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들이 꿈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프로이트 같은 정신 분석학자나 융 같은 분석 심리학자들도 꿈을 중요하게 다룬다. 우리의 마음에서 우리가 의식하는 부분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부분인 무의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무의식이란 의식하지 못하는 영역이어서 당사자의 의식의 표현인 말만으로는 알 수가 없으니 무의식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통로로분석해야 한다.
프로이트가 시대의 금기를 깨며 무의식을 알리는데 많은 공헌을 했지만, 나는 무의식 안에 성적인 내용만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융의 입장이 인간에 대해 더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성숙한 심리학이라고 생각한다.
융은"인생이란 무의식의 자기실현 과정이다"라고 하였다. 이과정을 '개성화'라고 부른다.
심리학자들은 무의식을 이해하기에 적합한 통로로 꿈을 말한다. 꿈을 통해 무의식은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꿈을 개꿈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잘 들여다보는일은 중요하다.
나의 경우, 분석 심리학을 공부하며 무의식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고부터는 나와 다른 사람의 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유의미한 꿈을 더 많이 꾸게 된 것 같다. 즉, 신호에 민감하고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무의식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한다.
꿈의 내용은 맥락도 없고 인과 관계도 없이 그냥 다짜고짜 나타난다. 윤리로부터도 자유롭고 나오는 인물들도 다양하다. 그러니 꿈에서 한 행동으로 창피해하거나 당황할 일은 아니고, 그 의미가 무엇일까를 잘 생각하면 된다. 나이가 든 사람이 젊은 모습으로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는 세상을 떠난 사람도 생생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배경은 마치 초현실 화가의 그림과도 같고 같은 꿈 안에서 장소와 시간을 건너뛰기도 하고 내용도 비약하기일쑤다.
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에서 보는 사람이겠지만 직접 그 사람과 상관은 없고 그의 특징을 지닌 내 마음속 부분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지인이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평소에 잉꼬부부로 알려진 사람이었는데, 꿈에서 "어느날 내가 남편을 죽인 다음 꽁꽁 묶어서 커다란 캐리어에 넣어 장롱 위에 얹어 놓았다. 그런데 남편이 아직 죽지 않았는지 가방 안에서 소리를 내며 커버를 두드려서 쳐다보며 무서워서 떨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깨고 나서는, 꿈이지만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는 것에 당황하고 있었다.
여기서 남편으로 나타난 마음의 부분은 그녀의 아니무스이다. 그녀는 재능이 있었는데, 그쪽 커리어를 접고 평범한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성취에 대한 욕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의 마음에서성취하고자 하는욕구는 아니무스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제일 가까이서 많이 보는 남편으로 의인화되어 꿈에 나타난 것인데 자아는 그것을 심하게 억압하고 심지어는 죽여서 안보이는 곳에 잘 숨겨놓는다. 그러나 그 욕구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진짜 남편을 죽이고 싶었나 하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고 설명해 주었다. 또 자신의 재능을 펼칠 방법을 천천히 모색해 보는것이 좋겠다고도 말해 주었다.
이와 같이 꿈에는 우리가 알아들어야 할 많은 메시지가 들어 있다. 물론 현실의 대화와는 다른 문법으로 그것을 전하지만 우리가 주의해서 들으면 점점 많은 부분을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러나 돼지꿈은 돈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1차원적으로 해석하거나, 사소한 내용이라고 흘려들으면 아무런 메시지도 건질 수가 없다. 의식과 무의식의 괴리가 커질수록 점점 자기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게 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게 된다. 개인이 무의식의 내용을 많이의식화할수록 본연의자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C. G. 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