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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Mar 02. 2022

코로나, 회사의 민낯을 드러내다

신입사원이 사무실 필수인원..?


 코로나가 처음 발발했을 당시, 식료품점의 식자재와 화장지 등의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고, ‘천재지변이 그 나라의 국민성을 보여준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작게는 개인, 크게는 국민성까지 논할 정도로 코로나는 우리들의 민낯을 드러내었고, 개인이 여럿 모인 회사라는 조직은 그 민낯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790



 재택근무 대신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가 뉴노멀이 될 때까지 우리 회사(이제 과거이니 ‘그 회사’로 칭해야겠군), 아니, ‘그 회사’는 재택을 시작하지 않기로 유명한 회사였다. (업종이나 업계를 고려해서라도 지인들에게 아직도 안하냐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 꼭 출근을 해서 직원들의 노동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장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고, 결국 고위급 임원 중 하나가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너와 나의 재택’으로 사장과 싸워서야 시범 재택이 결정되었다. 




 ‘사무실 인원의 30%만 2주 동안 재택 실시’

누가 그 30%에 들고 싶지 않았을까. 의미없는 재택 희망인원 조사가 이뤄졌고, (여전히 왜 했는지 의문. 집에서 일 못하겠다는 근로자가 어디있을까) 부서 내 모든 인원이 미어캣 모드를 유지하고 있던 어느 오후, 회의실에 불려갔다. 



 회의실 빔프로젝터 화면에는 ‘2주 재택명단’이 있었고, 다양한 이름 중 내 이름은 당연히 없었다. 기대도 안했거니와 직급 순서대로 자른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헛웃음짓게 했던 것은 ‘직급 순서대로 잘랐다’가 아니라, ‘필수 인원 제외 후 재택실시’라는 공문이었다. 대리 하나와 과/부장급 대다수로 채워진 부서에서 필수 사무실 인원은 팀장을 포함한 대리와 신입사원 2이었다. 



 어느 조직이나 과/부장급이 조직의 핵심 인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블라인드의 말을 빌리자면, 월급루팡이 가장 많은 직급 또한 과/부장급이다. 재택근무라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에 과/부장급들은 자신이 마치 잉여인간임을 광고하는 사람들처럼 달려들었다. 대리와 신입사원 2은 사무실에 출근시키고..



글을 적으면서 내 얼굴이 다시 화끈거린다. 나 역시도 내가 대리 혹은 과장이 되었을 때, 신입사원을 배려한답시고 재택이라는 꿀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신입사원이 재택을 하지 못한다면, 어줍잖은 위로(예시: 다음에 차례 돌아올거야. 우리 집에는 어린 아가가 있어서..ㅠ)나 ‘그래도 우리 회사는 이런게 있잖아~’ 등의 여우와 신포도를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다. 


 팀장은 필수인력으로 분류돼 재택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원래 있던 제도인 시차출퇴근제를 가능하게 해주겠다며 우리를 달래기 시작했다. 8~5시, 10~7시 선택이 대단한 일인 것 마냥, 마치 그것으로 코로나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는 듯이.. (아, 나중에 알고보니 그 시차출퇴근제 조차 신청사유를 같이 작성해야 했다. 붐비는 출퇴근 시간을 피해, 코로나 감염 위험을 낮추고자 시차출퇴근제를 신청합니다.를 작성했지만 X소리였다.) 




난 하나도 안 아프던데~? (feat. 백신주사)

 삼성전자의 백신휴가 3일은 기사로도 화젯거리였고, 역시 삼성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회사’는 백신휴가를 반차로 줬고, 역시 그 회사라는 소리를 들었다. 2틀도 아니고, 하루도 아니고, 반차. 때문에 이를 악물고 생으로 백신을 버티고 반차를 2번 모아 하루 월차로 쓰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선천적으로 몸이 강한 편은 아니라 백신주사 자체를 맞을지를 굉장히 고민했는데, 재택근무자도 아닌 마당에서 위험성이 더 높다 판단돼 결국 맞게 되었다. 


 문제는 부작용이라는 모든 부작용 사례를 나는 항상 겪어왔던 것. 20대 여성에게서 백신접종의 휴유증으로 가장 높은 경우를 보였던, 생리불순, 몸살기, 팔 근육통이 한꺼번에 왔다. 물론 회사는 나갔다. 팔이 너무 아파서 눌리지 않도록 베개를 쌓아 놓고 잤고, 머리도 감지 못할 정도였지만, 타자는 쳐야 하니까. 많이 아프더라고요~ 라고 말하는 나에게 팀장과 과장은 *난 하나도 안아프던데~? 를 시전했다. 


 그게 뭐 어때서, 나는 하나도 안아프던데라고 말할 수 있지 않냐고? 금쪽같은 내새끼(TV조선)을 보면, 국이 짜다고 하는 남편과 전혀 짜지 않다고 하는 아내의 대화를 대표적인 감정 소모적인 대화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은 아프지 않다며, 자신의 생각과 마음만을 주장하고, 더 나아가 자기관리가 부족해 아픈 것이라며 마치 상대방의 아픔을 자기관리의 부족이나 꾀병처럼 느끼게 하는 패시브 스킬인 것이다.  


마음이 쏘옥 빠져있는 말. (출처: Google)

 


재택근무 해보기도 전에, 이렇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니.. 직원의 신체적 아픔의 위험성에 이렇게 공감시키기가 어렵다니. 코로나 시국에 고용노동시장도 얼어붙고 있다는데, 회사에 대한 내 마음도 한층 얼어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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