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꿈꾸는 청소부

누구나 누려야 할 특별함

by 윤병옥

미시즈 해리스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실종된 남편이 살아 돌아오기를 십년이 넘게 기다리며, 런던의 부잣집 청소 도우미를 하며 성실히 살고 있는 여성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할 때 강을 바라보며 전날 받은 소포가 좋은 소식일까, 나쁜 소식일까를 점쳐보며 떨려서 혼자 열어보지 못하다가 친한 친구와 저녁 퇴근 때마다 들르는 바에서 소포를 함께 확인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이다가 친구와 함께 풀어본 소포에는 결혼반지와 그의 전사 통지서가 들어있다.

그녀는 강을 바라보며 반지에 입을 맞추고 그의 고통이 짧았기를 기도한다.

다시 평범한 일상이 시작되고 그녀는 바람둥이 남자의 집과, 부잣집 부인의 집과, 연예인 지망생인 철없는 젊은 여자의 집을 번갈아 가며 청소한다.


에이다는 부잣집 여자의 집을 청소하던 중, 침실에서 의자에 걸쳐있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발견한다. 주인 여자는 사치스러워서 원래 옷장에 비싼 옷이 많았지만 이번 옷은 차원이 다르게 멋져서 에이다는 숨이 멎을 지경이다. 주인 여자는 에이다가 임금을 달라고 하면 핑계를 대며 미루는 구두쇠인데, 아들의 결혼식에 입을 옷이라며 거금 500파운드짜리 크리스천 디올 드레스를 산 것이다.

그녀에게도 목표가 생긴다. 자신도 꼭 디올 드레스를 사기로 결심한 것이다. 운도 따라주어서, 축구 복권이 맞아서 150파운드의 당첨금을 받는다. 우체국 적금 78파운드도 받았다. 장부에 드레스 값과 여비를 더한 목표액을 적고, 부족한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청소일도 늘리고 퇴근 후 집에서 옷수선을 하기로 한다. 정직한 그녀는 비 오는 날 퇴근하다가 길에서 주운 귀걸이 한 짝을 경찰에 가져다준다. 바에서 어울리던 개 경주장 매니저인 아치의 초청을 받아 경주장에 갔을 때 어떤 개의 이름이 ‘오트 쿠튀르’인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그 개에 100파운드를 베팅하여 모두 잃기도 한다.

실망한 그녀에게 남편의 전사가 확인되어 미망인 연금이 지급되고, 찾아준 귀걸이가 비싼 보석인 바람에 사례금도 받고, 경주장 매니저 아치가 에이다가 낸 돈의 일부를 마음대로 떼어서 승률이 높은 개에게 몰래 베팅한 것이 성공하여 투자원금을 회수한다. 드디어 목표액에 도달한 것이다.

그녀는 당장 짐을 싸서 디올 드레스를 사러 파리로 간다.

디올 건물에 들어가서 옷을 사려하지만, 그녀의 행색을 본 총괄 매니저 마담 콜베르는 에이다를 문전박대한다. 여기 옷은 비싸니 백화점에 가서 사라고 하지만 그녀는 핸드백에서 500파운드 돈다발을 보이며 실랑이를 벌이고, 이를 본 샤사누 후작이 자신이 동행인이 되겠다고 하며 그녀를 패션쇼장으로 입장시킨다. 디올의 전 직원들에게 “런던의 청소부가 전재산을 들고 드레스를 사러 왔다.”는 소문이 퍼져서 그들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되고, 모두 그녀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쇼에서 소개된 옷들 중 초록색의 ‘비너스’라는 드레스도 아름다웠지만, 빨간색의 ‘유혹’이라는 드레스는 황홀할 지경이다. 그러나 악덕 사장의 부인이 처음부터 그녀를 깔보던 중, 그녀가 ‘유혹’에 반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그 드레스를 선점한다. 부자이고 단골인 그녀가 그것을 찜하자 드레스는 그녀에게로 넘어간다. 할 수 없이 차선인 ‘비너스’를 당장 달라고 하지만 개인 맞춤 드레스는 2주 정도의 피팅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럴 시간적 여유도 체류비도 없던 에이다에게, 직원들이 호의를 베푼다. 회계 매니저인 포벨이 자기 집에 머물라고 하고 재단사도 제작 기간을 1주로 줄여 주겠다고 한다.

