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설레임은 오랜만이라서
'어디 계시지..?'
첫 만남인데 약속시간에 15분이나 늦어버린 건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최악이었다.
"죄송해요. 빨리 갈게요!"라는 내 마지막 메시지에
아무 답이 없는 그를 보면서 '화난 건가..'눈치를 살피며
약속 장소에 도착해 매칭남을 찾기 바빴다.
저녁 5시 30분, 조금은 이른 저녁시간인 탓에
매장은 한산했고 남자 혼자 앉은 테이블은 단 하나였다.
본능적으로 저 사람이 내 매칭남인걸 알았다.
그는 처음부터 완벽한 나의 이상형은 아니었다.
안경을 안 쓴다는 소개글과는 달리 처음 본 그는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첫인상은 왠지 모르게 딱딱해 보였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어색해했고
역설적이게도 그 속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가까워졌다.
"애니 좋아하세요?"
"네! 저 애니 좋아해요!"
"어 정말요? 어떤 애니 좋아하세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요!! 인생 영화예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요...? 아 저도 그 영화 좋아해요! 거기 남자 주인공이 누구였죠..?"
"네?!!!!!!!!!! 하울이요.... 하하하하하하!"
"아...! 하하하하하하하하"
누군가 말했다. 소개팅에서 연애 얘기가 나오면 그건 성공의 시그널이라고.
서로의 취향 탐색이 끝난 후 우리는 어느덧 우리의 연애를 상상하고 있었고
우린 곧 사귀겠구나 확신이 들었다.
"아 벌써 10시네요. 이제 가야겠어요."
"그러게요 시간 정말 잘 가네요.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 OO 씨 저희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또... 만날까요...?"
이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이땐 몰랐다.
이 만남을 뒤로 그가 잠수를 타버릴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