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리가 열리면

코로나 19, 니 먼데 20

by 정 혜

딸이 금요일 오후에 손자의 얇은 여름옷을 사 왔다. 실내로 들어오자마자 훌러덩 벗고 급히 욕실로 향했다. 코로나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도 있나 보다. 어멈의 두 어시간 외출은 목소리가 구름 위를 걸어 다녔다. 나의 딸은 완전히 무장해제가 된 상태였다.


성장과정이 다른 두 문화가 만났다. 어찌 불협화음이 없을쏘냐. 사위가 내 딸과 혼인 후 나와 가깝게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사위에게 대부분의 남자들이 아내를 초장부터 길들여야 한다며 억압적으로 대한다, 그러면 당연히 아내와 불이 나거나 보따리를 싼다, 사위는 이런 어리석은 행위는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왜 사위에게 그런 말을 했냐고? 두 사람은 한 날 한 시에 어른이 되었으므로 동등한 신분이다. 그리고 평등한 관계다. 남편은 아내를 존중하고, 아내의 편이 되어주며, 기를 살려주어라, 그것이 사위가 황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최상책이라고 말이다. 사위는 내가 하는 말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일요일 오전에 카톡으로 동영상이 도착했다. 손자는 내가 토요일 신천동에 올 때까지 두 팔로 상체를 일으키면서 오른 다리는 구부렸고, 왼쪽은 겨우 당겨 구부릴 수 있었다. 조만간 두 무릎을 이용할 것 같았다. 그런데 화면에는 배를 밀어 앞으로 조금씩 전진하였다. 손자가 마치 내 옆에 있는 듯 마구 웃음이 나왔고, 보는 식구들은 한 마음이 되었다.


두 문화가 융합하여 새로운 꽃이 피었다. 어제 격렬하게 싸우던 부부는 없었다. 부부가 밀고 당기던 기운은 봉오리를 점차적으로 열리게 했다. 꽃은 한순간에 피지 않는다. 봉오리 모양새를 보면 꽃잎들이 아래 꽃받침을 의지하여 암술과 수술을 한 잎씩 감싸 안고 있어서 봉오리 아래는 펑퍼짐하고 끝은 뾰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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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조금씩 벌어질 적마다 꽃받침이 힘을 더 주라며 격려한다. 아주 조금씩 꽃잎이 하나, 둘씩 느리게 열린다. 봉오리가 다 벌어져 반개하면 한숨 돌리느라 20~30분 동안 숨을 고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꽃은 만개했다.


사위는 손자 출산과정을 처음부터 아내와 함께 했다. 아내가 괴로워서 몸부림치면, 심성이 여린 사위도 울면서 진통을 같이 겪었다. 딸은 사위를 의지하여 힘을 주었고, 사위는 아들이 좁은 산도(産道)를 한 시라도 빨리 나와서 만나기를 기대했다. 딸의 출산은 꽃잎이 벌어지듯 수순이 원만하지 않았다. 14시간의 오랜 진통도 보람 없이 제왕절개로 만개해버렸다.


사위는 신생아와 조우하는 순간 감격에 겨워 눈물부터 흘렸다. 사위는 "너는 착한 아이 귀여운 아이~~" 10달 동안 태교로 들려주었던 노래를 불러주며 아버지의 목소리를 아기에게 각인시켰다. 그랬던 부부의 아기가 배밀이를 했다. 모두가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감탄한다. 탄성을 지르는 것은 힘들게 활짝 핀 꽃에게 축하한다는 의미다. 꽃은 향기를 널리 날려 보내며 주변의 시선을 모으고 기쁨도 준다. 그런 내 손자가 대견할 뿐이다.


하나가 된 부부. 나나 사돈 역시 이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원한다. 젊은 부부는 아옹다옹하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며 제2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다. 매일 더 성숙한 인간으로, 아기의 부모로서 앞날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 길은 진흙탕일 수도 있고, 자갈길 또는 탄탄대로도 나올 것이다. 만고풍상을 겪으며,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다져가리라.


꽃이 피면 다음은 수정이다. 암술은 튼실한 열매가 맺히도록 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곤충도 반긴다. 꽃받침을 의지하여 암술 끝 씨방에서 열매가 착상된다. 암술은 완전한 열매 모양이 될 때까지 추레하게 붙어 있다가 슬그머니 떨어져 나간다. 나는 부모의 역할이 그렇다고 꽃을 보면서 배웠다.


만개한 꽃은 씨방에서 다음 생을 담아간다.





사진: 정 혜


모과꽃이 어느 날 아주 이쁘게 보였다. 모과도 과일이냐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근래의 모과는 늘씬하고 풍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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