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특별히 종교가 없어서 너희 어릴적 크리스마스 때 행사나 모임은 없었지만 그래도 보통날과는 다른 음식을 해주려고 했었는데 기억이 나니? 예수님의 생일이니 예쁜 케이크도 먹었었고, 한식보다는 색다른 외국음식을 해주려고 노력했었단다.
어떻게 보면 허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 끼니 음식은 먹어야 하니 특별한 날을 핑계 삼아 특별한 음식을 먹었던 거지. 엄마들의 평생 걱정은 “다음 끼는 무얼 먹나?”인데 가족이 모두 모이는 특별한 날엔 밥상 차리는데 신경을 더 쓰게 된단다.
살다 보면 그날이 그날 같은데, 특별한 기억도 없이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나간 것을 느낄 때가 많아.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에 마디를 주는 의미로 명절이나 생일이나 절기 같은 것을 기념하면서 시간이 급류처럼 흘러가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노력을 해왔단다. 물론 식사 외에도 문화적인 축제를 하면서 매듭을 짓는 나라들도 있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용한 편이고 춤이나 행진 같은 축제보다는 주로 먹는 음식 쪽으로 리듬을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
요즘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니 고기가 귀한 것도 아니어서 평소에도 자주 먹을 수 있지만, 생일이나 명절 때를 빌어서 갈비찜 같은 요리를 하면 그날도 기념하는 의미가 있으니 그런 날 만들어 먹게 되는 거지. 몇몇 가지 행사를 달력에 표시해 놓고 징검다리 건너듯 그날을 지내면서 일 년이 가는 거란다.
가족의 생일마다 미역국을 먹고, 설날에는 떡만둣국을 먹고, 추석에는 송편과 토란국을 먹고,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을 먹고, 동지에는 팥죽을 먹으면서 잠시 시간을 멈추면 자신이 타임라인에서 어디쯤 왔는지 되돌아보는 마디가 되는 거지.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너희를 생각하면서 평소에 먹던 샐러드도 기왕이면 크리스마스의 상징색인 빨강과 초록이 대비되도록 재료를 배열하고 모양도 리스같이 동그랗게 만들어 보았단다.
번거로워서 자주 하지 않던 브로콜리 수프도 만들고, 고기 좀 구워서 크리스마스 밥상을 차렸어. 미디어에서 보는 화려한 상차림은 아니어도 화려한 샐러드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확 좋아지네. 돈 많이 들이지 않아도 먹으면서 잠시즐거운 기분이 되면 그런 게 살아가는데 즐거운 리듬이 된단다.
<리스 샐러드>
-로메인 상추를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양상추도 가능)
-좋아하는 채소(오이, 셀러리, 단감, 감귤 등)를 마음대로 고르는데, 빨간색의 방울토마토나 딸기, 초록색의 브로콜리는 꼭 들어가는 게 좋다.
(브로콜리는 살짝 데쳐서 사용해라)
-큰 접시의 가운데 둥근 그릇을 놓고 가장자리에 채소를 배열하는데 상추를 제일 밑에 깔고, 그 위에 오이, 단감등을 올리고 맨 위에 방울토마토와 브로콜리를 번갈아 배열한다
-가운데 그릇을 치우면 둥근 리스모양의 샐러드가 된다.
-좋아하는 드레싱(요거트 드레싱, 발사믹 드레싱, 프렌치드레싱 등)을 먹기 직전 뿌리고 먹는다.
*프렌치드레싱
다진 양파 1/8개, 다진 허브 1큰술(말린 가루 1작은술도 가능), 올리브유 5큰술, 화이트 비네거 5큰술, 레몬즙 반개(작은 레몬은 한 개), 소금 1 작은술, 꿀 1큰술, 후추 반 작은 술, 씨겨자 1 작은술 넣고 잘 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