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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뤼 Jul 20. 2018

메타포를 읽다보면 재밌는 영화

물이 가지는 상징성 해석, 호텔 아르테미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영화 <호텔 아르테미스>의 설정


호텔아르테미스의 상징인 네온사인 간판. 밤 중에도 가장 밝고 눈에 띄는 장소이다.

<호텔 아르테미스>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인 2028년 6월 21일 수요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를 배경으로 삼았다. 물공급이 원할하지 않아 민영화를 하게 되고, 물부족으로 단수를 하게 되자 폭동이 일어나고 경찰이 이를 진압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식수를 얻기 위해서 싸우는 영화는 아니지만, 물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물의 상징적 의미는 아래에서 더 설명하도록 하겠다.

영화 주인공 역할을 맡은 간호사 진 토마스(조디 포스터 님)는 범죄자들을 치료해주는 전용 병원 호텔 아르테미스를 총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호텔 아르테미스는 다쳤지만 경찰에게 쫓겨 일반 병원을 사용할 수 없는 범죄자를 치료해주는 불법 의료기관이다. 이곳은 위험천만한 범죄자들이 이용하는 곳인 만큼 호텔 이용에 따른 나름의 운영 철칙이 있다.  입장 전 운영 규칙에 동의해야 하며, 손목에 심어져 있는 칩을 통해서 멤버십 체크를 한다. 무기를 가지고 있거나 회원이 아닌 대상은 호텔 아르테미스 내부에 들어올 수 없다. 

※ 호텔아르테미스 운영규칙
1. 타 환자 살인 금지
2. 직원 모욕 금지
3. 무기 소지 금지
4. 외부 음식, 마약 금지
5. 면회 금지
6. 기물 파손 금지
7. 코드명 항시 사용
8. 반려동물, 드론 출입 금지
9. 복도 싸움 금지
10. 스포츠맨쉽 유지
11. 암살 금지
12. 난동 금지


#2. Too much metaphor


영화 설정에서 물부족을 다룬 것과 달리, 호텔 아르테미스는 물과 관련된 요소가 많다. 호텔 안 객실은 물과 관련된 휴양지로 구성되어 있다. 호텔 투숙객들은 그들이 묵고 있는 객실명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물이 부족해서 폭동을 일으키는 밖에 사람들과 달리 이 호텔에 묶고 있는 투숙객들은 물이 풍족한 도시의 특색에 맞춰진 성격을 띄고 있다.

아르테미스 등장인물 간 관계도
호텔 아르테미스 객실 이름
니스(항구)/아카풀코(항구)/와이키키(해변)/호놀룰루(항구)/나이아가라(강)

객실 이름과 투숙객을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니스'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프랑스 최대 휴향지이자 이탈리아와 모나코를 잇는 항만도시이다. '암살자 니스'(소피아 부텔라 님)는 호텔에 있는 인물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고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연인 관계였음을 생각하게 해주는 와이키키(스털링K. 브라운)와 니스(소피아 부텔라)의 캐미

'아카풀코'는 멕시코 서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미국 유명인사들의 별장들이 많이 모여 있는 휴양지이다. 특히, 라 케브라다(La Quebrada)라는 절벽 다이빙을 즐기는 장소로 많이 알려져 있다. 무기상 아카풀코(찰리 데이 님)은 겉모습을 중시하고, 자신보다 재산이 적은 사람을 우습게 보는 자기중심적 사고로 똘똘 뭉친 캐릭터이다. 아카풀코라는 도시가 그런 성격을 지녔기 보다는 부유함과 자본주의의 정점에 선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기에 비유가 된 것 같다. 아카풀코는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따위는 없는 철저히 이기주의적인 캐릭터다.

