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약맛댕댕이 Nov 05. 2021

신입사원은 바보가 아니다(2)

신입사원의 적색 신호등이 켜지기까지(2)

부서배치 이후, 나와 동기는 하나하나씩 업무를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자질구레한 데일리 업무부터, 회사의 이름을 걸고 내보내는 자료까지 신입사원으로서 꾸역꾸역 제 역할을 수행했다. 신입사원이 이 정도 업무를 해도 되는가라는 의심과 내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일하겠다는 나의 직업 윤리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의 행사를 주 업무로 맡게 된 나에게 이상한 점이 조금 더 빨리 생기기 시작했다. 주로 일거리를 주는 과장이 어떠한 업무가 생기면, 해당 건에 대한 회의랍시고 회의실로 나를 불러서는 종이의 반을 가르듯이 똑같이 50대 50으로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닌가. 


과장: 아 내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를 할게. 너가 여기서부터 나머지를 하면 될 것 같아. 
나(속으로) : 내가 왜 같은 양의 업무를 하지? 



처음에는 교육을 위한 목적인가, 라는 생각에 그리고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수준의 양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내 업무를 도와준다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맡은 부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사람의 목적은 훤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간보고 상황)
팀장: 이거는 왜 이렇게 됐지?
과장: 아 이거는 OO이가 한 겁니다. (나를 쳐다보며) 제가 OO이 주의 좀 주겠습니다. 


당연히 내가 한 부분이기에, 저 말의 사실관계에 틀린 부분은 없을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 앞에서 저렇게 면박을 줄 수 있다니. 바로 옆자리로서 주간보고 전에 미리 말해줄 수 있는 것을 일부러 주간회의 때를 기다리는 건가? OO이 주의 좀 주겠습니다. 라는 말이 내가 있는 곳이 회사가 아니고 대학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무엇보다 신입사원을 방패 삼아 자신의 무능력함을 주간보고에서 덮으려는 과장의 태도에 내 속에서는 신물이 나고 있었다. 우려는 틀리지 않았고, 처음에는 사실관계에 틀린 부분이 없었으나, 점점 과장이 한 것임에도 거짓말로 신입사원에게 책임의 실수를 떠넘기는 상황은 늘어만 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입사원은 바보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