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약맛댕댕이 Oct 12. 2021

총 금액 159만원, 동거커플의 집 꾸미기

사실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으로 만들기'


이사가 끝났을 때, 나는 우리가 더 이상 집 문제로 싸울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크나큰 오산이었다)


집이 깨끗해지고 나서야 어떤 가구가 필요한지, 어떻게 꾸미기를 해야 하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집이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배치가 필요했다. 


초반에는 이사비용으로 어머님께서 주신 100만원과 아버님이 뒷돈으로 찔러주신(이사 도와주실 때, 꼬깃한 봉투에 현금으로 쓰라고 주셨다. 눈물 찌잉.. 감사합니다 아버님) 총 금액 200만원이 있었다. 목표는 100만원만 쓰기였으나, 역시나 훌쩍 넘긴지 오래다. 

쨋든 우리 돈도 아니니 알뜰하게 집을 꾸미겠다고 다짐하고, 모든 자취생의 앱인 ‘오늘의 집’과 신흥강자 ‘당근마켓’을 매일 열람했다. 



1.     러그 구매기 


먼저 집 꾸미기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일단 데코용이 아니다) 집을 사람이 살만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기 프로젝트 첫 번째 부분은 바로 바닥이었다. 나와 동갑인 이 오래된 집은 몇 년간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나무바닥의 균열 및 뒤틀림이 있었다. 먼지가 떨어지면 나무 판자 사이로 떨어져서 절대 빨아들일 수 없는 구조. 때문에 먼지가 떨어지더라도 돌돌이나 청소기를 돌릴 수 있는 러그 구매가 첫 번째였다. 


모두들 화장실 문 앞 혹은 인테리어 포인트 용으로 러그를 구매한다면, 우리는 겨울철 냉기를 막아줄 수 있는 방 전체 크기만한 러그를 구입해야 했다. (꽤 비쌌다) 아이보리를 좋아하는 내가 가로 세로 2m가 넘는 러그를 구매했고, 매일 자기 전 돌돌이를 돌리는 건 내 임무가 돼 버렸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아닌데, 그만큼의 돌돌이를 매일 소비 중이다.



발품팔아 구한 커튼 2개 


2.     커튼을 2개 사야해


우리는 커튼을 2개 구매해야 했다. 정확히 말하면 블라인드 1+1 세트 1개와 명목 천으로 이뤄진 아이보리 커튼 한 세트.
 

이유는 집의 구조 때문이었는데, 이 집의 장점이기도 한 채광은 거실에 있는 가로 2m가 넘는 창문 때문에 가능하다. 전 사람은 엄청난 암막커튼으로 빛을 가린 듯 했지만, 빛을 좋아해서 이 집을 선택했는데, 빛을 다 차단시킨다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천이 아니라 빛이 어느 정도 투과되는 블라인드 세트를 구매했다. 다만,(안 나오면 이제 섭섭하기까지 한 접두사) 셀프로 잘 박을 수 있을 줄 알았던 블라인드가 콘크리트 벽에는 박히지 않았고, 우리는 일주일 가량 블라인드와 씨름하다가 달기를 포기했다. 


 결국, 세면대를 고쳐주러 기사님들이 온 날, 웃돈을 얹어드릴 테니 설치를 부탁했고, 감사하게도 무료로 설치를 도와주셨다. (우리가 증말 불쌍해보였나보다)
 
 거대한 창문 옆에 보일러실로 연결되는 공간을 우린 자칭 드레스룸으로 만들었다. 기존 세입자가 두고 간 행거를 사용했고, 이 행거와 옷들을 가리기 위해 천 커튼을 달았다. 명목천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고, 천장부터 바닥까지 2m 가 넘는 길이의 천 커튼이 시중에 잘 없었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설치는 매우 쉬워서 만족도가 높은 편인데, 다이소에 욕실 봉을 사서, 앞에 보이지 않게 뒤로 스티커를 붙여 설치했다. 지금은 창문을 열어놓고 햇빛 가득한 날에 천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버스에서 들고 온 거실 그릇장

3.     거울, 거실 그릇장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당근러버이다. 옷도 봐 두었다가 비슷한 물품이 올라오면 당근마켓에서 사고, 가방, 신발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이사를 한 후로 크기가 큰 가구까지 사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잭팟 중에 잭팟을 터뜨린 당근마켓 구매 목록을 공유한다. 


 3-1. 거울
 오늘의 집에서 평범한 6단 서랍장을 산 후, 그 위에 거울을 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폭과 길이가 정해져 있었고, 밑에 서랍장(우드톤)과 어울리는 거울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줄자를 이용해 오차범위 내 거울 사이즈를 정해놓고, 매일같이 당근마켓을 뒤지다가 15,000원에 거울을 득템할 수 있었다. 추운 겨울날 택시를 타고 가져온 소중한 거울이다. 
 
 

3-2. 거실 그릇장. 
 이 집의 단점은 바로 작은 부엌이다. 부엌 자체가 작다 보니 그릇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 공간도 별로 없어서, 냉장고 옆에 바로 그릇장을 하나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냉장고의 폭과 높이를 줄자로 재고, 그에 맞는 수납장을 구하다 보니 이케아에 딱 맞는 서랍장을 발견했다. (발견하자마자 이케아로 달려가지 말고, 기다려라. 누군가 하나는 이미 팔고 있을 것이다) 아현역에 가서 만원에 서랍장을 받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배송이었다. 
 당근마켓에서 가구를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꿀팁을 전달하자면, 자차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가구의 경우, 택시나 차에 안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때 당근마켓에 용달을 부를 수 있는 광고가 같이 뜰 테니, 적극 이용해라. 
 우리는 어떻게 했냐고? 차를 빌리자는 내 말을 무시하고, 그분은 택시를 잡아 그걸 밀어넣다가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그걸 들고 버스를 탔다. 나는 같은 일행이 아닌 척 했다. 
 

 

이외에도 오늘의집에서는 앉은뱅이 책상, 화장실 용품 거치대 등등 다양한 청소 도구를 샀고, 당근마켓에서는 그릇, 냄비 등의 주방용품, 캔들 워머, 공유기 등을 샀다. 


총 금액 159만원 

아마 자잘한 것들까지 합하면 정말 200만원이 안들수 없는 것이 동거, 독립, 생활임을 깨달았다. (우리 이제서야 둘이서 잘 살 수 있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동거커플의 집 들어가기 (Feat.이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