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종소리"
종소리는 소리로 다가오지 않는다.
종소리는 울림이 되어 촉감으로 다가온다. 손으로 만져 질듯 등줄기를 타고 전신을 어루마진다. 물결처럼, 파도처럼, 잔잔히 스며든다. 손가락 마디 마디 경건함을 불러온다.
따스한 가을볕이 성당 창문에 부딪친다.
쏟아지는 가을 햇볕이 성당 창문에 그려진 원색들에 호흡을 넣어준다. 그제서야 색들이 살아 숨을 쉰다. 호흡으로 생기가 돋고 색이 살아 숨쉰다. 미사예식 종소리가 파고처럼 묵직함으로 가라 앉는다. 의식속으로 헤집고 들어온다.
"뗑"
언어로 그려 질수 없다.
말로도 글로도 설명할수가 없다. 필력이 다하지 못한 그곳에 마음을 담아주는 그릇이 있다. 종소리는 그릇이 되어 내게로 온다. 내려 놓게 해준다. 받아줄 빈 그릇이 되어 존재로써 다가온다.
깊은곳을 두두린다. 부드럽게 달콤하게 자장 자장 귓가에 스며든다. 움켜 잡고 있는 힘을 놓게 해주는 종소리가 내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빈그릇이 되어 버린 마음밭에 가을볕이 들어온다. 가을색이 마음밭으로 온전히 내려 앉는다.
"뗑엥"
"산사 풍경소리"
깊어져 가는 가을 산사에 풍경 소리가 들려온다.
바람이 부는데로 흔들리면서 제몸을 맡긴다. 바람에 저항하지 않는다. 힘을 빼곤 바람결에 몸을 맡길때라야 낭낭한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바람부는데로 흔들릴 때라야 종소리가 은은해진다.다 내맡기고 살아야 됨을 늙은 풍경은 알고 있는듯 바람에 뻐대지 않는다. 파랗게 녹슨 풍경이 만들어내는 울림은 아름다웠다. 산사 처마끝에 풍경이 창연하게 흔들린다. 흔들림은 멈춰섰다가도 이내 또 흔들린다. 가을볕에 쉬어 가다가도 변덕 많은 산바람을 종일 토록 받아낸다. 가을산은 산정상 부터 내려 앉는다. 가을볕이 따스하다. 산사로 찾아 드는 걸음거리는 어느새 풍경소리에 멈춰선다. 누군가 부른듯 처마끝으로 시선을 두른다. 산사 풍경 소리는
성당에서 듣는 종소리와는 같은듯 다르다. 그 다름은 안과 밖의 경계를 오가듯 이어져 있다. 풍경소리의 울림은 산향기에 얻혀서 오감으로 다가온다.
풍경소리에 흙내음이, 풀향기가, 물소리, 바람소리가 숨어 있다. 모두 담겨 실려온다. 그 하나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
듣노라면 산뜻하고 싱싱하고 맛스럽다. 촉감으로 만져지는 다가섬이 같을지 모른다. 어찌보면 모든 종소리는 다가섬 이다. 종소리는 멀어져 가지만 어느새 빈그릇 하나 마음밭에 던져져 있다. 무엇이든 담겨질만한 빈 공간이 뎅그란히 남겨있다. 일상이 물러난 그곳으로 가을볕이 들어오고 산향기가 들어오고 보이지 않은것들이 존재로서 다가온다. 냄새가 잊혀진 시간을 가져다 준다. 종소리는 잊혀진 것들을 소환해 온다.
"학교 종소리"
주변 초등학교에서 종소리가 들려온다. 교문 밖에서 듣는 종소리가 정겹다. 하얀 운동장을 가로질러 소리가 튕겨 오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성소리 뜀박질 소리에 묻혀 온다.
따가운 가을볕이 아이들의 까만 뒷통수로 내려 앉는다. 점심시간 운동장으로 뛰어 나온 아이들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파도처럼 너울댄다. 코로나로 갇혀 있던 아이들의 감성이 폭발한듯 운동장 놀이기구에 매달려 땀을 흘린다.
"뗑 뗑 "
일상에서 듣게되는 종소리는 무언가를 하게 한다. 움직이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 산사에서 듣는 풍경소리와 성당 미사에서 듣는 종소리와는 그 궤를 달리한다. 모든것을 놓게 하는 종소리가 있는 반면 모든것을 하게 하는 종소리가 있다.
취하고 버리는 것이 삶인듯 하다.
마음밭을 일궈주고 품어주는 종소리가 곁에 있어 여기까지 편안히 온듯하다.
나를 키워준 종소리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