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야구는 확률적으로 우리 팀이 잘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 1~2년 전쯤인가
한국 프로야구 KBO (일명 크보라 불린다) 여성팬들이 많아진다는 기사를 접했던 것 같다.
나도 예전에 중고등학생 때, 대략 2010~2014년도쯤에 프로야구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친구랑 잠실구장에 자주 가고 그랬다.
(꼭 이런 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시기에 재밌더라)
대학생 이후부터는 어느 순간 일상에서 자연스레 야구에 대한 중요도가 사라져서 야구장에 가는등의 큰 관심은 없었고,
“간간히 그렇다더라 ~ 그럴 줄 알았다 에휴”하며 소식만 듣는 느낌으로 지냈다.
그리고 23년 LG트윈스가 우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성불하고 그 고통의 여정을 끝냈다.
아무튼 최근 KBO에 야구팬들 특히 여성팬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잠실 쪽만 돌아다녀도 야구 레플리카를 입으시는 분들이 부쩍 많이 보이는 모습은 프로야구가 다시 유행하는 것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아 야구가 다시 유행하는구나~ 느끼고는 있는데,
그것보다도
왜냐하면 야구관람은 스트레스는 길고, 도파민 짧고 굵게 극단적으로 터지기 때문이다.
야구는 그냥 확률적으로, 구조적으로 팬들이 고통받는 스포츠다.
그렇게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왜 야구 관람이 확률적으로 열받는지 설명하자면,
일단 야구라는 스포츠가 실패를 전제로 하는 스포츠다.
KBO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타율 0.300 이상을 내는 선수는 일반적으로 우수한 선수로 인식이 된다.
근데 자세히 생각해 보자면, 10번 타석 중 7번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BO 리그의 평균 타율은 2025년 기준 약 0.252이고, 선수들이 74.8%의 확률로 아웃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일단 팬들은 선수들의 반복적인 실패를 보며 스트레스를 느낄 가능성을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타자는 안타를 잘 치는 것을 넘어, 기복이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 타자라도 관객 입장에서 직관할 때 볼넷이나 뜬 공처리 된 거 보면 솔직히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야구의 룰과 점수를 내는 과정이 다른 스포츠 보다 비교적 복잡한 것도 한몫한다.
야구의 룰은 점수를 내기 위해 추가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며, 이는 좌절감을 증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안타를 치는 것만으로는 보통 점수를 내기는 어렵다. 주자가 베이스를 돌기 위해 추가적인 플레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타자 한 명이 경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는 게임이 느리게 진행되거나, 중요한 순간에 실패가 반복될 수 있으므로 결국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잘 나가다 병살 맛보면 야이!#$#%)
"야 그럼 반대로 수비하는 입장이면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거냐?"라고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야구에서 수비라는 개념에 대해서 본질적으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야구에서 수비는 본질적으로 패배의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데, 확률에 있어서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이야 말로 실력이라 판단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확률적으로만 본다면 사실 수비가 더 쉬운 행위이지만,
구조적으로 공격 성공 확률이 낮은 스포츠인 야구에서
수비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치명적인 리스크와 거대한 불확실성을 직격으로 뚜드려 맞는다는 것이다.(테일 리스크와 멱함수적인 특성)
수비하는 상황에서는 팀의 조직력의 불협화음이나 선수 개인의 실수 하나가, 팬들로 하여금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짤짤이로 계속 먹으면서 팀이 이기는 거 같아도, 실수 한방에 크게 말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점수 차이가 아니라면 안심해서 안된다.)
KBO 2025년 통계를 조사해 보자면, 4/21일 기준으로 수비 실책이 총 169개로 집계되었다. 1위가 25경기 중 26개로 키움이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2위는 롯데)
그러니까 수비를 안정적으로 할 것이라 기대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수비에서는 실책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안심하다가는 이러한 괴리로 인해 팬들은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야구는 공격에서는 확률적으로 크게 기대하기 어렵고, 수비에서는 높은 리스크를 맞을 수 있는 스포츠다.
놀랍게도 야구가 생긴 지 100년이 넘었는데도 8:2~7:3이라는 리스크와 확률이라는 통계적인 황금비율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야구를 즐기는 팬들은 야구 경기의 불확실성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이 경기의 문제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해결하는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면서 관람하는 것이 중요하다 볼 수 있다.
이는 야구 경기를 고통스럽게만 느끼지 않고, 하나의 전략적/드라마적인 요소를 파악하면서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어차피 열심히 응원해봐야 스트레스 받으니 해탈하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