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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방울 Jul 07. 2024

어떤 차를 골라야 할까?


재스민 녹차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누구에게는 그렇게 향기롭게 느껴진다는 재스민 꽃의 특이한 향이 별로 맞지 않아서이다. 처음 재스민 녹차를 마신 곳은 딤섬 레스토랑이었다. 홍콩의 대중적인 딤섬 레스토랑에 가서 티를 주문하면 묻지도 않고 재스민 녹차를 주곤 했다. 그래서 딤섬에는 으레 재스민 녹차를 마시는 줄 알았다. 재스민 향이 강하게 나고 오랜 시간 찻주전자에서 우러나서 씁쓸하고 떫은맛이 나던 녹차는 결코 맛있다고 할만한 차가 아니었다. 그냥 여러 음식을 먹는 중간중간에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코로나의 기세가 꺾여가던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딤섬을 먹으러 갔다. 세트 메뉴여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던 데다가, 음식보다는 코로나 이후 처음 만나는 친구와의 시간이 더 중요해서 주문은 사실 뒷전이었다. 차를 가져온 웨이터를 보니 갑자기 세트 메뉴에 어떤 차가 나오는지 묻지도 않은 게 생각났다. 혹시 재스만 녹차면 어떻게 하지? 완전 주문 실수다…….


“기문 홍차입니다.” 차를 따라주며 웨이터가 말했다.

“오~”


마침 친구도 나도 기문 홍차의 매력을 알아가던 차라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처음으로 딤섬에 기문 홍차를 곁들여 마시게 되었는데 샤오롱바오나 쇼마이와의 조화가 꽤 좋았다. 이제 딤섬을 먹을 때는 꼭 기문 홍차를 주문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음식과 차도 잘 맞는 궁합이 따로 있다. 

대만의 차 전문가가 쓴 <티 소믈리에>는 전 세계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면서 그곳의 요리와 저자가 고른 다양한 차를 페어링 하는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본인이 직접 가져간 보이차를 포함해 대부분 대만과 중국의 차와 음식을 페어링 한다. 저자는 음식과 차가 어떻게 어울리는지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기보다는 상상력을 더해 아리송하고 살짝 뜬구름 잡듯 묘사한다. 화려한 음식 사진을 보면서 저자가 쓴 음식과 차 맛에 대한 감상을 읽으면 도대체 어떻게 어울린다는 것인지 더욱 호기심이 커진다. 


<티 소믈리에>에서는 양념이 강한 요리의 영향을 완화시키려면 안계철관음을 곁들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선회는 녹차라면 대부분 괜찮은 페어링이 되지만, 연어회는 동정우롱이 녹차보다 좋다고 한다. 딤섬은 대만의 우롱차를 추천한다. 서양의 단 디저트에는 정산소종이나 보이차가 어울린다고 한다. 지나치게 강한 단맛을 없애 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주기 때문이다. 화이트 초콜릿에는 난초향의 우롱차를, 말린 살구나 무화과에는 용정차를 추천한다.






한편, 프랑스의 티브랜드인 팔레데떼의 창업자가 쓴 <티는 어렵지 않아>는 기본적으로 녹차는 생선요리에, 홍차는 고기요리에 어울린다고 말해준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오리고기 등 대부분의 육류에는 중국 홍차인 운남전홍이 어울린다고 한다. 인도 홍차인 다즐링 세컨드 플러쉬나 아쌈은 송아지, 돼지고기, 닭고기 등에 어울리고, 스리랑카 홍차는 양고기에 어울린다.

 

저자는 대부분의 생선요리에는 일본 녹차를 추천한다. 생선회처럼 날것으로 먹거나 굴이나 대합 같은 조개류는 센차를, 구운 연어나 훈제 생선은 호지차를 추천한다. 신기하게도 가리비는 다즐링 퍼스트 플러쉬를 곁들이는 것이 맛과 향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고 한다. 음식 맛을 살려준다는 관점에서 보면, 생선초밥이나 회를 먹을 때 일본 녹차인 센차를 곁들이면 확실히 그렇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줘서 여러 가지 생선을 먹어도 맛이 섞이지 않아 제대로 맛을 즐기게 해 주기 때문이다.


차를 마실 때 가장 많이 곁들이는 것은 역시 케이크, 쿠키, 초콜릿 같은 디저트류이다. 이왕이면 차와 어울리는 티푸드를 선택하고 싶은데 가끔 정말 안 어울리는 조합이 생기기도 한다. <티는 어렵지 않아>에서는 홍차보다는 우롱차와 재스민 녹차를 여러 가지 디저트에 잘 어울리는 차로 추천한다. 저자의 비법노트를 보면 정말 다양한 조합의 차와 디저트의 페어링이 나온다. 


. 휘낭시에-동정우롱, 금훤우롱, 재스민 녹차

. 과일 케이크-대만 우롱차

. 말린 과일이 들어간 머핀-다즐링 세컨드 플러쉬, 네팔 세컨드 플러쉬

. 레몬타르트-얼그레이

. 과일-백차

. 초콜릿-기문, 죽로, 재스민 녹차, 감귤향베이스의 차 






차도 디저트도 모두 개인의 취향이긴 하지만 가끔은 전문가의 페어링을 참고해서 티타임을 준비해 보면 차와 디저트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어 훨씬 즐거운 티타임이 된다. 나는 다크 초콜릿을 곁들여 얼그레이를 마시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얼그레이는 감귤류 과일인 베르가못 향을 가미한 홍차이다. 팔레데떼 창업자의 추천대로, 나에게 초콜릿과 감귤향베이스 차의 조합은 최고의 페어링을 선사하는 티타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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