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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Aug 07. 2023

한여름에 어울리는 보리밥 한상

여름에 특별히 더 맛있는 음식들

    

나는 유난히 여름에 입맛이 없다.

그래서인지 몸 컨디션도 안 좋아진다. 돌이켜보면 굵직하게 아팠던 때가 다 여름이었다.

여름이 되면 평소에 잘 먹었던 고기도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먹고 싶지가 않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래서 여름에 특별한 보양식을 먹나 보다. 나도 여름 복날에 삼계탕이나 장어구이 같은 특식을 한두 번 먹어주기는 한다. 그러나 보통 때는 그냥 상큼한 것만 생각난다.

     

여름에만 특별히 더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여름에는 우리 몸의 열을 내려주고 염분을 보충해주는 음식이 저절로 끌린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오이지가 그렇고, 그다음은 보리밥이다. 보리를 넣고 밥을 하면 깔끄럽고 흩어져서 잡곡으로 넣을 때 비율을 높게 섞지 않는데, 여름에는 이상하게 보리를 많이 넣고 해야 맛있다.

여기에 잘 어울리는 김치는 단연코 열무김치이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담근 열무김치는 맛이 없어서 00집 김치를 사서 먹는다.

그다음은 결혼 전에는 몰랐던 음식인데, 시어머니가 여름에 오셔서 꼭 해주시던 노각오이 무침이 있다. 한여름에 노지에서만 나는 재료라 여름이 지나면 살 수도 없다. 시어머니 곁에 서서 대충 배운 음식인데 여름만 되면 너무 먹고 싶다. 그래서 기억을 되살려 흉내 내서 해 먹곤 한다.

또한 여름에는 국보다는 찌개가 맛있다. 아마도 찌개가 뜨거운 국물보다는 건데기를 주로 먹는 형태이고 염도가 높아 여름에 더 적합한가 보다. 청국장이 보리밥과는 잘 어울리지만 아이들이 냄새를 싫어하는 데다가 나도 아주 좋아하지는 않아서 나가서만 가끔 사 먹고 집에서는 모두가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인다.

요즘은 가지나물도 사시사철 해 먹지만 제철인 여름에는 유난히 맛있다. 여름에는 볶지 않고 쪄서 하는 것이 더 맛있는 것 같다.

호박 나물도 절였다가 새우젓과 볶으면 여름 밥상에 잘 어울린다.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는 것도 여름에 제일 맛있다.

또 보통 목이 마를 때 생수를 먹지만, 이상하게도 여름에 보리차를 마시면 갈증이 쉽게 가신다. 보리차에 얼음을 띄워서 시원하게 마시면 더위를 잊는다.

과일도 수박이나 참외, 복숭아, 자두 같은 달고 물 많은 종류가 당긴다.

커피도 늘 따뜻하게 마시다가 여름엔 아이스커피를 마신다.

    

이렇게 여름에 특별하게 당기는 음식들이 살짝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거짓말처럼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우리 몸에서 계절에 따라 어떤 음식을 먹을지 알려주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곧 가을이 오면 다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밥에 보리대신 다른 잡곡을 섞을 것이고, 사과와 배를 먹을 것이고, 보리차 대신 옥수수차를 끓일 것이고, 남은 오이지를 냉국 대신 꼭짜서 무침을 해먹을것이다.

 

그래서 유난히 더운 올여름이 가기 전에,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내가 먹고 싶은 여름 밥상을 한번 차려 보기로 했다. 가족들도 내가 해주지 않으면 여름에 무엇이 맛있는지도 모를 테니, 예전에 엄마와 시어머니가 해주셨던 기억을 동원하여 만들어 본다.

이렇게 차린 밥상에서 처음에는 밥과 반찬을 따로 먹고, 다음엔 상추에 밥과 나물을 얹고 쌈을 싸서 먹기도 하다가, 후반부쯤 나물과 열무김치와 된장찌개 속 두부를 많이 넣고 쓱쓱 비벼 먹는다. 식사를 다 한 뒤 보리차 한잔 마시고 자두 하나 깨물어 먹으면 속도 편하고 기분도 좋다. 그동안 기름진 고기와 느끼한 서양 음식에 질렸던 위장이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  

   

<노각오이 무침>

-노각오이를 3 등분한 후 필러로 껍질을 벗긴다.

-가운데 씨를 제외하고 바깥 부분만 길게 편으로 자른다.

-씨 부분은 버리고 나머지는 길게 채 썬다.

-오이 한 개당 꽃소금 1/2큰술 설탕 1/4큰술을 넣고 절인다.

-30분쯤 절여서 물이 충분히 생기면 물기를 꼭 짠다.(면주머니를 이용하면 좋고 없으면 손으로 꼭 짠다.)

-오이 한개당 고춧가루 1/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파 1큰술, 참치액 1/2 작은술, 깨소금 참기름 약간, 초고추장 1큰술을 넣고 무친다.

     

<가지나물>

-가지 3개를 3 등분하고 길게 반으로 가른 뒤 전자레인지에 뚜껑을 덮고 3분간 가열한다.

-꺼내서 상온에서 김을 날리고 식힌 뒤 젓가락으로 찔러 반으로 찢는다.

-국간장 반 큰 술을 뿌리고 밑간을 하여 10분쯤 놔둔다.

-손으로 짜서 80% 정도 물기를 제거한다.

-마늘 반 큰 술, 다진 파 반 큰 술, 참치액 반 작은 술, 후추 톡톡, 깨소금 참기름 약간을 넣고 무친다.

    

<애호박 새우젓 볶음>

-애호박 한 개를 반달 모양으로 썰어서 소금 1/3큰 술을 넣고 절인다.

-10분쯤 절인 후 물에 헹구고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팬에 들기름을 넣고 다진 마늘을 먼저 넣고 향을 낸 후 호박을 넣고 볶다가 새우젓 반 큰 술을 넣고 중불에 볶는다.

-다진 파 반 큰 술과 후추 톡톡, 깨소금을 넣고 더 볶는다.(들기름 대신 식용유를 쓴 경우, 참기름을 마지막에 1작은술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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