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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Jul 02. 2020

물난리 속에서

아름다운 마무리 11


    지구의 온난화로 기후의 변동이 심하다. 내가 있는 아파트는 15층 건물인데, 요즘 여기서 보니까 매일 바람이 불다시피 한다. 딸 집은 남서향이며 11층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깃발의 움직임부터 본다. 그런데 깃발이 매일 드세게 날리고 있다. 그리고 주변의 나무들을 보면 마구 흔들리고 있다. 그것들을 쳐다보면서 산을 뭉개버린 그 자리에 산의 높이보다 더 높을 정도로 건물이 들어선 이후 대류현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는 무거워서 아래로 내려오는 순환이 되지 않고 있다. 차고 무거운 공기는 아래서, 가볍고 따뜻한 공기는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겨울에는 매섭게 찬 바람이 아파트 사이에서 불어대고, 여름에는 더운 열기와 오염된 공기와 복사열이 더위를 증폭시킨다. 그러니 냉방기를 중단할 수 없다. 



 비가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국지성(局地性) 호우나 폭우로 변한다. 도로에 빗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다. 작가가 '물난리 속에서' 원고를 쓸 때도 물난리가 났던 모양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특성을 표현한 문장이기도 하고, 작가가 물난리의 원인을 피력한 문단을 필사하면, 




  "자연의 대명사인 산천(山川), 즉 산과 강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은 원천적으로 곡선을 이루고 있다. 해와 달이 그렇고 지구가 그렇다. 산맥의 흐름과 산자락과 강줄기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마치 우주의 유장한 호흡과 같다.

  자연의 이와 같은 호흡과 체질을 무시하고 사람들은 길을 내고 둑을 쌓으면서 눈앞의 경제성만을 내세워 직선을 고집한다. 길을 내고 집을 짓기 위해 산자락을 직선으로 깎아내린 그 절개지의 결과가 산사태를 불러오고 물난리를 가중시킨다. 

  강물의 흐름도 굽이굽이 돌아가면서 흘러야 유속을 억제할 수 있는데 강바닥의 돌까지 있는 대로 걷어 내고 직선으로 강둑을 쌓기 때문에 강물은 성난 물결을 이루면서 닥치는 대로 허물고 집어삼킨다."



  '4대 강 사업'이 이루어지던 그때 내가 겪었던 사건이다. 지인의 가게에서 모임이 있어 나도 끼이게 되었다. 나는 '4대 강 사업'을 작가가 피력한 것처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임에서 반대하는 원인과 이유를 표명하면서 지지하지 않는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마침내 옆에는 대구에서 저명한 분이 앉았다가 자기도 반대한다고 살짝 내게  말했다. 눈치 보느라 입을 뻥긋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저거 빨개이 아이가?"라는 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좌중에 냉기가 돌았다. 내가 남의 가게에서 싸움날 발언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의사를 밝히는 마당에 '빨개이'가 왜 나오냐고. 왜에. 순간 '싸워보나, 참아내느냐' 갈등이 일어났다. 일부러 소리 내어 웃으며 "헤헤헤,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서는 36계 줄행랑이 최고 인기라." 하면서 뒤로 빠졌다. 뒷날 그 발언자를 나 혼자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아주 정중하게 덖음차를 우려서 대접했다. 머릿속에는 따지는 것보다 나의 올바른 언행이 그를 부끄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었고, 단지 점잖게 차만 마시고 주인도 보지 않은 채 떠났다. 



⁠  우연이지만 작가와 생각이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서평을 쓰면서 매번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 어떤 흠을 찾아서 비평할 거리가 없다. 나의 생각을 대신해 유려한 글 솜씨로 대신 나타내 주었다는 기분이 느껴질 정도다. 덕분에 대충 읽고 넘어간 이 책을 샅샅이 읽고 있다. 



  "미국 독립 2백 주년을 기해 원주민인 이로쿼이 인디언 연맹은 이런 성명서를 발표했다. 

⁠  우주에는 우리를 다른 생명체들과 이어 주는 기운이 있다. 우리 모두는 대지의 자식들이다. 우리가 지진과 홍수 등 온갖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것은 사람들이 어머니인 대지에 많은 상처를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을 존중할 때만이 당신들은 성장할 수 있다. 이 대지는 인간 생존의 터전이며 우리 다음에 올 여행자들을 위해 더럽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다음의 필사한 문장은 마지막 문단이기도 하다. 



 ⁠"어머니 대지의 물과 공기, 흙, 나무, 숲, 식물, 동물 들을 보살피라. 자원이라고 해서 함부로 쓰고 버려서는 안 된다. 보존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대지를 보살필 때 대지도 우리를 보살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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