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적색 신호등이 켜지기까지(2)
부서배치 이후, 나와 동기는 하나하나씩 업무를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자질구레한 데일리 업무부터, 회사의 이름을 걸고 내보내는 자료까지 신입사원으로서 꾸역꾸역 제 역할을 수행했다. 신입사원이 이 정도 업무를 해도 되는가라는 의심과 내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일하겠다는 나의 직업 윤리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의 행사를 주 업무로 맡게 된 나에게 이상한 점이 조금 더 빨리 생기기 시작했다. 주로 일거리를 주는 과장이 어떠한 업무가 생기면, 해당 건에 대한 회의랍시고 회의실로 나를 불러서는 종이의 반을 가르듯이 똑같이 50대 50으로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닌가.
과장: 아 내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를 할게. 너가 여기서부터 나머지를 하면 될 것 같아.
나(속으로) : 내가 왜 같은 양의 업무를 하지?
처음에는 교육을 위한 목적인가, 라는 생각에 그리고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수준의 양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내 업무를 도와준다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맡은 부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사람의 목적은 훤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간보고 상황)
팀장: 이거는 왜 이렇게 됐지?
과장: 아 이거는 OO이가 한 겁니다. (나를 쳐다보며) 제가 OO이 주의 좀 주겠습니다.
당연히 내가 한 부분이기에, 저 말의 사실관계에 틀린 부분은 없을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 앞에서 저렇게 면박을 줄 수 있다니. 바로 옆자리로서 주간보고 전에 미리 말해줄 수 있는 것을 일부러 주간회의 때를 기다리는 건가? OO이 주의 좀 주겠습니다. 라는 말이 내가 있는 곳이 회사가 아니고 대학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무엇보다 신입사원을 방패 삼아 자신의 무능력함을 주간보고에서 덮으려는 과장의 태도에 내 속에서는 신물이 나고 있었다. 우려는 틀리지 않았고, 처음에는 사실관계에 틀린 부분이 없었으나, 점점 과장이 한 것임에도 거짓말로 신입사원에게 책임의 실수를 떠넘기는 상황은 늘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