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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 가는 길

by 둥이

강릉으로 가는 길은 산들의 길이였다

산 뒤로 산이 끝없이 포개져 있었다


그곳의 산과 산은 닿아 있었다


산과 산은 닿고, 끊어지기를 질서 없이 반복해 갔다 산등성 뒤로 겹이 겹이 작아지는 푸른 산들이 뒤따랐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검은 녹색의 수목은 풍경이 멀어질수록 연푸른 색을 토해냈다


강릉 경포대 ᆢ



바다 향기가 바람에 묻어 날아왔다 바다는 멀고 깊은 곳에서 향기를 실어냈다 바다는 넘실넘실 일렁이며 허연 거품을 낳았다 햇볕을 받아 마신 바닷물은 투명했다 햇볕 그림자가 와 파도 그림자가 만나 바다는 온종일 반짝이며 출렁였다


쏟아지는 햇볕을 담지 못한 바다는 반짝이며 튕겨냈고 바다 위에 머금지 못한 햇볕은 습한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바다가 만들어내는 소리와 풍경은 하나로 어우러져 지금을 잊게 해 주었다



먼 곳의 풍경이 가까운 곳의 풍경을 앞질러 다가왔다 마음과 생각이 천천히 몸을 잊혀 갈 때 편안함이 찾아왔다


휴가 다 ᆢᆢ



휴가 짐 가방 한편에 책 두 권을 챙겨 넣었다 어디를 가게 되든 제일 먼저 챙기는 건 읽을만한 책 몇 권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졌다



막힌 도로에서 쌓였던 감정이 바닷바람에 씻겨 날아갔다 아이들은 모래 위에 성을 쌓고 파도 거품으로 몸을 적셨다 소금 알갱이가 파도 거품 위로 솟구쳐 올라왔다 거품 위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스며들었다


"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나요


" 아 죄송합니다 주문받으시는 분이 화장실 가셨네요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끼니만큼은 맛난 걸로 제대로 챙겨 먹으려 주변 맛집을 검색해서 미리 여행 기간 매 끼니를 계획하고 오던 차였다 식사 도중 추가 주문이 필요했다 허기도 지고 배도 고팠었나 보다 이십여 분 기다리다 주문받는 카운터 직원이 자리를 비웠다며 주문을 받지 않아서 식사가 끊어지게 되었다 ᆢ


" 다른 직원분이 주문받으시면 안 되는 건가요?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서요 "


표정을 누르고 웃음기 있는 얼굴로 이야기했다



" 아 그럼 먼저 주문하신 거 드리고요 계산은 있다가 같이 할게요 "



카운터 담당 직원이 아니었던지 한쪽 편에서 달려온 다른 직원이 말을 받으면서 당황해했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조금은 내 생각만 한듯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표정으로 올라오는 감정을 또 눌렀다



삼십여 분 후에 카운터로 계산하러 갔다 카운터 담당 직원인듯한 분이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 화장실 잘 다녀오셨어요 "


웃으며 던진 몇 마디의 말에 카운터 직원분은 활짝 웃으며 이야기한다


" 죄송합니다 제가 본동에 일이 있어서 급하게 다녀오느라 주문이 밀렸었네요 다른 분들은 아르바이트 분들이라서 계산법을 잘 모르시거든요



..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가지 음료 무료로 계산해 드리겠습니다 "




" 아이코 아니에요 그것도 모르고 아르바이트 직원분께 빨리 달라고 보챘는걸요 "




" 들었어요 알바 직원분들이 말하던데요 저기 앞에 계신 분은 오래 기다리기도 했는데 기다린 후에도 친절하게 요청했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


영수증 드릴까요라며 웃으며 이야기하는 카운터 직원분의 미소가 반짝거렸다 내 마음을 아는 걸까!! 들킬까 서둘러 돌아서야만 했다



한마디의 힘이란!! 놀라웠다



한마디의 호의는 관계와 관계를 연결해 주었다 끊어지지 않고 닿아있는 산과 바다처럼 ᆢ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닿아 있는 산과 산은 바다로 치닫고 나서야 산맥의 호흡을 멈춰 선다


바다와 바다는 맞닿은 채 강과 닿으며 산과 강물을 담아낸다 서로가 서로를 내치지 못한 체 회귀하며 돌아가고 멈춰 서지 않음으로 만물을 소생시킨다


사람과 사람이 닿아 있으려면 ᆢ따뜻한 한마디 인사로 다가감이 필요했다 사람을 살게 하고 웃게 하고 연대하게 하는 힘은 내가 너에게 건네는 말 ᆢ그 말 한마디로 시작한다 한마디의 말은 호의로 연결돼 우리를 살게 해 줄 것이다


강릉 바다는 달을 품듯이 젊음을 품어냈다


십 대의 풋풋함 이십 대의 청순함 ᆢ


퍼덕대는 싱싱한 모든 젊음이 강릉 바다를 적시고 있었다 ᆢ그들 곁을 걷는 것만으로 혈기가 돋는듯했다 그 옆으로는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 온 가족이 산책하며 강릉 바다를 걷는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폭죽이 소리 내며 웃고 있다



이런저런 모든 풍경이 아름다웠다



강릉 바다가 품어 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강릉 바다에 먼 곳의 기억들이 자욱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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