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플라톤부터 시작해서 많은 철학자들이 사랑의 종류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아가페와 같은 차원이 다른 사랑은 논외로 하더라도 에로스 같은 사랑은 과거에는 이성 간의 성적인 사랑이라고 배웠지만, 요즘은 동성 간의 성적인 사랑을 말하는 것이 금지된 시대도 아니라서 많이 언급되고 묘사된다. 그러나 무조건 동성 두 명이 나오면 이런 코드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살짝 피로감을 줄 때도 있다. 인간의 사랑 중 가장 고귀하다는 필리아, 성적 코드를 뺀 동성 친구 간의 사랑인 우정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가뭄에 단비처럼 이 영화가 나타났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쿠키는 사냥꾼들을 따라다니며 요리를 해주는 사람이다. 먹을 것이 떨어져서 그들이 배고프다고 난리를 치자 버섯을 따려고 산속을 헤매던 쿠키는 덤불 속에서 벌거벗고 숨어있던 킹 루를 발견한다. 그는 친구와 함께 러시아인들과 다니던 중 친구가 도둑으로 몰려 죽임을 당하자 러시아인을 쏘고 도망 다니는 중이었는데 쿠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부탁한다. 쿠키가 부족하지만 자신의 것을 나누고 그를 몰래 자기의 텐트에서 재워준다.
다음날 물고기를 잡으러 갔을 때 킹 루는 헤엄쳐서 그곳을 빠져나간다.
시간이 흐르고 독립한 쿠키가 정착할 곳을 찾아다니던 중 술집에서 킹 루와 재회하고 그의 집에서 머무르게 된다.
킹 루는 중국 광둥에서 런던 이집트 등을 돌아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온, 물류와 장사에 안목이 있는 중국인이다. 쿠키는 인정 많고 요리와 제빵 기술을 배운 유태인이다.
비주류인 둘은 허름한 집이지만 서로 협력하며 집을 가꾸고 먹을 것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들이 살던 지역의 유지인 팩터 대장은 홍차에 타서 먹을 우유가 필요하다며 그 지역 최초의 암소를 들여오게 된다. 사실은 수소와 송아지도 같이 들여오지만 긴 항해에 스트레스로 죽게 되고 암소만 남아서 집 근처 목초지에 매어놓고 키우며 우유를 짜게 된다.
소녀가 양동이에 우유를 나르는 것을 보게 된 쿠키는 매번 밀가루와 소금과 물로만 반죽한 소박한 빵과 비스킷의 맛에 질린다며 우유가 들어간 비스킷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고, 대장의 암소에서 우유를 훔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자본주의적 감각을 타고난 킹 루가 그것을 시장에 팔아보자고 한다. 너무 담백한 빵에 질린 사람들은 우유가 들어있는 비스킷을 맛보고 엄마의 맛이라며 감동한다. 위스키 한잔에 은화 2개인데 비스킷 한 개에 은화 10개까지 치솟는다. 그 자리에서 직접 재료로 빵을 만들어주는 노점인데 시장에서 줄 서서 먹는 맛집이 되어 재료가 소진되어 매진되기 일쑤이다. 그들은 너무 많아진 돈을 주체할 수가 없어 자루에 넣어 커다란 미루나무 구멍 속에 넣을 정도가 되었다.
빵 맛이 좋다는 소문은 팩터 대장에게까지 이르러 그가 맛보러 오고, 감탄한 그는 대위인 친구를 초대한 티파티에 쓰겠다며 블루베리 케이크를 주문한다. 모임에 빵을 가져다주었을 때 대장은 그들을 그 지역에 하나뿐인 암소를 구경시켜주겠다며 그들을 데려가는데 암소는 매일 밤 젖을 짜러 오는 쿠키를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그날 밤 그들은 평소대로 젖을 짜러 갔는데 대장의 집에서 도망친 고양이를 찾으러 나온 하인들에게 발각된다. 노발대발한 대장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강에서 킹 루는 헤엄쳐 도망갔으나 쿠키는 언덕에서 넘어져 크게 다친다. 킹 루는 몰래 돌아와 나무에 숨겨둔 돈 자루를 꺼낸다. 한편 인디언이 데려다 간호해서 깨어난 쿠키가 비틀대며 둘이 살던 오두막으로 돌아오자 숨어있던 킹 루가 나타나 그들은 재회한다. 그리고 함께 도망친다. 그러나 심하게 머리를 다친 쿠키가 계속 전진하지 못하고 자리에 눕자 킹 루도 옆에 같이 누우며 말한다.
