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더 파티>-나도 매리앤과 사귀고 싶다

나의 매리앤은 누구일까?

by 윤병옥

영화에 한 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고도 막강한 영향력을 주는 한 캐릭터가 있다.

그녀는 사정이 있어 파티에 늦게 참석하기로 한다. 막강한 자기장으로 인물들을 끌어당기는 사랑스러운 그녀의 매력은 무엇일까?

71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영화에서 인물들은 차례로 등장하며 비밀들을 폭로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넷이 보건 복지부 장관에 임명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친한 친구 커플들이 그녀의 집에 모인다.

그녀를 위해 예일대 교수직도 마다하고 아내를 도와준 남편 빌, 자넷과 제일 친하고 똑똑하지만 냉소적인 에이프릴과 남자 친구인 자연 치유사 고프리드, 페미니스트 대학교수이며 레즈비언인 마사와 파트너 지니, 잘 나가는 은행가 톰과 그의 아내 매리앤이다.

주인공 자넷은 똑똑하면서 동시에 야심도 많아 출세에 적합한 인물이다. 장관직을 맡을 정도로 유능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집에서 여는 파티에서 직접 요리도 해서 친구들을 접대할 수 있다는 소박한 이미지 관리도 하며, 뒤로는 남편이 아닌 연인과 짜릿한 연애도 하고 있다.


제일 먼저 남편 빌은 자신이 불치병에 걸려 살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리면서 모두에게 충격을 준다. 자넷은 남편이 그동안 자신을 위해 희생했으니 자기도 장관직을 포기하고 남편을 간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톰이 빌에게 무언가를 말하라고 재촉하자, 그는 수년간 톰의 아내 매리앤과 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한다. 더 나아가서 이제 병에 걸려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자신이 사랑하는 매리앤과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선언한다. 이때 자기도 바람을 피우면서도 자넷은 분노하며 빌을 때리기까지 한다.

그곳에 모인 지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성공한 은행가이고 비싼 명품 옷과 액세서리로 휘감은 속물 톰은, 아내의 불륜을 이메일을 뒤져서 알게 되었다며 자신은 매리앤과의 결혼을 지키고 싶다고 한다. 그는 총을 가지고 와서 욕실에서 마약을 흡입하기도 하고 거실과 정원을 왔다 갔다 하며 불안한 행동을 보이다가 정원의 쓰레기통에 총을 숨긴다.

레즈비언 커플 중 지니는 자녀를 원하여 시험관 시술 끝에 세 쌍둥이를 임신하지만, 파트너 마사는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 마사는 가족을 ‘그룹’이라 말하고 아기를 ‘작은 사람’라고 불러서 과연 결혼과 자녀를 원하는지 헷갈리게 한다. 또한 마사는 자신의 집을 빌이 매리앤과 만나는 밀회 장소로 제공해서 친구 자넷을 배신해왔다는 것이 밝혀진다.

똑똑하지만 냉소적이어서 공적인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아 왔던 에이프릴은 친구 자넷의 입각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사생활 때문에 자넷이 경력을 망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는 매리앤이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느꼈었고 언젠가 문제를 일으키리라 생각했었다고 말하며 그녀를 비난한다. 그러나 지적인 에이프릴은 뜻밖에도 대안 의학을 하는 신비주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와 살고 있다.

마지막 뒤통수를 치게 만드는 장면은 뒤늦게 매리앤이 도착했을 때 분노한 자넷이 현관문을 열고 쓰레기통에서 찾은 톰의 총을 겨누며, “나만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말하는 엔딩이다. 결국 자넷의 연인도 매리앤이었다.



톰은 아내 매리앤을 사랑한다.

빌도 자신이 박사 과정 지도를 했던 학생 매리앤을 사랑한다.

자넷도 자신의 비서 역할을 하는 매리앤을 사랑한다.

마사는 친구 빌이 매리앤과 연애를 하도록 도우며 대리만족을 한다.

에이프릴도 비난하는 듯 하지만 매리앤에게서 질투심을 느낀다.

모두가 매리앤을 사랑한다.

또한 매리앤은 그들 모두를 사랑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매리앤이 자신만을 사랑하는 줄 안다. 다른 사람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매리앤 스스로가 밝혀서 그런 것이 아니라 톰이 우연히 이메일을 보고 알게 된 것이다. 자기만의 매리앤이 아닌 것을 알고 톰과 자넷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장면은 영화 ‘그녀’에서 데오도르가 사만다가 자신만의 AI가 아님을 알고 실망하는 것을 연상하게 한다.

톰은 사업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인문학적으로는 모자란 편향된 인물이다. 지적인 여성과의 결혼이 그의 인생에 균형을 잡아주었을 것이다.

빌은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해 가며 야심 많은 아내의 출세를 도왔지만 그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 회의를 느꼈을 것이고 젊은 시절 사랑했던 아내와 닮은, 순수한 생명력을 가진 메리앤이 필요했을 것이다.

자넷도 남편이 고맙기는 하지만 남편이 이제는 연인이 아닌 후견인 같은 존재가 되고 보니 이제는 같이 활동하며 눈 맞출 수 있는 연인이 필요했을 것이다.

마사는 여장부 페미니스트인척 하지만 실제로 파트너인 지니가 임신을 하자 무거운 책임 때문에 발을 빼는 겁쟁이일 뿐이다. 사랑하는 상대가 동성이어야 하는 레즈비언인지도 혼란스럽다. 과거 연인이었던 빌과 매리앤이 자기 집에서 연애를 하도록 도와주고 부러워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논리적이고 냉소적이며 누구보다 똑똑한 척하지만 결국 저세상 이야기만 하는 신비주의적인 아저씨와 커플이어야 균형이 맞다. 그녀도 사실은 젊고 활동적이고 밝은 매리앤이 질투 나도록 부럽다.

심지어 나도 이런 매리앤과 사귀고 싶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매리앤은 관계를 맺은 타인일 수도 있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개인의 내면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의식적으로 보이는 측면 이외에 무의식 안에 반대되는 측면도 있고 보완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쪽에만 노력을 하는 톰의 내면에도 그림자인 지적인 부분이 있어야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빌의 내면에 있는 여성성은 나이 들어 노련해지고 야심 많은 아내와는 달리 여전히 젊고 순수하다.

자넷의 강한 페르소나 속에는 순수하고 다정한 그림자가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매리앤이 자신을 불러주기를 바란다.

그녀와 사귀며 나란히 손잡고 가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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