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금인(祭天金人)

즐겨보는 유튜브 방송에 대해

by 정 혜

Day 15 당신이 즐겨보는 유튜브 방송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글 쓰는 명목은 취미도 바뀌게 했다. TV 시청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부터 서서히 멀어졌다. 오래전에는 일부러 연속극을 많이 봤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보다는 인간의 탐욕이 전개되는 과정을 관찰했다. 한 일 년 간 채널을 돌려가며 관찰한 결과는 식상하여 연속극을 졸업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방송은 EBS의 인문학 강의나 KBS의 '역사 스페셜', 또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과 영화가 전부인 것 같다.


딸의 아파트에는 TV가 아예 없다. 글을 쓰며 제시하는 근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자료를 찾다 보면 유튜브까지 연결되었다. 선호하는 내용이면 따로 시청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근래 '유튜브 따라 하기'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손자와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글 쓰는 것도 새벽에 일어나서 쓴다. 낮에는 손전화기도 들여다보기 어렵다. 손자가 달려들어서 눈을 반짝이며 몰입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이다.


108일 글쓰기의 댓글은 주말을 통해서 쓴다. 슬쩍 확인하는 순간은 화장실에 앉을 때다. 그리고 손자가 낮잠 자는 시간이다. 이때도 거의 들여다보기만 하는 형편이다. 손자가 주무시는 시간은 나도 잠을 자야만 한다. 함께 잠을 자지 않으면 체력적으로 상당히 피곤하다. 그러니 유튜브를 시청한다거나 내가 유튜브 방송을 하기 위해 배운다는 것은 상당한 시일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유튜브를 통해 KBS에서 방영했던 '역사 스페셜'을 다시 본 것이 하나 있다. 이것은 오래전 내가 보았지만 기억 저편으로 떠나버려 따로 시간을 내어 시청했다. '경주 김 씨'의 내력을 추적하면서 밝혀지는 역사적 사실이 굉장히 흥미진진하였다. 역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남편 성씨(姓氏)에 대한 고찰이어서 내 자식의 뿌리 교육을 위해 진지하게 시청했다.


남편은 전주 김 씨이다. 신라의 마지막 경순왕은 경주 김 씨다. 태조 왕건이 경순왕에게 전주 땅을 식읍지로 내리면서 이때부터 경주에서 전주로 분관하게 되었다. 내 남편과 자식들은 결국 경주 김 씨인 것이다. 그런데 이 경주 김 씨의 시조가 흉노족이었다. 흉노(匈奴)는 내가 '오랑캐'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네이버에서 '오랑캐는 야만스러운 종족이란 뜻으로 침략자를 업신여겨 이르던 말'이라고 나온다.


침략자는 경주 김 씨의 조상이다. 문무대왕 능에서 판석이 발견되어 한자 명문을 해독하였다. 명문(銘文) 첫 글이 중국 한(漢) 나라의 '투후 성한왕'의 자손이라는 것이다. 그럼 성한왕은 어떤 분인가. 그는 기원 전 209년에 즉위한 흉노족의 2대 묵돌 선우(冒頓單于)의 아들, 즉 태자인 일제의 5대 후손이었다.


무제는 흉노족 정벌에 곽거병을 기용한다. 곽거병이 김 일제의 아버지 휴도왕을 죽이고, 알씨(閼氏, 왕비)였던 어머니와 동생 윤(倫)과 일제를 포로로 잡았다. 묵돌 선우의 태자인 일제가 암살당할 위기에서 한 무제를 구해준다. 이에 무제는 일제에게 '투후'라는 벼슬을 내리고 가장 아끼는 신하로 측근에 두었다. 무제는 흉노족의 제천금인(祭天金人, 금으로 사람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에서 일제에게 '김(金)'이라는 성을 하사한다. 임금이 신하에게 성을 내리는 것을 사성(賜姓)이라 한다.


일제의 5대 후손이 투후를 다시 받아서 제후국의 왕이 되었다. 5대 후손 성(星)이 성한왕(星漢王)이라는 것이다. 신라의 시조인 김 알지가 바로 성한왕이라고 밝혔다. 일제의 아버지가 항복하지 않고 죽었으므로 일제와 어머니, 동생은 모든 직위가 몰수되어 궁중의 노예로 말을 길렀다. 일제는 무제의 말을 키우며 어느 기회에 실력을 인정받고, 무제의 암살을 막아서 투후(秺後)라는 벼슬을 받게 된다.


