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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Apr 25. 2024

내향인의 고백

무엇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가

     

젊었을 때도 다소 내향적인 성향이었던 나는 나이가 들면서 더 내향적이 되어 간다.

요즘은 MBTI가 유행이라 네 가지 측면 중 맨 앞인 내향과 외향이라는 분류가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나에게 빗대어 내향인을 정의하자면, 내향인은 사람들과 직접 교류하는 데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를 뺏기는, 즉 진이 빠지는 사람이다.

성인이기도 하고 사회인이기도 하다면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나는 스스로의 특성을 알기 때문에 일단 모임에 가면 어울리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외향적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용을 쓰며 노력하는 것이어서 집에 들어오면 지치고 방전된다. 과거에도 직장에서 직무상 모르는 사람들과 면담을 하면 심할 때는 며칠씩 지치고 아팠었다.

물론 결이 맞는 소수의 친한 친구들과의 만남은 오래 가고 너무 즐겁고 나에게 힘을 준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섞여있는 모임에 참석하는건 즐거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음성으로 통화하는 일도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문자나 카톡이나 이메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게 나에게는 더 편하다.      

이제는 최소한으로 친한 지인들과의 모임이나 취미생활을 같이 하는 동호인 모임 정도만 하지만 취미활동도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야 지속할 수 있어서 잘 지내려고 노력을 한다. 그래서 차도 마시고 대화도 나누고 하는데 이런 시간의 비중이 커지면 즉시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신호가 온다.

     

꿈을 통해 경고를 받았다.

“내가 아파트 1층에서 살고 있는데 어떤 여자에게 방 한 개를 빌려주었다.

1층이라 어수선하게 밖에서 운동하는 소음도 들린다.

어느 날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와 보니 그 여자의 남편, 아이들, 친구들이 그 방뿐 아니라 거실까지 점령하여 앉아있었고 일부 사람들은 창으로 밖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가 그 여자에게 정색을 하고, 내가 빌려준 공간은 방 한 개이니 온 집을 차지하는 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누구를 초대할 수는 있으나 빌려준 방에만 있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 여자와 조력자의 키와 덩치는 엄청 컸고, 경고하는 나를 우습게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하면 말썽 없이 방을 빌려주겠다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잠을 깬다.”

집, 아파트, 방 등은 내 마음의 은유이다. 여기에 누군가가 침입하여 세력을 과도하게 넓힌다. 나만의 공간을, 원치 않는 누군가가 차지한 것인데 나는 이것이 매우 거북하다. 자아인 나와 맞지 않는 존재가 마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현실에서 내키지 않는 관계에 에너지를 빼앗기고 마음이 괴로운 상태라는 뜻이다.

     

또 다른 꿈이다.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어둡지만 오픈된 장소에 수십 개의 변기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변기에 앉아서 함께 볼일을 보고 있었다. 전면에는 큰 스크린이 있어서 영화를 상영하고 사람들이 다 편안히 영화도 보고 있었다. 나도 급해서 변기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사람들 있는 데서 뒤처리를 할 수는 없어서 난감해하다가 잠을 깬다.”

화장실이란 사적인 장소의 끝판왕이다. 나 혼자만 써야 하는 장소를 수십 명과 공유한다는 것은 참으로 특이한 일이다.

글을 써서 공개하는 것이 어쩌면 나의 지극히 사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라 나를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느낌이 들때가 많았는데 그것을 은유하는 것 같다. 

거기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가끔씩은 내마음을 너무 드러내 불편함을 같은 일을 하는 작가들이 다는 것을 통해  해소한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영화 보고 리뷰를 쓰는 것인데 영화관 대신에 화장실에서, 좌석 대신에 변기에 앉아서, 모르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영화 보고 글 쓰는 일이 나에게는 원초적인 일을 해결하는 것처럼 일차적인 행위이고, 그런 일을 함께 하는 내적 외적 동지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하는 일에 긍정적인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무의식의 메시지는 모호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자아이다. 본연의 나의 모습을 구체화시키는 쪽으로 꿈이 보낸 편지를 읽는다.     

이렇듯 나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의 무의식과 대화하는 것이 좋고 편하다. 내부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 확실하니 나는 내향인이 틀림없다.

내향인이었던 심리학자 융도 젊을때와는 달리 인생의 후반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조용히 에너지를 모아 내가 누구인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 탐색하면서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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