안구 주변이 다쳐 아르테미스에서 치료를 받는 아카풀코

'와이키키'는 하와이 '호놀룰루' 근처에 있는 해변이다. 영화에서는 총상을 입고 함께 호텔을 찾은 형제가 와이키키와 호놀룰루를 배정받는다. 하와이의 상징인 와이키키와 호놀룰루는 휴양지와 교통중심지로서의 보완적인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에 경찰과 총격신이 발생할 때, 호놀룰루에게 날아오는 총을 와이키키가 막아서는 장면이 나온다. 혼자서는 난관을 이겨낼 수 없는 호놀룰루(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님)는 실력좋은 와이키키(스털링 K. 브라운 님)에게 늘 의존한다. 와이키키는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실력이 있지만, 그의 발목을 붙잡는 호놀룰루를 챙기다보니 은행 강도 밖에 못하는 실속없는 캐릭터다. 반면 호놀룰루는 와이키키의 발목을 붙잡지만, 와이키키를 돋보이게 하는 캐릭터다. 이 둘의 영화 속 설정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두 도시의 관계와 유사하다.

은행 강도 실패한 뒤, 경찰과 맞부딪혀 놀란 와이키키와 호놀룰루

'나이아가라'는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있는 많은 지역을 이어주는 큰 강(면적 약 67만㎢) 이다. 영화에서 나이아가라(제프 골드브럼 님) LA 전역에 영향력이 있는 갱스터 두목이다. 범죄자들 사이에서는 일명 울프킹이라고 불리며 악명이 꽤 높은 편이다. 범죄자들마저도 벌벌 떨게 만드는 큰 손인 그는 호텔 아르테미스의 실질적 주인이다. 이 시설을 만들자고 진 토마스(조디 포스터 님)에게 제안을 했고, 의료기기와 건물 임대료 등으로 투자를 한 인물이다. 범죄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은 추적하여 바닷물에 빠뜨리는 규칙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가 총상을 입고, 아르테미스를 찾는다.

총상을 당해 아르테미스를 찾은 나이아가라

범죄자를 위한 만들어진 호텔 아르테미스는 간호사 '진 토마스'(조디 포스터 님)과 건강관리사 '에버레스트'(데이브 바티스타 님)에 의해 운영된다. 간호사 '토마스'는 22년간 아르테미스를 운영하며 범죄자들을 치료해왔다. 그녀가 아르테미스에 오게 된 배경은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으면서 부터이다.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공황장애가 생겼고, 술에 쩔어살다가 알콜중독자가 되었다. 폐인 상태가 된 그녀는 의료인 자격이 박탈되었고, 오갈데가 없는 신세가 된다. 그런 그녀에게 나이아가라가 아르테미스를 만들자고 제안하였고, 토마스는 이를 받아들여 아르테미스의 총관리인이 된다. 누군가를 구해주는 것이 소질이나 의료인 자격이 박탈되어 의료시술을 할 수 없던 토마스에게 아르테미스 관리직은 솔깃한 제안이었다. 결국 토마스는 지하세계 범죄자들을 치료하는 병원의 수장이 된다.

신화 속 인물, 아르테미스는 태양신 아폴론의 쌍둥이 형제로 달의 여신이라고 불린다. 또한, 육체적 정신적 순결을 상징한다. 어두운 범죄자를 치료하고, 범죄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규칙과 규율이 지키는 것이 중요했기에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을 사용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에버레스트'는 토마스가 멤버십이 있는 대상만을 치료한다는 아르테미스의 규칙을 깨고 생명을 구해준 뒤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아르테미스의 건강관리사가 되었다. 에버레스트는 물과 관련된 휴양지 이름이 가득한 아르테미스에서 유일하게 산 이름을 갖고 있다. 그는 아르테미스에서 전기가 나간 것을 수리하는 역할부터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역할까지 다양한 일을 관장한다. 즉, 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일들은 모두 담당하는 것이다. 흘러가는 물을 담고 있는 캐릭터들과 달리 항상 제자리에서 아르테미스가 운영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캐릭터다.

