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걸어 놓은 빨래들이 봄 햇살을 들이마셔 개기 좋은 옷감으로 변해 있을 때 ᆢ
그런 옷감들이 촥 촥 앞과 끝이 단정하게 개어졌을 때 ᆢ 잘 마른 옷감 위로 올라오는 거친 질감들이 손마디 끝으로 튕겨졌을 때 ᆢ잘 마른 옷감에서 풍겨 나는 푸릇한 비린내가 거실에 가득 찰 때 ᆢ 퍼드덕 퍼드덕 옷감들의 잔주름이 날아가는 소리를 들을 때 ᆢ아이들의 까만 양말이 검은색을 토해 냈을 때 ᆢ달그락달그락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달팽이관을 간지럽힐 때 ᆢ ᆢ 뭉툭한 두 손으로 야무지게 손빨래를 해나갈 때ᆢ그때 오른손과 왼손이 만들어 내는 천상의 소리들과 만날 때 ᆢ물소리 거품 올라오는 소리 거품 꺼지는 소리 거품과 물이 섞이는 소리 ᆢ 냇가에서 들려오는 빨래하는 소리가 불현듯 찾아왔을 때 ᆢ 빨래 방망이가 찰지게 만들어 냈던 중독성 강한 중저음과 고된 노동이 목울대로 올라왔을 때, 그런 푸른 기억이 스멀거리며 피어났을 때 ᆢ
예쁘게 개어진 수건들을 서랍 속에 세로줄로 정리할 때 ᆢ 겉옷과 속옷이, 검은색과 흰색이, 양말과 속옷이, 손세탁과 세탁이, 손수건과 발수건이, 청바지와 면바지가 섞이지 않고 잘 구분돼서 빨래했을 때 ᆢ 얕은 바람 불던 날 빨랫줄에 걸려있는 색색들의 옷깃들이 춤을 추고 있을 때ᆢ 그 위에 올라앉은 잠자리 떼들이 군무를 추고 있을 때 ᆢ 그 모습이 오케스트라 현악기 연줄처럼 단아하게 출령이었을 때 ᆢ
바사삭 부서질 것처럼 말라 버린 빨래들을, 네모난 두부처럼 단정하게 개어 놓았을 때 ᆢ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노트 공책을 탐닉하며 사는 내 모습을 볼 때..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파란 하늘, 파란 바다, 푸른 산등성, 엷은 푸른색의 하늘,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는 풍경 그 풍경색 배경색이 되는 그 푸른색을 멍 때리며 쳐다볼 때.. 생각 없는 생각을 하며 생각이 없는 그 자리에 아무 생각도 들어가지 못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공간을 바라다보고 있는 생각 없는 아(我)를 응시하고 있을 때.. 나는 내가 아니며 내 생각도 내가 아니며 내 것 에서 움튼 생각을 생각하며 그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 생각이 나일까 회의하는 나를 바라볼 때 그때 아(我)는 실존으로 다가와 줄까 하는 생각을 할 때.. 그래 결국 공(空) 이였구나라고 생각 하고 어떻게 비울까 어떻게 채울까 가 아닌 어떻게 비울까를 고민하고 있는 아(我)를 의식 저쪽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존재가 실존적 자아 일까 비우면 만날 수 있을까 그래서 어떻게 비워야 할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만 할 때, 그 생각 이전으로 돌아가서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을 때 바로 그때...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지금 내 속의 아(我)는 그러고 있는 듯하다.... 자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한번 된다라고 생각할 때... 그렇지 이게 바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였지라고 생각할 때, 적어도 나의 무지를 아(我 )가 알고 있고 앎이란 내가 무지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명제라는 걸.. 그 중력의 뻘에서 허우적거리는 피아(彼我)를 3인칭으로 바라볼 때....
난 행복하다
그렇게
습기 먹은 오후가,
관계로 얽힌 하루가,
묵혀 놨던 감정이,
차오르던 절망이,
이유 없는 불안이,
지루 했던 장마가,
마음속 켠켠이 쌓였던 먼지가
사라져 갈 때 ᆢ
번져 오는 행복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