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08배를 하는 넷째 토요일이다. 딸랑 3명이 참석했다. 법당에 자주 오는 병사들은 108배하는 날인 줄 안다. 그런데 다들 싫어하는 눈치가 보였다. 병사들 마음은 법당에 가야 하지만, 아무 일 없는 일요일 오전, 잠을 더 자고 싶을 것이다. 거기다 108배하는 날이니 몸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서 잠을 더 잔다고 병사들이 말했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코로 냄새를 맡아 혀로 맛보고, 몸으로 느끼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감각기관이 보고 느낀 대로 행동하는 것이 이 시대의 병사 또래들이다. 한창 호기심 많고 겁이 없을 때다. 그리고 몸과 마음은 편안하고, 감각적인 것만 추구한다. 병사들이 모여 앉으면 "어느 사단은 힘들고, 어디는 편안하다더라" 하는 일 없이 수월한 곳을 말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불교공부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감각적인 대상에 이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 명상과 절을 한다. 나는 불자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삶을 지속하려면 108배를 권한다. 두 손바닥은 바닥을 짚으므로 심장, 또 지면에 닿는 발바닥은 신장기능이 자극된다. 세계 과학자들이 108배를 하면 심신이 활발해진다고 이미 증명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집이나 가까운 절, 조용한 곳에서 18분만 투자하면 하루가 충만할 것이다.
나는 염주보다 ‘나를 깨우는 108배’ 소책자를 소리 내서 읽으며 절을 했다. 절을 하면서 바르게 사유(正思惟)하는 시간이 되었다. 108배를 하면서 한 번이라도 어머니의 마음을, 아픈 사람, 고집 센 사람, 무시하는 마음, 거짓말하는 태도, 욕심내는 마음 등 글의 내용을 느껴 보라는 뜻이다. 그런데 병사들은 오지 않았다.
나는 39년 전 불교에 귀의했다. 친정어머니가 교회 성가대 크리스마스 합창 연습하다 태기를 느껴서 낳은 딸이 나라고 종종 말씀하셨다. 소위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모태신앙인'이다. 그런데 예배당에 가서 앉으면 편안하지 못했다. 정신적인 배회를 하다가 혼인하였으나 남편과도 원만하지 못했다. 시어머니가 절에 나가보라고 권하여서 인연이 되었다.
108배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염주를 양손에 잡고 한 알씩 넘겨가며 했다. 절이 단순했던지 어느 순간부터 잡념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온갖 과거의 일, 현재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찰나에 사라졌다가 일어났다. 불교 TV나 불교방송 BBS에서 조석으로 108배 방송하는 것을 보며 따라 하기도 했고, 그 내용을 따로 타이핑해서 음미해보았다. 1~60번까지는 참회하고, 61~80번은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81~108번은 발원(發願)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편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중부전선 휴전선 어느 지역을 지키는 부대 지휘관을 하였다. 보름마다 집에서 하루 밤을 자고 부대가 있는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이 당시 휴전선에는 지뢰가 매설되어 있어 부대마다 제거작업을 하였다. 연일 이곳저곳에서 지뢰가 폭발하여 살상(殺傷) 피해가 자주 일어났다. 사고 부대장은 책임을 떠안고 보직이 해임되었다.
불교에 귀의하여 불과 몇 개월도 되지 않아 전방 철책부대 관사로 이사를 하였다. 남편이 없는 밤마다 법요집을 펼쳐 놓고 108배를 하였고, 불경을 독송했다. 간절한 신심으로 불타올랐던 시절이다. 그곳 관사에 사는 부인네들은 모두 한 마음이었다. 지뢰가 어느 곳에서 터질지 몰라 모두 불안했다. 그리고 지휘관은 책임을 져야 했으므로 진급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니 종교를 가진 아내들은 각자 방식대로 기도와 신행생활에 열심이었다.
편안하고 안일한 사람은 아쉬울 것이 없다. 그들에게 종교는 의지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거나, 마음이 절벽을 마주하고 섰거나, 사면초가로 정신적 압력을 받는 등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할 경우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진다. 나는 그랬다. 그렇지만 우리 병사들이야 월급에, 집에서 용돈이다, 밥이다, 잠자리 및 여러 가지가 해결된다. 부대에서 적응만 잘하면 제대한다. 또 월급도 준다. 이러니 법당에도 마음 내키면 나오고, 아니면 컴퓨터 방으로 가버린다.
명색이 지도법사인 나는 붓다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흔들리는 세파에서 돛대를 잡고 있도록 하고 싶었다. 나는 병사들이 오지 않으면 속을 많이 끓였다. 나의 속을 끓여서 될 문제가 아닌 것이 남의 마음이었다. 특히 병사들(부대 일정으로, 개인적인 사정). 나의 경험을 토대 삼아 병사들이 자주 법당에 나와서 심신을 맑히고 갔으면 했다. 그것은 나의 욕심이었고, 내 마음도 제대로 붙잡지 못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잡으려고 안달하였다. 108배를 하면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