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기간이 길어지면서 습도가 무려 100%에 육박하고 무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냉침한 녹차와 홍차는 꼭 준비해 놓는 필수품이 되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밀크티가 당긴다. 한겨울이 되면 계피나 생강 같은 향신료가 가득한 홍차가 생각난다. 추운 계절에는 묵직하고 진한 홍차를 즐기다가 살랑거리는 바람에 걸어 다니기 좋은 봄이 되면 좀 더 가벼운 베이스의 홍차를 마신다.
차를 마신 지 겨우 몇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계절별로 마시고 싶은 차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계절별로 어떤 차를 추천할까? 티브랜드 ‘팔레데떼’의 창업자가 쓴 <티는 어렵지 않아>와 찻집 ‘티에리스’의 주인장이 쓴 <차의 계절>에는 각 계절에 마시기 좋은 차의 종류가 나와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봄에는 어떤 차가 어울릴까?
<티는 어렵지 않아>에서는 짙은 식물향이 나는 차로 깨어나는 자연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봄에 어울리는 차로는 다즐링 퍼스트 플러쉬, 네팔 퍼스트 플러쉬, 중국의 신차, 일본의 이치반차를 추천한다.
<차의 계절>에서는 봄에 마시는 차로 입춘부터 곡우까지 여섯 종류의 차를 소개한다 몸과 마음을 깨워 줄 봄의 새싹으로 만든 산뜻한 차 중심이다. 입춘에는 닐기리, 우수에는 철관음, 경칩에는 누와라엘리야, 춘분에는 사계춘, 청명에는 서호용정, 곡우에는 우전을 권한다.
그렇다면 더운 여름에는 어떤 차가 좋을까?
<티는 어렵지 않아>에서는 여름에 마시는 차로 아이스 녹차, 다즐링 세컨드 플러쉬, 네팔 세컨드 플러쉬 등 시원한 맛의 차를 추천한다.
<차의 계절>은 입하부터 대서까지 각 절기별로 마시면 좋은 차를 소개한다. 여름은 전 세계의 햇차가 많이 나오니까 홍차, 백차, 녹차까지 다양하게 맛보라고 한다. 입하에는 다즐링 퍼스트 플러쉬를, 소만에는 말차를, 망종에는 백호오룡을, 하지에는 백호은침을 추천한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소서에는 정산소종을, 대서에는 교쿠로를 권한다.
더위가 가시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차 맛은 더욱 좋아진다. 가을에 맛있게 마실수 있는 차는 뭘까?
<티는 어렵지 않아>의 저자는 가을에는 깊어 가는 가을의 자연에서 나는 향과 비슷한 차를 마셔보라고 한다. 재스민 펄 녹차, 나무 향이 나는 대만의 우롱차, 가죽이나 카카오향이 나는 기문모봉 등이다.
<차의 계절>에서는 깊고 그윽한 풍미의 홍차가 가을에 제격이라고 한다. 입추에는 다즐링 세컨드 플러쉬, 처서에는 작설, 백로에는 우바, 추분에는 아쌈, 한로에는 일월담 홍옥, 상강에는 무이암차를 추천한다.
추운 겨울에는 어떨까?
<티는 어렵지 않아>에서는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는 차를 고르라고 하면서 홍차나 흑차를 추천한다. 보이차, 운남홍차, 죽로, 향신료향이 가득한 가향차 등이다.
<차의 계절>에서도 역시 추위를 녹여줄 차를 선택하라고 한다. 입동에는 브렉퍼스트 티, 소설에는 기문, 대설에는 다즐링 오텀널, 동지에는 보이숙차, 소한에는 준 치야바리, 대한에는 운남홍차를 추천한다.
날씨에 따라서도 마시고 싶은 차가 달라진다. '맥파이앤타이거'라는 티룸 운영자가 쓴 <우리가 매일 차를 마신다면>에는 날씨별로 어울리는 차를 추천해 준다. 건조하고 맑은 날은 녹차나 백차를 마시면 맛과 향미가 섬세하게 잘 느껴진다고 한다. 묵직하고 흐린 날은 날씨에 눌리지 않고 차의 특색이 잘 나타나는 산화도가 높은 홍차나 보이숙차를 추천한다. 비 오는 날은 훈연향이 나는 홍차나 우롱차처럼 향이 강한 개성 있는 차를 마셔보라고 권한다. 눈이 오는 날에는 펄펄 끓인 물에 우린 백차와 보이숙차를 마셔보라고 한다.
나는 화창한 날에는 녹차나 백차보다는 산뜻한 가향의 홍차를 마시고 싶다. 다즐링 베이스인 얼그레이처럼 가볍고 기분 좋은 홍차를 선택하게 된다. 흐린 날은 좀 진하고 강한 홍차가 당긴다. 비와 와서 처지는 날은 오히려 깔끔하고 고소한 녹차에 달달한 디저트를 곁들여 마시고 싶다. 눈 오는 날에는 밀크티나 향신료 가득한 홍차가 생각난다.
저자들이 추천한 차 중 마셔보지 못한 차도 아직 많다. 하지만 내 입맛과 취향에 따라 계절별로 즐기는 차를 계속 사다 보니 이미 차 곳간은 터져 나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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