포벨의 집에 머물며 그가 좋아하는 디올의 뮤즈 모델인 나타샤와도 식사하며 그녀가 멋진 외모만 가진 것이 아니라 책과 철학을 좋아하는 지적인 인물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디올은 상류층의 옷만 제작해서 그들에게 전적으로 의존을 하는 구조라 재정적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자 에이다는 청소부도 살 수 있는 옷이라면 돈만 있으면 누구나 된다는 이야기이니, 대량 생산을 해서 단가를 조금 낮추면 평범한 여성들도 누릴 수 있는 정도의 사치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결국 디올이 재정난을 못 견디고 장기근속한 직원들을 해고하는 날, 에이다가 그들을 데리고 회사로 다시 들어가 포벨을 시켜 디올에게 계획을 이야기하라고 한다. 포벨이 디올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고 대량 해고가 아닌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드디어 예쁜 드레스를 가지고 런던 집에 돌아온 에이다가 옷장에 옷을 넣고 뿌듯해하고 있을 때 그녀가 청소해 주는 집의 젊은 아가씨 펜로즈가 찾아와 기획사 사장의 파티에 가야 하는데 입을 옷이 없다며 절망하자, 에이다는 자신도 입어보지 못한 디올 드레스를 빌려준다. 그러나 펜로즈는 파티에서 부주의하게 벽난로 근처에 서 있다가 드레스를 태우고 만다. 이 사건은 신문에 대서특필 된다.

다음날 아무것도 모르고 그 집에 청소하러 간 에이다는 그녀의 꿈의 디올 드레스가 엉망이 된 채로 놓여있는 것을 보고 가져와서 그 길로 앓아눕는다. 친구들의 위로로 억지로 일어난 그녀는 망가진 드레스를 강에 던져버리고, 부자 여자가 있는 집으로 일하러 가서 아직도 옷장에 걸려있는 디올 드레스를 보고 그녀에게 자신은 그만둘 테니 밀린 임금을 달라고 통고한다.

며칠 후 그녀에게 미스터 디올과 직원들이 보낸 빨간색 ‘유혹’ 드레스가 배달된다. 그 드레스를 주문했던 여자의 남편이 횡령 사건으로 감옥에 가고, 파산한 그녀가 드레스 값을 지불하지 못하자, 신문에서 그녀가 드레스를 잃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회사의 직원들과 디올이 그 옷을 그녀의 사이즈로 고쳐서 선물로 보낸 것이다. 신문 보도는 노이즈 마케팅이 되어 디올에 옷 주문이 쇄도하게 되었다고 했다.

꿈의 드레스를 입은 에이다는 재향군인회 댄스파티에 참석해서 모두의 주목을 받고 주인공이 된다.



영화에서 파리의 멋과 우아함을 나타내는 예술의 상징인 디올 드레스를 입는 사람들은 부자와 귀족들이다. 그들은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번 돈으로 사치스러운 옷을 사서 입고 파티에 간다. 연예인들도 보이는 게 중요하니 명품 드레스가 필요하다. 디올의 총괄매니저인 마담 콜베르는 에이다에게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면서 그게 왜 필요하냐고 질문한다.

그옷을 입고 뭘 하려고 하냐고 묻는다. 사실 이 질문은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싶은 질문이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해서 번돈으로 드레스 한 벌을 원하는 게 과연 맞는가 하는 것이다.


그녀가 하는 일은 보잘것없고 그녀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녀가 없으면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파리에서 거리의 청소부가 파업하자 도시가 엉망이 되는 것처럼, 그녀가 일을 하지 않으면 게으른 여자들의 집은 엉망이 된다. 영화는 세상에 보이지않는 미미한 존재인 이런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자신을 빛나게 하기 위해 일생에서 한 번의 사치를 하는 꿈을 갖는 이야기를 한다. 시시하게 살다가 그냥 죽는것이 아니라, 단한번이라도 빛나는 순간을 갖고싶다는 소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한번이라도 빛나본 경험은 비루한 인생을 견딜만 하게 해준다.

굳이 명품 드레스 이야기가 거북하다면, 유명한 그림이나 예술작품을 갖고 싶었다고 해도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는 자기의 노래를 음반으로 제작하고 싶다던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고 싶다는 꿈이어도 다르지 않다. 누구나 대단하지 않아도 열심히 살고, 한 번쯤 특별한 꿈을 꿀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천박한 부자들이 누리는 많은 기회들이 돼지 목의 진주일 뿐이다.

철학의 나라 프랑스 답게 노숙자이건 모델이건 회계 담당자이건 사르트르의 책을 읽고 식사 테이블에서 모여서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동화적으로 묘사해서 흥미로웠다. ‘존재와 비존재’의 주제처럼, 어떤 사람의 직업이 그 사람의 본질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부여도 아름다운 옷을 꿈꿀 수 있고, 예쁜 모델이어도 책을 좋아하며 공부하고 싶어할 수 있다. 회계 담당 매니저도 예술작품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디올에게 말하여 관철시킨다. 그는 상류층이 아닌 평범한 여성들도 디올 옷을 입을 수 있는 사치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내릴 수있게 대량 생산을 하자고 디올을 설득시킨다.

영화 속에서 생활을 위해 힘든 직업을 갖지만, 내면의 가치를 소중하게 가꾸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굳이 스토리의 개연성을 따질 필요 없이 주인공 에이다를 통해, 꿈의 상징인 디올 드레스를 통해, 따뜻한 이야기를 동화적으로 묘사한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내 본연의 꿈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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