그러다 후일 일제 차남의 손자 당(當)이 투후로 봉하여져서 일제의 뒤를 잇게 된다. 다시 당의 아들이 투후를 계승하니, 투후는 제후국의 왕이 되었다는 말이다. 한나라는 유방이 세운 왕조다. 200여 년 만에 왕망에게 나라를 뺏긴다. 그런데 왕망은 일제의 후손 당(當)의 이모부였고, 이 당시 당은 투후였다.


왕망은 신나라를 세웠다. 왕망의 외가인 투후 김 씨 세력이 깊숙이 개입하였다는 사실(史實)은 '한서 왕망전'에 나온다고 한다. 왕망은 유 씨들의 저항에 부딪혀 15년 만에 멸망했다. 김 씨 계열은 정치 실세가

되어 신나라의 요직을 맡고 있었으나 왕망의 살해로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았다. 김 씨 계열의 필사적인 탈출은 불을 보듯 훤하다.


왕망 때 사용했던 오수전(五銖錢)과 화천(貨泉)이 오늘날 중국의 요서와 요동, 한반도의 평양 등 서북부와 김해 및 제주도 그리고 일본 규슈 일대까지 광범위하게 출토되는 것은 김 씨 계열의 이주 흔적이라고 한다. 또 진의 시 황제가 사망하면서 태자의 일파들이 흉노 땅으로 피신했다. 흉노는 제국을 이루어 한나라를 위협하다 기원전 2세기에 막을 내렸다. 흉노의 일제 후손들은 정치 소용돌이에서 한반도로 건너와

신라, 가야에서 1,000여 년 번성했다. 신라가 고려에 넘어가자 마의태자의 일파들이 만주로 가서 1115년 금나라를, 그리고 1616년에는 청나라를 세웠다. 나는 유튜브에 관련된 글을 쓰다가 남편 성씨의 근본을 파헤치며 새롭게 지식을 쌓았다.


역사는 연기(緣起)다. 인연 따라서 일어났다가 시절 인연이 다하면 멸하는 것이 역사다. 역사는 소멸하면서 승자의 기록을 남겼다. 그 승자의 기록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 내가 지나간 시절 인연을 되새겼다. 생겨나야 할 원인이 있었으므로 스러져야만 하는 결과가 발생된다. 원인과 결과의 중간에는 그때의 '상황'이라는 시절 인연이 개입한다. 좋은 인연이 도래하면 선한 결과가, 악연이면 소위 말하는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이다.


유튜브 방송이라는 글의 주제와 살짝 엇박자가 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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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 혜.


대문 사진: 경주에서 여름 휴가를 늦게 보냈다. 공사 중이던 역사의 현장을 더듬으며 첨성대로 이동하면서 찍었다. 글을 쓰고 사진을 보니 마치 신라의 경순왕이 고려에게 항복하여 시대적으로 암울했던 느낌이 들었다.


아래 사진: 첨성대로 향하면서 메모를 하지 않아서 정확한 지 모르겠으나 알영정인 것 같다.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111214652




댓글 8 공감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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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go Oct 09. 2020

글 잘읽었습니다

완전 수준짱이십니다
저는어려워서 다 이해는 못하고 쉬운것만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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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09. 2020

@gogogo

고맙심더~
빨간 한글날이라 집에서 글을 완성하여 올리고,
바로 고고고 님에게 답글을 쓸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오늘 잘 보내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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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신 Scott Park Oct 11. 2020

역사스페셜이 유튜브에 올라와있군요. 찾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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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1. 2020

@박유신 Scott Park

지금 답글을 쓰는 중이라서 바로 유신 님 브런치로 이동할까 봐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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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나무 Oct 11. 2020

역사는 연기다, 시절 인연이 다하면 역사는 멸하는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말씀이군요.

남편과 아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데 저는 소설과 에세이에 더 끌리는 타입입니다.^^
작가님께서 선호하시는 분야를 알게 되었어요. 최태성씨의 '역사의 쓸모'라는 책을 사다놓고 꽂아두고만 있네요. 오늘 첫 페이지를 펴보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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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1. 2020

@혜나무

방금 혜나무 님 글을 읽고 댓글 쓰고 왔어요.
일요일인데도 답글과 댓글을 쓰느라 여념이 없네요.
그런데 혜나무 님 글은 블로그로 가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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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11. 2020

유튜브로 주로 역사 채널을 많이 보시는군요. 저도 집에 티비가 없어서 역사 지식은 유튜브로 소화시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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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2. 2020

@공대생의 심야서재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거의 안 보는 수준입니다. ㅎㅎㅎ
오죽하면 공심님의 유튜브도 못 보겠습니까.
손자가 좀 크면 공심님 채널부터 봐야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Oct 09. 20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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