯이 말을 주고받는데, 중요하지 않은 관계나 업무적인 관계는 드러나는 말 그대로의 의미로 해결해도 무방하지만, 소중한 관계라면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말을 던지는지 신경 써서 반응해야 하는 것이다.

은유로 이야기하는데 못 알아듣고 사오정 반응을 한다던가, 행간을 읽지 못해서 큰 의미를 놓친다던가 하면 대화가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유머로 던진 말을 다큐로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상대방의 말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고 대응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심각하게 던진 말을 우스개로 만들어 버리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겉으로는 무의식적인 진심과는 다른 말을 반대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치명적인 실수가 된다. 이처럼 사람의 말의 의미를 파악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화의 성격에 따라 금방 반응을 할 것인지, 시간을 두고 반응을 할지도 판단해야 한다.

또한 누구나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오해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말의 진의를 곡해해서 상대방이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의도대로 전달되게 하는 데는 운동만큼이나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운동이든 말이든 상대방의 것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으니 나의 것만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운동의 고수들이 게임을 잘하려면 “혼자서도 늘 공을 가지고 놀라”라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평소에 글을 쓰는 작업도 말을 가지고 노는 일이니, 글을 쓰는 나도 남의 말을 더 잘 이해하고 내 말도 정확히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게임을 잘하려고 공의 질을 파악하는 노력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하물며 소중한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어떻게 말을 주고받아야 하는지 고민충분한 이유 있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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