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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Sep 11. 2022

들어가는 글

나는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좋은 영화를 찾으려고 많은 영화를 보았고, 그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었다. 그러나 대단한 평론가가 쓴 영화에 대한 이 이미 너무나 많다. 그들의 글을 읽으며 어떻게 이 영화에서 이런 것을 발견했는지 감탄할 때도 있었고, 그들이 가진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대해 놀랄 때도 많아서 그쪽으로 경쟁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동화, 전설, 옛이야기를 심층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책을 공부해온 덕분에 심리분석 쪽으로 영화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나는 영화를 찍은 기법이나 미장센 같은 부분은 언급을 하지 않는다(못한다). 나는 영화를 텍스트로 읽고 상징을 찾고 해석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의 영화 보는 재미를 망치지 않고(스포일러 없이) 영화를 소개할 수는 없다. 나는 대놓고 스토리를 요약해서 내민다. 그 스토리를 텍스트로 삼아서 작가나 감독의 의도를 읽고, 상징에 대한 심리적 분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런 선입견 없이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글들을 먼저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만 주제와 줄거리만을 위해서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그럴 거면 차라리 책을 읽었을 것이다. 좋은 작가와 좋은 감독이 잘 만든 영화라야 감동을 받고 그 안의 상징을 논의할 가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림 형제의 짧은 동화에 많은 심리학적 의미를 부여해서 읽는 것처럼, 영화도 심리학 필터를 통해서 본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봐도 좋고 영화를 먼저 본 후에 글을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나는 직업적인 평론가가 아니어서 최근작을 모두 보아야 하는 의무가 없다. 그래서 좋은 점은 내가 재미없는 작품까지 소개를 위해 억지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과 내 기준에서 정말 좋은 영화에 대해서만 글을 써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의무도 데드 라인도 없어서 많은 글을 쓰지는 못한다는 단점도 있기는 하다.) 따라서 여기에는 시간과 상관없이 아주 오래전 작품부터 최근작까지의 영화가 섞여 있다.

내 글이 구태여 세상에 나와서 다른 사람의 아까운 시간을 쓰게 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많은 시간을 들여 선택한 영화의 목차만으로도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인 사람들 중,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영화 선택의 어려움을 조금 덜어주고,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효용 정도는 있다는 위안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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