“우린 곧 떠날거야. 내가 있잖아.”
쿠키라는 인물은 너무도 따뜻하다.
버섯을 따러 갔을 때도 자빠져서 버둥거리는 도마뱀을 뒤집어서 살려주는 사람이다.
그는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곤경에 빠진 사람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사람이다. 심지어 몰래 우유를 짜러 암소에게 가서도 소를 위로하며 젖을 나누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다. 겸손하기까지 해서 자신이 수년간 번 돈으로 새 부츠를 샀는데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하자 슬쩍 신발에 흙을 묻히고 바지로 신발을 가려서 잘 안 보이게 만든다.
이런 사람이 만드는 빵과 비스킷은 당연히 맛있을 것 같다. 그의 꿈은 호텔을 하거나 빵집을 해서 맛있는 것을 손님에게 주는 것이다. 그러나 착하기만 한 그는 어떻게 그 꿈에 도달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킹 루는 중국에서 여러 나라를 고생하며 돌아다녔지만 망가지지 않고 자존심을 지닌 사람이다. 보통 쫓기며 굶주리고 벌거벗고 있는 상태에서 누구를 만나면 그를 위협해서 필요한 것을 빼앗을 것을 예상하지만 그는 당당하고 예의 바르게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마지막에도 나무 구멍에 숨겨두었던 돈을 가지고 혼자 튀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뛰어넘는다. 근처에 숨어서 친구 쿠키를 끝까지 기다린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 러시아 사람을 죽인 이유가 자기의 친구를 그들이 죽여서 그랬다고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있다.
또한 현실감각이 매우 뛰어나서 어떻게 돈을 벌고 종잣돈을 모으고 사업을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있다. 무슨 일을 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팔릴까를 생각하며 하는 인물이다.
그는 예전에 다녔던 다른 지역에 비해 이곳은 그들이 먼저 왔기 때문에 준비할 수 있고 그들의 방식대로 역사를 맞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와 장소에 대한 비전을 가진 똑똑한 사람이다.
그들이 훔친 우유로 비스킷을 시장에서 만들어 파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현대에 맛집에 줄 서서 기다리며 사 먹는 장면을 연상케 했고 관객에게도 영화 화면 밖으로 고소한 냄새가 스며 나오는 환각과, 투박한 그 빵이 너무도 먹고 싶어 져서 입에 침이 고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한다.
너무 인기가 많아서 한 사람에게 한 개로 제한하는데 먹어본 사람들은 엄마의 맛이라며 감격하고 킹 루는 고대 중국의 레시피라고 얼버무린다. 솔직히 그 맛은 우유 덕분이니 엄마 젖의 맛이 떠오르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행운도 잠깐이고 절도행각은 결국 발각되는데 이때 대위가 흥분하여 죽여버리겠다고 하는 장면에서 상위계층의 특권의식이 보인다. 암소가 아예 없는 동네에서 최초의 암소를 소유한 자신만 맛볼 수 있는 우유여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게 하여 자기만 누려야 할 희소성을 망친 것이다. 물론 절도에 대한 벌은 받아야 하겠지만, 소를 훔친 것도 아니고 우유를 훔친 벌로 죽인다는 것은 죄에 대한 적정한 벌이 아니라 자신의 특권의식을 망친 것에 대한 분노일 뿐인 것이다.
결국 이들은 탈출하지 못한다. 쿠키가 많이 다쳐서 가다가 쓰러졌기 때문이다. 킹 루는 쿠키를 버리고 떠나지 않는다. 같이 쉬자며 옆에 나란히 눕는다.
몇백 년이 흐르고 현재의 한 소녀가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다가 백골을 발견하는데, 파보니 나란히 누워있는 두 사람이다. 작가는 이 백골과 역사를 연결해서 우화와도 같은 아름다운 우정에 대한 소설을 썼을 것이다. 소설의 제목은 <THE HALF LIFE>이다. 아마도 친구 없이 사는 인생은 반쪽짜리라는 뜻이 아닐까. 이 작품이 독자와 관객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은 우리가 우정 이야기에 목말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