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하는 언어가 내 일상을 만드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노력'과'열심'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뭔가 저 두 단어는 사람들이 널리 쓰이는 말이기도 하며 성실함을 강조할 때 쓰는 단어이지만, 내 느낌적으로는 현실감이 너무 뒤떨어진 모호한 단어라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 왔다.
예전 대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동기와 술자리에서 노력에 대한 주제로 얘기를 한 것 같았는데, 그때 당시에는 나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동기는 노력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 자리에서 나온 결론은 서로가 생각하는 노력의 정의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나는 그때 당시 '노력'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뭔가 끊임없이 해보고 피드백을 하면서 교정해 나가는 의미로 정의했다면, 대학 동기는 그저 같은 인풋을 되풀이하는 것을 노력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느꼈던 것은, 아 동기 말도 일리가 있으며, 노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구체성이 떨어지고 개인의 경험과 주관에 의해서 결정되는 단어구나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뭔가 그 뒤부터 '노력'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을 느꼈으며, 의식적으로도 나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노력과 열심과 같이, 삶에 있어서 성과를 내기 위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단어는 무엇보다도 명료하고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력과 열심은 개인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다. 예를 들어서 내가 무언가를 위해 악전고투하는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는 일상의 단순한 습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력과 열심이라는 단어의 본질적인 맥락은 유지하지만, 좀 더 명료한 집중과 정진을 나는 입에 달기 시작했다.
그 뒤로부터 사소하면서도 큰 변화가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뒤로 내가 무언가를 함에 있어서 보상심리를 가지지 않게 되었다.
그냥 그저 집중하고 정진할 뿐이고 딱히 노력하지도 않고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노력'과 '열심'의 한자 뜻도 딱히 좋지 않다.
노력(努力)은 한자 '노(努)'는 '노비(奴婢)'와 관련이 있으며, 힘을 쓰는 행위를 뜻하며, '력(力)'은 물리적 힘 그 자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노력'이란 마치 노비에게 주어진 고된 노동이라거나 혹은 노비에게 무언가 강제로 힘을 주는 모습을 연상한다. 이건 뭔가 강제적이고 수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열심(熱心)의 '열(熱)'은 뜨거움을 뜻하고, '심(心)'은 마음을 의미한다. 한자 열(熱)의 어원은 '숲을 태우는 화전(火田)'과 연관이 있는데, 이는 예전 고대시대에 더 이상 수렵채집을 하기 힘들어하는 상황이 올 때 결국 자신들의 터전인 숲을 태워서 마지막 밭을 일구는 화전을 의미하는 한자였다. 이것은 단발성으로는 강렬하지만 결국 파괴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의미를 가지는 것 아닌가 싶었다.
사실 우리가 뭔가 긍정적으로(사실 말의 맥락에 따라 달라지지만 긍정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사용하지만, 그 뜻을 자세히 파헤쳐 보면 오히려 부정적 속성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언어에도 흔히 노력에 치환되는 언어도 비슷한 어원일까? 알아보았는데, 일단 영어에는 그런 의미가 전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영어에는 노력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예를 들어 Make an effort는 누군가가 외부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의미보다는 그 자신의 주체적인 힘을 발산하는 것의 형태를 지닌다.
또한 'focus'(집중), 'dedication'(헌신), 'endeavor'(노력, 하지만 더 주체적이고 목적 지향적) 같은 단어만 보더라도, 수동적인 느낌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럼 영어적 표연으로는 어떤 것이 가장 의미가 좋을까도 알아보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단어는 바로 'Fortitude'였다.
'Fortitude'는 라틴어 fortitudo에서 유래하며, 고난 속 침착하고 자발적인 강인함을 의미한다.
라틴어 문헌에서 주로 이용되는 의미는 전사나 철학자가 고난 속에서 강함을 드러내는 것을 묘사할 때 쓰인다. 현대 영어로 오면서 'Fortify'(강화하다), Fortress(요새), Force(힘)와 같은 뿌리를 둔 단어라고 보면 된다.
노력을 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마치 참호전과도 같다.
전장에서 참호전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양상인데, 많은 자원이 투입되지만 결과는 자기 파괴적이기 때문이다.
참호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줄 알았으며, 상황에 떠밀리듯이 불가피한 노력을 투입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을 단단한 요새처럼 구축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집중할 줄 알았기에 결국 살아남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