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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Jul 09. 2020

자신의 그릇만큼

아름다운 마무리 16

 ⁠"자신의 그릇만큼"은 ⁠'아름다운 마무리' 121쪽에 나오는 글이다. 3 문단은 교훈적인 글이라  옮겨 적어보면,


  "계절이 바뀌면 달력만 넘길 게 아니라 낡은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을 마련할 줄도 알아야 한다. 고정불변, 똑같은 되풀이는 삶을 지겹게 만든다. 현재의 나 자신은 과거의 나 자신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날마다 새로운 날일 수 있다."


  작가는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역사가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1830년대에 미국을 돌아보고 국민들의 영혼을 잠식하는 예상치 못한 병을 진단했다고 한다. 토그빌이 말하기를, 프랑스는 자살률 증가, 미국은 자살보다 광증이 다른 어느 곳보다 심하다고 지적했다.


  나는 군법당에서 병사들에게 자살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해주는 편이다.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계 하나라도 제대로 알면 세상살이가 수월하리라 판단하여 그렇게 법문을 했다.


  오계(五戒)의 제1계는 "살아 있는 것들을 해치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십계명(十誡命)은 "살인하지 말라"다. 살아 있는 것이므로 '살생하지 말라'고 대승불교에서는 기독교 식으로 표현했다. 어찌 되었건 살아 있는 것들을 해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이며, 강제성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법문 시작 전에 병사들에게 먼저 질문을 한다. "자살(自殺)하는 것은 살생에 속할까, 아닐까요?"라고. 당연히 대답은 없다. 자살을 한자로 보면 스스로 자(自), 죽일 살(殺) 즉 스스로 죽인다는 말이다. 


  붓다는 자살하면 즉시 지옥행이라고 했다. '즉시'를 부처님의 표현으로 하면 '팔꿈치를 폈다 오므리는 사이"에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결론은 자살하자마자 지옥 간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병사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놀라는 눈빛을 역력히 보았다. 업에 대한 결과가 지옥에서 다할 때까지 지옥을 벗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자살은 자신을 죽이는 살생을 했으므로 지옥 신세를 면치 못한다. 놀란 병사들에게 생활관으로 돌아가면 심적인 고통을 받거나, 부대 생활에 적응 못해서 방황하는 친구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라고 한다. 그리고 따뜻하게 위로하고 인정해주라고 당부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2000년대도 아닌 1830년대에 자살과 광증이 문제가 된다니 믿어지지 않는 말이다. 하긴 미국은 남다른 역사를 가진 나라다. 잘 살고 있는 인디언들을 무력을 앞세워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아내고, 죽여가며 들어선 나라가 미국이다. 그러니 광증이 걸리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광증(狂症)은 사람이 미치는 것을 말하며 짐작컨대 살생을 많이 하여 그런 과보를 받았다고 추측해본다.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인데 나는 죽어보지 않아 지옥은 모른다. 단지 광증 그 자체가 지옥이다. 살아 있으나 살아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다.  


  작가는 "현대인들은 이전에 비하면 다들 가질 만큼 가지고 있는데도 삶에 대한 회의와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모든 생명이 새 움을 틔우는 이 화창한 봄날에 어째서 멀쩡한 사람들이 생을 포기하고 도중하차하려고 하는가." 하면서 


  내가 필사한 문장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지, 전도된 가치관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삶이 매우 아깝다. 진정한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을 부라고 잘못 알아서는 안 된다. 부는 욕구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작가의 마지막 문단은 나의  글의 마무리다.


  "우리가 적은 것을 바라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가진 것을 다 가지려고 하면 우리 인생이 비참해진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몫이 있다. 자신의 그릇만큼 채운다. 그리고 그 그릇에 차면 넘친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 안에서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진정한 부자이다. 이 봄에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사진: 정 혜.



대문 사진: 잔디 위에 떨어진 능소화.


아래 사진: 무화과.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0263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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