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 - 내가 바꾸고자 했던 TOP3
성격 있는 신부로서, 그럼 나는 지금까지 참석한 수많은 결혼식들에서 무엇을 개선하고 싶었을까?
1위 : 신부가 몇 명이야, 하나, 둘, 서이,, 넉삼,,
혹시 90년대 웨딩홀에서 한참 동안 인기 있었던 신부의 등장방법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바로 리프트(컨베이어 벨트)다.
왼쪽에서 식장 안쪽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오듯이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신부가 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입장 방법은 현재 성동구의 한 웨딩홀에는 남아있다고 하는데, 거의 사라진 추세다.
많은 결혼식을 가면서 항상 느낀 것은 신부의 등장이 컨베이어 벨트와 무엇이 다르지 하는 것이었다. 가만히 한 시간 기다리다가 짠하고 열리면 등장하고, 30분 남짓 정신없이 하객과 사진을 찍고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려오면 그다음 타임 신부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형식... 자, 영차 홀 쓰세요~
코로나로 인해 소규모 웨딩홀이 없어졌고, 이 때문에 결혼시장에서 엔간한 서울 웨딩홀이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있는 브랜드들만 (ex : XXXX 선릉, XXXX 공덕 등) 남아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런 웨딩홀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홀이 최소 2개이고, 무엇보다 시간이 겹친다. 결혼식의 시간이 겹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내가 신부로서 입장할 때 전 타임을 마치고 나오는 신부와 마주친다는 것, 나의 하객이 다른 결혼식 하객과 섞여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것(홀 숫자가 많은데, 뷔페장소가 1곳이면 더욱 그렇다), 뷔페는 정해진 1시간 30분 안에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것.
웨딩플래너들은 이러한 문제를 그나마 해결하기 위해 신부들에게 더 비싼 대관료를 요하는 단독홀을 추천하곤 하는데(실제로 단독홀이라는 이유로 인기가 많다), 이마저도 시간이 짧아 신랑/신부가 사진을 다 찍을 무렵, 포토테이블의 사진은 물론이요, 이미 신부대기실에 다음 신부가 앉아있어, 하객들이 다음 신부는 저렇네~ 하고 비교할 확률 80%다. (본인은 엄청난 현수막을 해당 식장의 시그니처로 삼는 결혼식에도 참석해 본 적이 있는데, 정확히 40분 후 다음 주인공을 위해 현수막이 철거되는 과정까지 관람했다. 그거.. 신랑/신부가 가져가는 것도 알고 있나?)
나의 해결책 : 예상했겠지만, 단 1커플만 진행할 수 있는 애당초 웨딩홀이 아닌 공간을 전체 대관하여 진행했고, 무려 4시간이라는 긴긴 웨딩을 기획하게 되었다. (웨딩홀이 아닌 공간을 전체 대관함으로써 수많은 추가 문제에 직면한 내용은 차차 진행하도록 하자)
2위 : 밥이 더 중요한 결혼식
밥, 모든 신랑/신부가 가장 신경 쓰는 요인이다. 그리고 할 말도 많을 것이다. 오죽하면 위치, 밥, 주차가 웨딩홀의 3대 요소라고 하겠나. 맛있는 밥이 어쩌면 신랑/신부가 하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식에서 밥이 결혼식을 앞선다면, 이는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본다.
엄마를 따라 친한 지인분 따님의 결혼식을 간 적이 있다. (일명 엄친딸이다) 그 혼주분께서 일찍 와서 자리를 빛내달라 당부하셔서 엄마와 일찍이 결혼식에 갔다.
가자마자 들은 말은?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밥부터 먹고 와!
그때 처음 알았다. 밥을 먼저 먹는 결혼식도 있다는걸, 그리고 식을 안 보고 밥만 먹는 사람들도 있다는걸. 물론 붐비는 시간에 제대로 대접받지 못할 것을 염려해 제안해 준 것이었지만, 참석에 의의를 두더라도 결혼식 = 밥 먹는 거라는 위대한 밥 중심 대한민국을 체험한 것이다. 그래서 편하게 먹었냐고? 서둘러 먹고 식에 참여하긴 했지만, 식 참관에 늦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으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애당초 식을 안 봤는데 마음이 편할 리가...
