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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Jun 28. 2024

상견례 전에 해야할 부부끼리의 입맞춤

[W2] - 상견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결혼식 로망이 이렇게 많아서야... 나 결혼식 이렇게 할거야~라고 마라면 자매품처럼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시)부모님은 뭐라셔?


저녁웨딩, 한정된 하객, 지정좌석제, 스튜디오 생략... 부모님이 반댜하실 만한 것들 투성이라설까? 상견례는 이런 반대의 씨앗을 모두 날려버릴 만한 장소여야 했다. 용산역 앞에 건물 외관으로 그 역사를 뽐내는 곳에서 나름 돈 아끼지 않는 선에서 상견례를 예약했다. (메뉴 구성이 다양했는데 보통 가장 싼 등급에서 2~3번째를 고르면 무난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고기 먹고 싶어서 3단계 했다. 실제로 고기가 맛있었고...)



이런 그냥 무난한 한정식이었다. (출처: Google)



결혼식의 진행방향, 연설의 시간을 꼭 가지자. 

예약 후 집 거실이라 쓰고 배틀장소라 읽는 테이블에 반려인을 앉혔다. 허레허식에 감싸진 결혼식이 싫어 안하겠다고 버팅기던 우리가 이제 결혼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원하는 방향의 결혼식을 하기 위함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다짐했다. 실제로 상견례 시작 시에 해당 내용들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첫 자식의 개혼을 앞두는 부모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래, 그렇게 해보겠다라는 시도 자체가 젊음이고, 그냥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게 멋있다는 반응이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신부라지만, 혼주를 포함하면 6명이며, 형제/자매를 포함하면 그 이상도 된다. 한마디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관련인이 여러명이고, 사공이 많다는 소리다. 주인공은 신랑/신부라는 규칙을 유지하고 싶다면 꼭 상견례 시작 전에 신랑과 신부의 합의된 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선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상견례 첫 인사는 항상 어색하다. (출처 : Google)



결혼식 비용은 어떻게 할거니?

비용 문제는 특히 상견례에서 다뤄질 수 밖에 없는 민감한 사항이다. 아예 돈 얘기를 무슨 볼드모트(이름을 말해선 안되는 그런 존재) 취급하여 상견례에서 논하기를 금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는데, 이 경우 상견례가 끝나고 오히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름을 발견하고, 의사소통 과정 자체도 신랑/신부를 통하게 되면서 싸움의 발생 원인이 되기가 쉽다. 때문에 어차피 언급되어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자.


 우리의 경우 예물/예단을 생략하고 사전에 누누이 공지를 하고, 각자의 손님 식대는 각자가 내는 것으로 통보했다. (이래도 예물/예단은 어른들의 영역이라며, 상견례에서 서로 말씀을 나누셨다) 이미 같이 살고 있고, 딱히 신혼집을 목적으로 이주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집과 혼수 부분에서 양가 부모님께 일종의 선효도를 드린 셈이다. 하지만 집 문제 같이 목돈이 필요한 사항도 신랑/신부가 기준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까먹지 말자. 많은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은 그만큼 지키지도 어렵다는 뜻이다. 갑자기 서로가 힘을 합쳐 전세를 구하기로 하고, 상견례 후 엄마가 얼마 보태주기로 해서 매매를 하자. 이런 건 부모님의 의견을 더 중요시 여기는 대표적 사례다. 혼은 인생의 배를 나의 반려인과 함께 타기로 선포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계속 기억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상견례에서 파혼 등이 생기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반려인의 행동까지이기에 그 외 사람들의 생각, 신념, 행동 등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튀어나오기 마련다. 


엄마 옷 뺏어입고 나온 여동생

신랑도 여동생이 있지만, 문제는 내쪽 여동생에게서 나왔다. 상견례 전날에 밤늦은 연락은 으레 대부분 안좋은 소식을 담고 있기에, 받고 싶지 않았지만 저녁 10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그 OO이가 내일 입을 거 없다고 네가 사준 그 옷 입고 나간다는데,
너 내일 보고 당황하지 말구 그냥 그러려니 해


상견례 두 달 전, 상여금으로 엄마에게 겸사겸사 옷을 사드렸는데, 상견례 하루 전날 그 옷을 입겠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내 성격을 아시는 엄마는 이걸 말 안했다가는 상견례 자리에서 여동생의 머리 끄쟁이라도 신부가 잡을까봐 전화한 것이었다. 이걸 진짜 죽여 살려... 다음 날 여침도 없이 그 아이는 버젓이 그 자켓을 입고 있었고, 후에 내막을 전혀 모르는 시어머니께서 사돈처녀가 취향이 상당히 어른스럽네요..라고 후일담을 남기셨다. 


