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걷는법
걷는법을 배운다.
첫 걸음마를 내딛는 아이의 뒤뚱거림은 기쁨과 환호가 숨어 있다. 긴 인생살이 첫 발을 내딛은 아이의 걸음이 마냥 순탄 하기를 바래본다. 아이는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본데로 들은데로 세상이 가르쳐준 모든것을 잡으려 달려든다. 까만 눈동자 속으로 사람과 사물이 들어온다. 아이는 쓰러 졌다가 일어서고 걷다가 뛰기 시작한다. 걷는법을 배워 나간다. 엄마는 두팔을 벌려 두 걸음 앞에서 아이를 부른다. 아이는 그 먼 거리를 엄마 눈동자와 목소리를 쫒아 조심스럽게 한발작 움직인다. 아이는 망설임이 없다. 태어나 걷기까지는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돌아야 하는 공전주기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구상 어떤 동물 보다도 더디고 느리게 천천히 성장한다. 걷는법을 익힌 아이는 왕성해지는 호기심에 힘입어 거침없는 걷기에 돌입한다.
조용하고 순하기만한 발걸음 소리는 꽃망울을 닮아 있다.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세상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청년의 걷는법
앞만 보고 걸어간다.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주변을 드려다볼 여유가 없다. 뛰어간다. 가진힘을 다해 뜀박질을 한다. 걷는다는것을 잊은체 걸얼던 힘에 떠밀려 걸어간다. 어찌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발걸음 소리에 묻어 나는것이 없다. 숨이 헐떡 거릴때라야 걷는 속도를 조절한다. 내가 걸아가는 방향이 어디인지 모른다. 대류속에 몸을 맡긴다. 내인생에 방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금 늦어 알게 된다. 방향 만큼이나 걷는 속도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걷고 나서야 알게 된다. 늦었음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걷다보면 의미는 찾아 오기에, 걷는다. 걷다가 지치면 쉬어 갈줄 안다. 그 걸음에 내일이 있다. 힘듦을 잊은 걸음이다. 마냥 신이난 걸음이다. 주저함이 없는 걸음이다. 왼발과 오른발의 내디딤이 일정하다. 걸음과 걸음사이에 걱정이 없다. 가야할 바를 알기에 지체함도 없다. 갈때와 올때를 알기에 신중함도 묻어 있다. 걷는다는것이 생에 전부인줄 안다. 계속 걸을수 있을꺼라 생각한다.걸을수 있다는것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 걷는다는것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오직 아는거란곤 상대방의 걷는속도만 의식한체 그것보다 한보 빠르게 걷는다는것에 위로 받으려 한다.
걷는법을 스스로 익힌줄 안다. 걷는법을 잃어 버릴줄 모른체 생활한다. 걸음걸이에 겸손함이 묻어나지 못한다. 왕성함만이 묻어난다.
걸음 걸이 사이 사이 그들에게 배려란 없다.
오직 생존만 있다.
노년의 걷는법
아버지는 구순을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와 몇주전 치과를 다녀왔다. 아버지는 차에 오르고 내릴때나 계단을 오를때 많이 힘들어했다. 힘이 다한 노년의 걸음걸이는 정처없다. 신발 뒷창이 남아나지 않는다. 바닥으로 내려앉는 무릎 관절이 힘을 쓰지 못한다. 걷기와 걷기 사이가 길어진다. 왼발과 오른발 사이가 이어지지 못한체 뚝뚝 끊어진다. 아들의 팔에 의지한체 계단을 오른다. 의지할 팔이 없으면 지팡이에 상반신을 의지하거나 보행기에 몸을 의탁해 걸어 나간다. 걸음걸이에 세월이 묻어 있다. 지난한 삶을 버텨온 회한이 뚝뚝 끊긴 발자국 소리에 담겨 있다. 한발짝 디딤을 내디딜 때마다 얼마나 더 걸을수 있을까를 생각나게 하는 걸음이다.
걸음 걸이 사이 사이 겸손함이 베어 났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를 배려 했다. 왼발의 속도를 오른발이 기다려 주었다. 내딛고 더 빨리 따라오라 부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주었다. 걷는다는것에 행복해 했다.
걷는법을 잃어 버린 노년의 걸음은 아이의 걸음과 닮아 있었다. 걷는법을 잊은 노년의 걸음이 아름 다웠다. 느림보 걸음으로 삶을 이어 나간다. 서두르지 않았고 급하지도 않은 걸음걸이에 애잔함이 베어 있다.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늘에 만족하며 걸어간다.
아버지의 쳐진 어깨 만큼이나 아버지의 걷는법은 살아온 삶 전체를 질머지고 있다.
치매로 기억은 잃을순 있어도
걷는겁을 잃치는 않는다.
오늘도 우리는 걷는다.
내딛는 걸음 걸이에, 발자국 소리에, 걷기와 걷기사이에, 생애 모든 걷는법에,
삶의 궤적을 질머지고 베어 있는 향기처럼
숨길수 없는 뒷모습 처럼
모든것을 품고 있는 걷는법은
또 다른 나 이기에 ᆢ
오늘도 나는 걷는다.
걷는법 .. 그건 또 하나의 DNA 이다.
걷는것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