게다가 대부분의 결혼식은 분리예식이다. 결혼식이 치러지는 장소와 밥 먹는 장소가 다르다는 건 누군가는 점심 급식을 기다리는 전투의 여고생처럼 식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대뜸 튀어 가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소리다. 이마저도 식을 관람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의 가정이고, 정말 밥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식 장소는 안중에도 없을 수도 있단 소리다.
나의 해결책 : 결혼식 전 혹은 중간에 흐름을 끊을 수 없도록 결혼식과 식사가 동시에 시작되는 동시예식으로 기획했다. 그리고 식사 타임을 관계자에게 일러, 본식 이후 및 2부 시작 전으로 설정 및 안내하도록 했다.
3. 퍼스트 룩(미팅) : 드레스 투어? 신랑 안 가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와, 자기 너무 예쁘다~
(신부가 다음 옷을 갈아입으러 커튼이 닫히고) 다시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하는 남자.
(웨딩플래너가 신랑을 바라보며) 신랑님! 다른거 리액션해 주셔야죠!
다들 무슨 소리인지 알 것이다. 최근 내 인별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드레스샵 신랑 꿀팁 내용이다.
이에 반해 해외 결혼식 영상 보면, 신부 등장에 우는 신랑을 본 적이 꽤 있을 것이다.
그들은 대체 왜 울까?
정말 이날 드레스와 헤어 메이크업을 한 신부를 처음 봤기 때문이다. 결혼식 전에 신랑이 웨딩드레스를 보면 불운이 온다고 믿는 문화 때문인데, 뭐 우린 대한민국이니까 문화는 제쳐두고서라도 사실 이런 작은 장치가 결혼식의 재미를 아주 크게 올려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퍼스트 룩이 힘든 이유는 바로 결혼식 전 필수 3대 요소 스,드,메 중 스튜디오 때문이다.
포토테이블에 필요한 사진인 스튜디오는 보통 짧게는 식 6개월 전부터 길게는 9개월 전에 선행됨으로써 각양각색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신랑은 미리 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식장에서 눈물이 날 리가 있나. 어떻게 보면 머리도 몇 번 바꾸고, 이 드레스도 입었다가 저 드레스도 입은 신부가 본식보다 촬영장에서 더 예뻐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신부들? 우리도 인정하자. 드레스 투어는 기본 2~3 군데로 이뤄져, 한 곳에서 최소 4벌의 드레스를 입어보는데 성별과 상관없이 나조차 3번째부터는 기억도 안 나는 게 당연하다.
베일을 가리고 등장하는 순간 참석한 하객과 상관없이 감동 먹는 신랑, 이 로망 때문에 스튜디오를 과감히 생략하게 되었다. 드레스 투어할 샵을 고르는 것도 철저히 혼자 했고, 드레스 투어도 엄마랑 갔다. 그냥 스튜디오만 생략해서 또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본식 날의 헤어/메이크업 샵에서의 시간 및 위치도 조정하고, 마지막 리허설 본식 촬영도 포기할까 고민하고, 마주치지 않기 위해 뻥 뚫린 야외 장소에서 신부대기실 마련하고, 꽤 관련한 여러 사람을 난감하게 만들면서까지 지켜낸 나의 찐 로망이다.
(PS.이렇게까지 했는데 안울면 그것도 나름 서운할 것 같다. 믿는다 반려인, 울어줘.)
* 싫어하는 것 3가지만 나열해도 분량이 이렇다.
* 이외에도 혼주가 주목받을 수 있는 시간, 퍼스트 댄스(신랑과 신부가 처음 추는 춤, 신부와 아버지가 처음 추는 춤), 주최자가 자신의 연애, 만남, 결혼 등에 대해 설명하며 하객들에게 관계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시간 참석 답변(RSVP)를 받아 지정좌석제 등 다양한 이벤트들을 녹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