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있는 나

by 정 혜

Day 2 (2020.9.15)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 3가지를 소제목으로 나열하고 그 이유를 각각 써봐요. 그리고 마지막에 결론을 2 문단으로 작성해보세요.


1. 자존감

어느 순간부터 당당했다. 소신껏 행동할 수 있었고, 나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려 했으며,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가 적었다.

'나, 왜 이렇게 자신만만한 거야?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지?' 화두가 되었다.

붓다의 삶을 모방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내면이 점진적으로 차올랐다. 실눈썹 같던 그믐달이 반달이 되고 보름달이 돼 듯, 그렇게 나는 충만한 기쁨을 누렸다. 현재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내가 보였다. 얼굴이 밝아지고 스스로 나를 질책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며 실천하는 지금이다.


2. 글을 쓰고 있는 나.

나는 두 종류의 글을 쓰고 있다. 수필인이 되기 전에는 군(軍) 포교사로서 자원봉사했던 법문과 그날의 일정을 나의 블로그에 보고 형식으로 썼다. 이때는 구어체였다. 항상 '철자를 바로 적었나, 문장 부호는 바르게 찍었는지, 띄어쓰기는 제대로 하였나' 등이 의문스러웠지만 관련된 것에 대한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우연히 2016년 9월 어느 도서관에서 수필 배울 사람을 모집하여 가봤다. 목적은 내가 글을 제대로 쓰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수필이라는 늪으로 발을 밀어 넣고 말았다. 그래서 온전히 수필이라는 명목으로 글을 쓴다.


*군법당은 2019년 9월, 손자가 태어나면서 연말까지 법회를 중단했다. 그리고 코로나 19 때문에 법회가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다. 내가 공부하기 위해서 블로그에 붓다의 가르침을 수필식으로 뭘 써도 쓴다.

*수필은 게으름을 부리지 않으려고 공심재 '내글빛'의 터줏대감이 되려고 한다. 그리고 오늘 2일 차인 108일 글쓰기에도 도전했다. 손자를 키우고 녹내장 진단까지 받은 나로서는 무리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한 중단할 수 없다.

왜?

나를 성찰하고 관조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고 준비하는 동안 채우고, 배우고, 비운다. 수필에서 마무리한다고 하면 가장 적합한 대답이다.


3. 손자와 나

손자가 나의 스승이다. 가끔 나를 일깨우는 손자에게 '고맙습니다'라며 머리를 숙인다. 또한 나의 최고 벗이다. 손자 수준이 되어서 떠들어대다 보니 삼시 세끼 챙겨 먹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다. 내면에는 흙탕물이 일렁거려도 아이와 어우러지면 이내 스승님의 제자가 되고 만다. 그래서 종일 웃는다. 내게 무한한 글감을 제공하고 있다. 나의 삼 남매에게 어떻게 하였는지 과거를 돌아보면서 반성한다. 그리고 자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 표현도 한다.



행복?

수많은 사람들이 정의를 내렸지만, 나는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면서 행복해졌다. Maṇgala sutta(망갈라 숫따: 축복경, 吉祥經)의 시작을 보면 한 천인(天人)이 부처님에게 질문을 했다. 많은 천인들과 인간들은 모든 축복에 대해 사유하는데 도대체 행복을 가져다주는 으뜸가는 축복(길상)이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고. 부처님은 순차적으로 10가지를 말씀하셨다. 그 내용들은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다.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이 어리석은 자를 멀리하고, 지혜로운 자와 어울리며, 존경해야 할 분들을 존경하는 것이 으뜸가는 행복의 길이라고.


기준은 무엇인가. 오계다. 지혜로운 자가 존경받는 것이다. 이 경의 마지막은 10가지 대로 한다면 '세상일에 부딪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슬픔 없이 번뇌의 오염 없이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으뜸가는 축복이네.'라고 게송을 읊으셨다. 내게 도덕적인 삶은 수행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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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 혜


대문사진: 은해사 한편에 핀 코스모스.

아래 사진: 돌 무렵 사과를 인지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는 척을 하였다.




댓글 10개 공감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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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ie Sep 15. 2020

자존감 부분이 특히 와닿네요!! 어찌 부처를 닮은 자존감을 얻게 되셨는지도 궁금하네요~^^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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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15. 2020

너무나 많은 행복을 가지고 계시네요. 특히 그 중에서도 손자가 가장 큰 행복의 원천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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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나무 Sep 16. 2020

그래서 그랬군요, 작가님 글에는 헐거움이 없습니다. 탄탄한 자존감이 그 원인이었던 같습니다.

손주를 키우시는 것을 고된 일로 생각하지 않으시고 배움과 즐거움으로 생각하시는 마음챙김을 배우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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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Sep 17. 2020

첫 번째는 요리입니다. 같은 재료를 넣어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 궁금합니다. 두 번째는 글쓰기입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 딴판으로 펼쳐지는 글이 재밌습니다. 세 번째는 아이입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아이의 행동에 웃고 맙니다. 저는 어떻게 될지 모르고, 생각한 것과 딴판이고, 예측할 수 없는 것들로부터 행복을 느끼나 봅니다. 물론 같은 의미에서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글을 보고 마음이 한꺼풀 벗겨지듯 말갛게 변함을 느낍니다. 또 자고 일어나면 흙탕물을 뒹굴듯 어지러워질 테지만, 연꽃은 진흙에서 피는 것을 잊지 않고 내일도 용기를 내보렵니다.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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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신 Scott Park Sep 19. 2020

세상일에 부딪혀도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이 으뜸가는 축복이라는 것을 새기고 갑니다.

저는 매주일 참례하는 미사때 서로 교우간에 "평화를 빕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면서 행복을 느낀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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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Sep 19. 2020

@Genie

프로필 삽화가 매력이 넘칩니다. 직접 그린 거예요?
부처를 닮아가는 모습은 서서히 글에서 모습이 나오겠지요?
저도 38년 간 닮으려고 용을 쓰면서 살다 보니 자존감이 보였어요.
좋은 글 곧 읽으러 갈게요.
주말 잘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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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Sep 19. 2020

@공대생의 심야서재

손자보다는 글 쓰는 것이 더 좋아요.
그렇지만 행복을 비율로 따진다면 글쓰기와 같습니다.
주말입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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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Sep 19. 2020

@혜나무

예, 맞아요.
자존감이 손자를 돌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만약 이 자존감이 낮았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으며 혜나무님 못 만났을 확률이 많습니다.
혜나무님 글 읽으러 곧 갈게요.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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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Sep 19. 2020

@토토

요리하는 것도 글쓰기 못지 않지요. 그런데 글쓰기가 두 번째니 요리와 글을 다 좋아하는 낭만적인 분이라서 그렇지 싶어요.
지금은 연꽃을 피우려고 준비하는 단계이지만 조금 더 있어 보세요.
"어, 연꽃이 피었어!"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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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Sep 19. 2020

@박유신 Scott Park

저는 밀양 박가 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야 행복함을 느낄 수 있지요.
오늘도 평화로운 날이 되시기를요!


2020.p 15. 20

2020.9.15 작성한 글.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090517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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