경찰이자 토마스의 옛 이웃사촌인 모건(제니 슬레이트 님)을 아르테미스 내부로 들이냐를 옥신각신하며 논의중

히어로즈의 사일러, 스타트렉의 스팍으로 친숙한 재커리 퀸토가 맡은 일리야는 울프킹 나이아가라의 아들 역할이다. 그는 거대 조직을 이끄는 그의 아버지와 달리 감정적이며, 머리회전도 빠르지 않다. 영화 속에서 감정조절을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다. 그냥 아빠 잘 만나서 조직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캐릭터이다. 재커리 퀸토라는 배우 활용이 충분치 못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분노로 토마스에게 칼을 겨누는 일리야(재커리 퀸토 님)

영화 속 사건은 모두 하룻 밤 사이에 발생한다. '일상적인 수요일'이라고 이야기하는 토마스의 대사와 달리 평소와 다른 사건이 너무 많은 하루였다. 토마스는 과거 이웃사촌이던 경찰을 구해주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전에 알고 지내던 사실과 다른 사실을 알게 된다. 10년 전 자동차 사고로 잃은 그녀의 아들은 사실 익사였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그녀의 아들 보우는 울프킹 나이아가라의 차를 훔쳤고, 보우가 훔쳤다는 것이 들통나게 되자 나이아가라가 우연한 차사고를 위장하여 보복한 것이다. 나이아가라는 본인에게 위해를 가한 대상을 익사시켜버리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본인에게 피해를 입힌 대상을 찾아 익사시켜버리는 갱스터 두목 나이아가라는 67만㎢ 면적의 거대한 강 이름의 호텔 객실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그가 저지른 죄악이 흘러 흘러 그에게 돌아온 것이다.



#3. 위기가 다가온다. 남을 것인가? 문을 열고 나갈 것인가?


이 영화에서 니스는 "소질은 내 맘대로 정할 수 없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니스의 표현대로 소질이란 그 동안 살아온 관성을 따른다는 것이다. 즉, 변화보단 익숙한 것을 택한다고 할 수 있다. 동일한 결정을 여러 번 하게 되면, 패턴이 되고 나아가 선호/취향이 된다.

사람들은 각자의 관성에 따라 산다. 물이 흘러가듯 자기 만의 법칙/규율에 따라 산다. 규칙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를 꺼린다. 과거의 향수에 빠져서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토마스와 와이키키는 자의 반 타의 반 호텔 아르테미스를 나오며 삶의 궤도를 틀었다. 

22년 만에 호텔 밖에 나와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을 치료하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토마스

난생 처음 발목잡던 동생없이 본인의 인생을 위한 앞길을 향하는 와이키키

이들의 변화가 성공적인지는 보여지지 않는다. 도전은 늘 앞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에서 규칙은 절대적이다. 그런 아르테미스의 규칙이 깨진 데는 정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전기가 끊긴다는 것은 엄청난 위기이다. 호흡기에 목숨을 의존하고 있는 환자는 전기가 끊어지면 얼마있다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가 물 흘러가듯 진행되는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기 위한 치료제가 아니었을까? 당연 시 규칙을 따르는 삶이 실제 나의 성장에 방해요인이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궁할 때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역의 철학(궁즉변 변즉통 통즉구)을 따라야 함이 담겨 있다.

호텔 아르테미스 우측에 물 민영화 기업인 'clear water' 사옥이 보인다.


#4.


호텔 아르테미스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기대작이었다. 아이언맨3, 미션임파서블로 이름을 날린 드류피어스 감독과 올드보이, 신세계, 아가씨를 만든 정정훈 촬영감독이 제작을 맡아 유명배우들이 총집합했다. 물이라는 요소를 상징화하여 곳곳에 녹인 점은 좋았으나 스토리의 개연성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만들어 내지 못한 점에서 실망이 컸다.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한 실적은 대중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가는 낮은 편이다. 캐스팅된 배우들의 기량을 충분히 뽑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속 숨겨진 메타포를 찾아내는 재미로 보신다면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59%

# 5. 또 다른 재미, 음악이 주는 의미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리워 하는 음악인 California Dreaming(The mamas&papas)이 영화 시작 부분에서 토마스가 이어폰을 끼고 환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아르테미스에서 환자를 치료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고로 죽은 아들과의 추억의 때를 그리워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음악을 통해 아들이 죽은 이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진 토마스의 정신 내면 상태를 제대로 보여준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를 다루고 있어 영화 속 공간 설정과도 들어맞는다.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부른 마마스&파파스 앨범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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