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병옥 Dec 04. 2023

속풀리는 배추 된장국

겨울 배추는 보약이라고 했다

     

아들아~

한국 사람들의 배추 사랑은 유별나단다. 엄마도 그 많은 채소 중 하나만 고르라면 단연코 배를 고를 정도로 좋아해. 배추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끝이 없지만 그중 김치가 최고일 거야. 과거에는 초겨울에 수백 포기 배추로 김장을 하는 게 월동 준비였지. 지금은 아파트 생활과 김치 냉장고의 보편화로 김장을  많이 하는 문화도 바뀌긴 했지만, 제 때 담근 김장 김치의 맛은 어떤 김치와도 비교할 수 없는 톡 쏘는 맛이 지.

그 외에도 배추 고갱이를 그냥 쌈 된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살짝 절인 배추를 굴을 넣은 무채 무침과 수육에 싸서 먹어도 맛있고, 배추를 살짝 두드린 후 묽은 밀가루 반죽을 입혀서 부친 배추전도 일미야. 요즘 사람들은 배추와 고기를 겹겹이 넣어 만든 전골, 밀푀유 나베도 좋아하더라.


또한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국이 배춧국이란다. 무슨 국이 먹고 싶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좋아해서, 자주 밥상에 올리는 데도 또 해달라고 하는 국이란다. 옛날에 아빠랑 싸웠을 때 냉전하다가 나중에는 왜 싸웠는지도 명분도 희미해지고 그래도 먼저 화해를 청하기도 뭐 할 때 슬쩍 끓여서 내밀면 다시 평소로 돌아가는 역할을 하던 음식이지. 너희도 아내나 여자친구와 다투었을 때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준다든가, 나가서 사준다든가 하는 일이 일종의 화해 의식이라는 것을 알고 활용하기 바란다.

     

그래서 오늘은 너희가 지겹도록 많이 먹어보았던 배춧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려고 해. 김장 하는날 먹는 배춧국은 김장에 썼던 생새우를 넣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생새우는 평소에는 구하기도 어려운 재료이니 구하기 쉬운 소고기를 넣고 할 거야. 국거리용 소고기는 보통 잡내가 없고 고소하면서 오래 끓여도 물러지지 않는 부위인 양지머리 부위를 많이 쓰는데, 사태를 써도 괜찮단다.

이전에는 너희가 국을 끓일 때 빨리 요리할 수 있도록 잘라져 있는 부위를 썼을 텐데 이번엔 제대로 슬로우 푸드를 해보자. 여유로운 날, 책 한권 잡고 읽어가면서 요리하면 머리도 식힐 수 있어서 오히려 책도 잘 읽히더라. 요리와 독서는 배타적이지 않다고 하면 믿을라나? 물론 간단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요리여야 하겠지. 그럼 덩어리 고기를 한두 시간 푹 고아서 육수를 내서 끓이는 배추 된장국을 만들어 보자.

    



<소고기 배추 된장국>

-양지 300g~600g을 4cm 정도 길이로 토막 내서 찬물에 한 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뺀다.(진한 소고기 맛의 정도와 국의 양에 따라 취향껏 고기양을 조절해라)

-솥에 덩어리 고기를 넣고 물을 2/3 정도 붓고 강불로 끓이고 위에 떠오르는 거품을 말끔히 걷어낸다.

-약불로 줄인 후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1시간 반 정도 끓인다.

-배우 한통 중 반쯤을 겉잎을 한 장 한 장 떼어서 씻은 후 반으로 자른다.(남은 고갱이 부분은 겉절이나 쌈 등 다른 요리해서 먹어라)

-줄거리 부분을 끓는 물에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5분쯤 데쳐서 찬물로 헹군다.(줄기쪽이 두꺼워서 잎쪽보다 더 오래 데쳐야 해)

-잎사귀 부분을 끓는 물에 넣고 2분쯤 데쳐서 찬물로 헹군다.

-데친 배추를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육수에서 고기를 건져내고 한 김 식으면 길게 찢은 뒤 고춧가루 3 큰술, 국간장 2 큰술, 참치액 3큰술, 다진 마늘 3큰술, 참기름 5큰술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놓는다.

-남은 육수에 솥의 2/3가 되도록 물을 더 붓고, 된장 5큰술을 풀어서 넣고 끓인다.

-된장물이 끓으면 데친 배추와 양념된 고기를 넣고 처음엔 강불, 끓으면 약불로 줄이고 20분쯤 더 끓인다.

-간을 보고 싱거우면 참치액이나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밥 말아서 호호 불어가면서 맛있게 먹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