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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Jul 13. 2020

어느 암자의 작은 연못

아름다운 마무리 17

  첫 문단부터 꽃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향기 나는 꽃을 좋아하여 손전화기 앨범에는 90%가 꽃이다. 작가가 멋지게 묘사를 하여 일단 필사부터 해봐야겠다. 둘째 문단은 5일장(葬)을 치른 그분이 생각나서 필사를 했다.


  "요즘 산자락에는 산국이 한창이다. 꽃의 모습도 야생화답지만 그 향기가 가을꽃 중에서는 일품이다. 두어 가지 꺾어다가 햇살이 비껴드는 오후의 창가에 놓아두니 은은한 산국의 향기로 방 안이 한층 그윽하고 고풍스럽다.

  철 따라 그 철에 어울리는 꽃이 피어나는 것은 자연이 지니고 있는 신비다. 이 자연의 오묘한 신비 앞에서 아름다움의 뒤뜰을 넘어다본다. 요즘 세상에서는 다들 돈타령, 경제 타령만 하느라고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이나 관심 갖는 것으로 여긴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철부지를 1) 철없는 어린아이. 2) 철없어 보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어른이 돈타령, 경제 타령이지 아이들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였고, 철부지 같은 행위가 진실인지 모르지만 우매한 결론을 내린 지식인이라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나와 생각이 같지 않으면 적대시하는 그런 극단적인 사고자(思考者)도 철부지다. 어른답지 못하다는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타령, ~타령을 하느라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무지해서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점잖게 나무라고 있다.


⁠  붓다는 오계(五戒)를 중시하고 잘 지키면  다섯 가지의 이익이 있다. 1) 게으르지 않은 결과로 큰 재물을 얻음,  2) 좋은 평판이 퍼짐,  3) 그 어떤 무리에 들어가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들어감,  4) 죽을 때 당황스럽지 않게(이성을 잃지 않은 채) 죽음,   5) 죽은 뒤에 좋은 곳, 하늘 세상에 태어난다고 설하였다.


  붓다는 친절하게 오늘날까지 가르침을 전하고 있건만, 우매한 지식인들은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 뉘우침은커녕 '죽으면 만사 끝'이라는 듯 생을 스스로 마감하고 있다. 나라의 지도자급들이 국민들에게 좋은 행위는 보이지 못하더라도 이런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철없다는 것이다. 만인으로부터 수모를 당하면 견뎌낼 수 없으므로 단순하게 '나 하나로 끝내자'? 어떻게 하나로 끝이라는 말인가. 처자가 겪을 충격은, 형제들이, 지인들이, 지지자들과 그의 이름을 아는 국민들 모두가 극단적인 선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는 계를 경시한 결과로 1) 재물을 잃을 것이고, <또 명예와 명성이 추락할 것이다>. 2) 나쁜 평판이 퍼짐, 3) 어느 무리에 들어가더라도 자신감 없이 풀이 죽은 채 들어감, 4) 당황스럽게(이성을 잃은 채) 죽음, 5) 죽은 뒤에 상실과 비탄의 상태, 비참한 존재, 벌 받는 상태, 지옥에 태어난다고 <앙굿따라 니까야(AN5.213-계(戒)경/(디가니까야(DN.33.8-합송경,다섯으로 구성된 법들)> 경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전을 뒤져서 자세하게 쓰는 이유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을 죽이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오계나 십계명을  자세하게 음미하여 보라. 그리고 실천하면 정말 좋겠다. 고인도 고소한 여성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정중히 사과하고 현명한 수습을 했어야만 했다. 잘못 인식된 개념으로 무장한 지식인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남쪽에 내려가 어느 암자에서 쉬며 뜰에 있는 연못을 보면서 아름다움이 뭐라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고 했다. 그 문단이 아름다워서 필사를 또 했다.


  "그 작은 연못은 아름다움의 한 요소인 '여백의 미'를 지니고 있었다. 덜 채워져 좀 모자란 듯한 구석, 그립고 아쉬움이 따르는 그런 운치를 지닌 사랑스런 연못이었다. 홈대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적막한 산중의 분위기를 한층 적막하게 했다.

  나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그 연못가에 앉아 저 미륵반가사유상이 지닌 고요와 평안과 잔잔한 미소를 머금곤 했었다. 연못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정한 노송이 서너 그루 있는데 앞산에 달이 떠 가지에 걸릴 때 연못에 비출 그 황홀한 아름다움은 상상만으로도 족했다.

  또 아름다움에는 어디에도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이런 시가 있다.


    대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 일지 않고

    달이 연못 속에 들어가도 물에는 흔적 없네


  바람에 일렁이는 대와 뜰과 달과 연못이 한데 어울리면서도 서로 거리낌이 없는 이런 경지가 아름다움이 지닌 오묘한 조화이다."


  "그러나 나 자신이 지닌 아름다움은 가꾸지 않으면 솟아나지 않는다. 나 자신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이웃과 고락을 함께하면서 즉 이웃과 나누는 일을 통해서 나 자신을 시시로 가꾸어야 한다. 인정의 샘이 넘쳐야 나 자신의 삶이 그만큼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가리켜 시들지 않는 영원한 기쁨이라고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동초 꽃과 더덕 꽃 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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