여동생은 대관절 어떤 존재일까.. (출처 : Google)



쌩얼로 나타나신 어머님

상견례 전에 나는 내 가족이 아닌 어머님네 식구를 맞이하러 용산역에 나갔다. 내가 아가씨에게 사줬던 빨간 원피스를 본인이 잘 어울리신다며 입으면서 자랑을 하신 전적이 있어 이번 상견례 만큼은 아가씨를 통해 꼭 옷 한벌 사서 입으시라 당부를 한 터였다. 저 멀리 어머님이 개찰구에서 나오셨고, 꽤 점잖게 차려입을 어머님을 칭찬해드리려 하는 찰나, 아가씨가 말했다. 

 엄마, 쌩얼이에요 언니. 뭘 바르라고 해도 안해요


피부가 동년배에 비해 좋으신 편이지만, 그 흔한 립스틱도 아니 바르고 오셨다. 어머니, 왜 화장을...안하셨어요? 라고 묻자, 내가 피부가 좋아서 이래뵈도 괜찮아.(그걸 여쭤본게 아니라요...) 라고 할말을 잃게 만드셨다. 게다가 가면급으로 화장한 우리 엄마 앞에서 "사부인, 제가 생얼인데 이래뵈도 피부가 좋아서 괜찮지 않나요?" 라는 말씀까지 화룡점정을 찍었다. 엄마는 이를 꽉 깨무셨고, 나는 본식날의 헤어/메이크업샵에 심혈을 기울여 어머님도 예약에 포함시켰다. 

이런 사례.. 친구도 있었다. (출처 : Google)


상견례가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렇게 에피소드를 들으면, 친정엄마 빼고 죄다 빌런인가 싶지만, 엄마도 상견례에 나름 혁혁한 뜨악 모먼트를 제공했다. 우리 커플은 사귄 기간 보다 이제 산 기간이 늘어난 나름 장수 커플인데, 처음에 동거를 시작하기로 할때 엄마는 강력하게 상견례가 선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의셨다. 일명 너네가 결혼할 사이인데, 같이 산다는 건 집안 어른들께 인사정도는 드려야 한다는 것. 엄마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었기에, 준비되면 하겠다는 말과 함께 엄마를 어루만졌지만 사실 엄마가 불만이신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어머님의 입장이 엄마와 같지 않다는 것. 이후로도 엄마는 반려인의 어머님께서는 상견계를 하자고 안하시냐면서, 누구보다 딸을 결혼시키고 싶어하는 쪽은 내쪽이라는 서운함을 내비치셨다. 그렇게 3년은 훌쩍 지났고, 엄마는 평상시 서러움을 기어코 그분을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에서 꼭 집어 뼈 있는 말과 함께 토해내셨다. 


똑같이 딸 가진 입장에서 사부인께서도 따님이 남자친구와 같이 산다고 하시면, 허락하기 쉽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드디어 상견례를 해서 다행이지만,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네요. 

 

어차피 할거 이제서야 한다는 아픈 말이다. 그렇게 이제 하는거 좋은 말만 하자고 해도 엄마는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내가 의외였던 것은 어머님의 반응이다. 


네 솔직히 제가 OO이를 가족으로 받아드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결국 자기 자식이 잘 됬으면 하는 걸 바란다는 엄마 2의 만남, 그녀들은 서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나서야 호호 웃으며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는 후에 상견례 때 진심으로 시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알게 되어 마음이 많이 놓이셨다고 했다. 그리고 나 역시 뜨악하는 순간들은 상견례에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서로의 의견만 있다면, 우리 부모님들은 꽤나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쉬운 존재들이다.

왜냐, 부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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