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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Mar 04. 2024

엄마의 냄비 속에 들어있는 마법의 요리

소고기 사태찜

아들아~

어른이 되어 외식도 많이 하고 다른 사람이 해준 음식을 먹어보니 어때?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요리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거다. 하하.

어릴 때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다가 어른이 되고 보니 엄마가 한 말 중 틀린 도 많고, 엄마 음식 중 맛없는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을 거야.


어렸을 때는 화내는 엄마가 마녀로 보였을거다. 마녀가 나오는 동화나 그림책을 보면 마녀는 항상 불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어. 두꺼비의 혀와 이상한 약초들을 넣고 저으면 연기가 나면서 끓어오르고 마녀 수프가 완성되었지. 그 모습이 무서운 엄마가 부엌에서 무언가 냄비에  넣고 요리를 하는 모습하고 비슷하게 보였을거야.

     

인류가 처음에 수렵 채집을 할 때는 재료를 생으로 그냥 먹고, 그 뒤에 불을 발견해서 고기나 뿌리채소를 구워 먹고, 더 지나서는 불을 견디는 쇠를 만들어서 그 안에 재료와 물을 넣어 끓일 수 있게 되었단다. 어떻게 보면 이때부터가 본격적인 요리라고 볼 수 있지.

어느 나라나 구운 고기 요리의 맛은 비슷해.  그러나 냄비에 넣고 한 요리는  아주 다양하단다. 그 이유는 지역마다 채소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고유한 양념과 향신료를 써서 요리를 하기 때문이야.

두꺼운 냄비를 이용해서 천천히 오랫동안 요리하면 여러 재료의 맛이 합쳐져서 그 이상의 맛을 창조할 수 있지. 좋은 고기는 양념 없이 빨리 구워서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질긴 부분은 구이에는 적합하지않고 덩어리로 크게 잘라서 채소와 양념과 함께 두꺼운 냄비에서 오래 가열해야 고기의 힘줄 부분이 연해지고 채소의 세포벽을 뚫고 나온 즙과 서로 얽혀 제3의 맛을 창조할 수 있단다. 

그래서 옛날 엄마들의 가마솥에서는 항상 무언가가 끓고 있었어. 소고기 양지 같이 질긴 고기를 오래 고아서 고사리나 토란대 같은 채소와 함께 마늘과 고춧가루로 양념해서 육개장을 끓이기도 하고, 닭 한 마리를 넣고 푹 고아서 대파나 버섯과 숙주 등을 넣고 국을 끓이면 양이 늘어나니 가족 전부가 나누어 먹기도 했을 거야. 마녀가 항상 냄비 앞에 서서 주문을 외우며 무언가 넣고 젓는 모습과 아주 비슷하지?

     

오늘은 비교적 비싸지 않고 어디서나 쉽게 살 수있는 부위인 아롱사태 부분으로 하는 찜요리를 가르쳐주려고 한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완성되면 갈비찜만큼 맛있는 요리란다. 지방도 적으면서 아롱사태 중간의 콜라겐 조직 때문에 고기가 퍽퍽하지도 않고 뼈가 없어서 버릴 것도 없는 훌륭한 음식이고, 가성비가 좋아서 양도 푸짐하게 할수 있으명절에 해먹어도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할 때 해도 좋은 음식이야.

마녀의 냄비처럼 바닥이 두꺼운 무쇠솥이나 냄비로 하면 좋지만, 오늘은 초보들에게 편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압력 전기밥솥으로 하는 방법을 알려줄게.

     


-사태 2kg을 큼지막하게 덩어리로 자른 뒤 물에 담가 1시간 정도 핏물을 뺀다.(6인용 전기 밥솥이라면 1kg으로 줄여서 한다.)

-표고버섯 10대, 감자 2개, 당근 1개를 한입 크기 덩어리로 썰어서 준비한다.(혹시 밤이나 은행이나 잣도 있으면 넣어도 좋아.)

-고기를 끓는 물에 넣고 다시  끓어오르면 10분쯤 데친 후 건져서 씻어놓는다.(물에 술과 대파나 양파도 넣으면 고기 냄새가 좋아져)

-배 1개, 양파 1개를 갈고 간장 20큰술(1과 1/2컵), 미림 10큰술, 설탕 10큰술, 마늘 10큰술, 후추 4큰술, 참기름 10큰술을 넣고 섞어서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장의 반을 고기에 넣고 잠시 재웠다가, 전기밥솥에 고기를 넣고 40분 찜기능으로 조리한다.

-뚜껑을 열고 준비한 채소와 남은 양념을 넣고 다시 20분간 찜기능으로 더 조리한다.

 (압력솥이 아니라면 두꺼운 바닥의 냄비에 한 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 처음엔 강불, 끓으면 약불로 오래 끓인다. 오븐이라면 160도에서 세시간정도 익힌다)

-김치 곁들여서 맛있게 먹어. 남은 국물엔 밥도 비벼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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