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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Jul 06. 2020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아름다운 마무리 13

  어느 해 늦가을에 이 글을 쓰신 것 같다. 한 친지가 새 집으로 이사하여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도솔암(兜率庵)이라 칭한다는 반가운 사연을 받았던 모양이다. 


  "도솔암(兜率庵)은 도솔천에서 비롯된 말로 그 뜻은 지족천(知足天), 즉 만족할 줄 알고 살면 그 자리가 곧 최상의 안락한 세계라는 뜻이다. 온갖 얽힘에서 벗어나 알을 꺠고 나온 새처럼 훨훨  날 수 있다면 그곳이 곧 도솔암의 존재 의미일 것이다."


내 마음에 와 닿은 문장,


  "누구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 그런 소원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한 인간으로서 가정적인 의무나 사회적인 역할을 할 만큼 했으면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 남은 세월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어차피 인간사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홀로 남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올 때도 홀로 왔듯이 언젠가는 혼자서 먼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엄연한 삶의 길이고 덧없는 인생사이다."


아랫글은 우리들이 세상을 살면서 꼭 필요한 말씀이어서 필사를 해보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나이 들어서도 젊은 시절이나 다름없이 생활의 도구인 물건에 얽매이거나 욕심을 부린다면 그의 인생은 추하다. 어떤 물질이나 관계 속에서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두면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도 크게 흔들임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와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오늘 오후에 가까운 분이 별세하였다. 한 열흘 전 그 부인이 내게 전화를 하였으나 손자 때문에 받지 못했고 늦게 부재중 전화로 알게 되었다. 다음 날 딸이 출근하던 시간에 손자를 업고 산책하며 전화를 해봤다. 삼십 년도 더 지난 과거 일로 "악이 오를 대로 올라서 독만 남았다."라고 손전화기를 들고 있기 괴로울 정도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분은 과거일도 현재 일처럼 막힘 없이 풀어냈다. 내가 몇 차례 들은 이야기지만 어쩌면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보탰으면 보탰지 하나 빼지 않고 잘도 읊었다.

 


  나는 내 아이들과 전화를 해도 '됐나, 됐다' 식이다. 그래서 전화도 자주 하지 않는다. 내게 연락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지도 않는다. 그런데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길어지니 내가 중간에 손자를 핑계로 끊는다며 중단시켰다. 나는 말을 참 못 하는 사람이다. 못한다는 뜻은 적재적소에 적당한 말을 머리 써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쑥불쑥 느낀 대로 생각 없이 하는 사람이다. 영리한 딸은 이런 내가 못마땅하여 뒤따라 다니며 지적이다. 불교를 공부하면서 구업(口業)을 짓지 않으려고 입을 닫는 경우가 많다. 이즈음에는 함부로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말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무척 쓴다.



  그런데 전화기 속에서는 구업이 쌓이고 있었다. 내가 중단시켰지만 다른 어떤 누구에게 화풀이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어떤 물질이나 관계 속에서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와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나는 그분에게 이 글을 들려주고 싶다. 아니, 모르는 분이 아니다. 남편이 떠났으니 어쩌면 자기 탓이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 또한 점잖은 말이나 글은 쓰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 어려워진다.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더 공부하고 성숙해져야 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간에 항상 배우고 익히면서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누구나 삶에 녹이 슨다.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삶의 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자신을 묵혀 두지 않고 거듭거듭 새롭게 일깨워야 한다. 이런 사람은 이다음 생의 문전에 섰을 때도 당당할 것이다."


  내가 새겨들어야 할 문장이라 옮겨 적어봤다.  


  

시계 넝쿨 꽃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02311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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