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적색 신호등이 켜지기까지(1)
2021년 1월 4일, 나는 IT 기업에 입사했다.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내로라 하는 IT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넓고 다양한 IT업계에서 작은 소분류에 해당하는 곳에서 업계 1위를 기록하는 기업이었다. 코로나 시국 속 만 2년간의 취준에서 3개월, 혹은 6개월 동안 우리를 너를 평가할꺼야 라는 차디찬 시선(이하: 채용연계형)이 아닌 나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곳이었다.
남자친구도 이것을 계기로 서로 동거라이프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고, 나 또한 본집에서 독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만한 장소에 사무실이 있는 최적의 회사였다. 꼰대들이 많고, 과장 부장급이 회사에 많다는 잡플래닛 후기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진정한 사회인으로서 나아감을 실천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기대감만이 존재했다.
흔히들 신입사원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아는 데는 채 3개월이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극히 평범한 90년대생으로서 3개월도 필요없다는 데에 내 오른쪽 손목을 걸 수 있다. 신입사원은 이 회사에서 누구보다 일을 잘하고 싶어하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다. 이제까지 신입사원 혹은 수습사원 취급을 받았던 3번의 기회 모두 나는 그러한 자세로 임했고, 이는 나의 동기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업이라는 바늘 구멍이 얼마나 더 좁아졌는지 이미 바깥에서 경험하고 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입사원은 누구보다 빠릿빠릿한 정신상태를 갖고 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신입사원이 있다 할지라도, 빠릿빠릿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싶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갖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정신상태는 일단은 내 주위의 환경을 모두 관찰하는 것으로 실천에 옮긴다.
신입사원 교육을 받는 OJT 기간 (2개월) 이후 부서가 확정이 되면, 같이 일하게 될 (그 당시에 하늘같이 느껴지는)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는 그 순간부터 신입사원의 레이더는 돌아간다.
과장(직속상관): 어, 이번에 우리 같이 일할 신입사원들이야.
수석(모르는 사람): 아이고, OOO 대리 드디어 살겠네! (저 멀리, 유난히 얼굴이 환한 OOO 대리가 나를 맞이한다)
나의 뇌: OOO이라는 사람이 대리를 달기까지 신입을 뽑지 않았어? (나와 동기 2명이 부서에 배치된 상황) 2명이나 필요한 일을 혼자 3년씩?
바로 이런 것에서부터 적색 신호등이 켜지는 것이다.
불안한 느낌대로, 나의 부서는 그 대리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대리를 달기까지 인력을 충원한 적이 없었으며, 팀 내 인원은 총 8명에 가까웠지만, 놀랍게도 대리 한명으로 일이 굴러가는 조직이었다. 직속상관인 과장은 내 인생 다시는 만나보고 싶지 않은 무능력 끝판왕이었고, 바로 윗 사수인 대리는 일은 너무 잘하지만 그 역시 만 4년을 이 조직에서 버틴 사람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했는지는 나중에 차차 전달하기로 한다)
나는 입사하자마자 퇴사를 꿈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