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슈퍼에 가보니 굴이 한창이네. 굴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지. 좋아하는 사람은 진짜 좋아하지만, 식감이 이상하다고 입에도 안 대는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한 입 먹으면 바다가 통째로 들어오는 듯한 향이 정말 일품이야.
반면에 굴은 상하기 쉬운 생물이라 잘못 먹으면 문제가 큰 식품이란다. 그래서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만 먹고, 서양에서는 흔히 R자가 들어있는 달에만 먹으라고 한단다.
아빠가 유난히 굴을 좋아했고, 할머니가 담그신 어리굴젓은 참 맛있었어. 그래서 엄마도 굴 철이 돌아오면 자주 굴을 사서 밥상에 올리는 편이지.
가장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게 생굴 회인데 엄마 어릴 때는 항상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었는데, 할머니 댁에서는 국간장 베이스의 초간장에 찍어 먹어서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나중엔 그쪽이 더 맛있더라. 고추장 맛이 아니라 굴 자체의 맛을 살려준다고나 할까.
굴이 빨리 상하는 특성상 생굴만 먹을 수는 없고 처음에는 생굴, 그다음에는 무침, 그다음은 전, 마지막에는 국에 넣어 먹는 게 좋단다. 물론 너무 오래되면 국에 넣어도 안되지. 끓여도 세균은 죽지만 변성된 단백질 성분은 치명적인데 없앨 수 없거든. 냄새가 이상하면 아깝다고 생각 말고 즉시 버려. 그게 오히려 돈 버는 거야. 양이 많을 때는 어리굴젓을 담아서 오래 보관하면서 톡 쏘는 발효된 맛을 즐길 수도 있어.
모든 식재료가 양이 많으면 싱싱할 때는 그 자체로 먹고, 좀 지나면 무침, 나중에는 국에 넣어 먹는 게 정석이야. 적당한 양을 사서 다 먹는 게 제일 좋지만 자주 장을 볼 수 없고 또 요리하고 남은 재료가 있다면 버리지 않고 먹는 방법을 강구해야겠지. 또 제철에 많이 샀다면 채소의 경우 김치나 장아찌 같은 보존기간이 긴 음식을 해 먹고, 해산물의 경우 젓갈을 담고, 육류의 경우 장조림 같은 것을 해 먹기도 하지. 긴 세월 살아남은 선조들의 지혜랄까.
또 아무리 맛있는 재료도 똑같은 방법으로만 요리해 먹으면 질리기도 하니까 같은 재료의 요리 방법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인생을 다채롭게 사는 비결이기도 해. 사람도 초지일관 똑같은 것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달라지는 것이 같이 지내는 사람에게 신선함을 주는 것과 같아.
그럼 굴 요리를 시작해 보자.
굴을 한 번에 많이 사지 말고 적당히 사서 한두 개씩 해 먹어보렴. 꼭 유통이 잘되는 가게에 가서 싱싱한 굴을 사는 것도 명심하고.
<생굴 회>
-넉넉한 양의 찬물에 소금을 좀 넣고 굴을 넣고 흔들어 씻어 체에 밭친 후, 두 번째는 차가운 얼음물에 헹구어 체에 건져 놓는다.
-국간장 5큰술, 식초 3큰술, 레몬즙 2큰술(레몬 1/4개), 고춧가루 반 큰술, 매실액 2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반 큰 술, 볶은 깨 1큰술을 넣고 초간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