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문화 이모저모(3)
여성 성차별 뉴스는 사실 흔한 기삿거리다. 술에 최해 동료를 강간했다던가, 성폭력을 피해자의 탓으로 덮으려는 회사 내 직장 따돌림 등 소재도 다양하다.
성차별 : 성을 차이를 이유로 하는 차별, 배제, 제한
을 말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회사 내 성차별이라 함은 여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차별을 뜻할 때가 더 많다. 남성에 대한 성차별도 있겠지만 난 아직까지 느낀 바가 없으며, 오늘은 내가 느꼈던, 아니 느끼고 있는 여성차별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 한다. (경험을 나눔으로써 여성차별의 현주소가 파악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전 젠더 갈등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Episode1: 그건 여자가 하기 어려운 일이야.
제목부터 자극적이지 않나.
여자가 할 수 있는 일,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아직까지 구분 짓는다고?
그렇다. 여자가, 남자가 등과 같이 특정 편협한 성 역할에 제한을 두는 것이 명백한 성차별이며, 이것이 업무 지시로 이어질 때 여성의 유리천장은 더욱 확고해진다.
해당 발언은 내 동기가 평소 하고 싶었던 업무에 도전해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같은 부서 내 세분화된 업무 속에 동기는 평소 맡고 싶었던 업무가 확고했으나, 이미 그것은 다른 동기의 업무였다. 그 동기의 업무가 해당 업무에 더 적합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남성이어서라는 해당 논리를 증명하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 채용 전체가 성차별적 요소를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최종 면접에 남자는 한 명이었고, 해당 업무에 그 남자 동기가 자동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군필이기에 연봉까지 우리와 달랐던 그는 인턴 정도는 기본으로 체험하고 온 우리들 사이에서 유일한 무경력자였다. 그래도 하고 싶었던 업무이니 말이라도 꺼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용기내어 도전한 여자 신입사원에게 A 차장은 “그거 여자가 했었는데, 할 게 못 되더라” 라는 말로 그녀의 용기를 한방에 좌절시켰고, 그녀는 이직을 바로 결심하게 되었다.
여성차별에 팽배한 조직일수록 여성은 더 까다로운 업무 퍼포먼스를 요구당한다. 남자가 일을 못하거나 그만두면 ‘끈기 없는 MZ세대 같으니라고’ 등으로 젊은 것들에 대한 욕이 들리겠지만, 그만두는 사람이 여성이라면,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이다. 설사 그만두는 여성 또한 MZ, 20대 등 그녀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집단 꼬리표가 있음에도, 여성에게는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최우선으로 붙는다.
PS. 몰상식한 차장이라며 욕하긴 이르다.
그는 누구보다 본인이 젠더이슈에 밝고 젊은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멀쩡한 사람도 무의식중에 여성차별을 저지르고, 자신은 여성 직원을 많이 뽑으니, 남녀평등에 기여한다고까지 생각한다. 일례로 A 차장은 육아휴직을 내려는 남자 직원의 상사가 “니가 애 낳았냐”라는 망언을 시전하자(이쯤 되면 회사에 인성 바닥인 사람 천지다), 해당 상사를 호되게 직접 교육시킨 참 인간이다.
Episode2 : 너 애 낳고 쉬는 게 목표인 애 아니잖아. (feat. 내 목표가 그거면 어쩔 건데)
자, 제목이 더 자극적이다.
타이핑을 치면 칠수록 정말 저 소리를 내 귀로 직접 들은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한국의 출산율이 0.77을 기록했다는 것이 실제 사기업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말한다. 우리 부서는 평균 연령 30대 초반으로 구성된 조직임에도, 이중 결혼한 사람은 3명, 애가 있는 사람은 1명이다. (총 조직 대략 30명) 자발적으로 결혼한 사람은 10%, 애를 낳은 사람은 3%라는 거다.
그리고 회사에서 자칭
커리어 우먼이라는 것은
언젠가부터 결혼하지 않으면 좋고,
결혼하더라도 애를 낳을 계획이 없는 딩크족을 대변하는 워딩이 되었다.
앞선 A 차장은 자칭 워커홀릭으로서 여성들이 일하지 않고 집에서 애만 보는 것을 가장 극혐한다. 마치 그런 전업주부 엄마들이 사회의 잉여인간이라고 생각이 드는 걸까. 남자는 일명 돈 버는 기계라고 말하면서 여성은 무엇인지 정의하지도 않는다. 정확히 정의해 주진 않았지만, 그의 평소 발언을 통합해 보면, 여성이란 결혼도 하고 일도 하며 남편도 케어하고, 애를 낳지만 이를 핑계로 쉬지도 않는 만능 로봇에 가깝다. (그러나 그렇게 모든 것이 다 가능한 똑똑한 여성이 자신의 삶을 그렇게 힘들게 살리도 만무하다)
그는 진심으로 “너 집에서 애나 낳고 쉴 거 아니잖아”라는 말이 커리어 우먼을 꿈꾸는 직장여성들의 사기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철석같이 믿는다. 그가 평소 자신의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심히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애가 없는 나조차도 집에서 육아하는 여성이 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우리의 어머니들을 보라. 그들이 언제 한 번이라도 여유로웠나.
그렇게 여자들의 인생이 훨씬 더 살아가기 편하다며 불평하는 회사 남자들의 불평불만들 중 단 한 가지에만 공감한다. 그들의 여자들보다 더 불행한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신혼부부인 B 부장도, 본인의 의지로 결혼 안 한다 말하는 A 차장도 어느 누구 하나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성 역할에 갇힌 사람은 성별의 구분 없이 남자든, 여자든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져 2탄으로 돌아옵니다.
*신변을 위해 일부 각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