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이야기
작은 키에 크지 않은 체구 멋짓게 빗어 넘긴 헤어 스타일, 재미난 이야기를 잘해 주셨던 막내 외삼촌이 맏이였던 엄마 옆으로 이사온건 내가 초등학교 입학 하기도 전 해였다 여섯일곱 살의 기억 이어서 또렷하지는 않지만 결혼 배우자 일거라 여겼던 키가 큰 여자와 같이 찾아와 인사를 드렸었고 그 당시 넉넉지 않은 집 한편에 두 분은 살림을 차리셨다 항상 유머가 넘치셨던 외삼촌은 손재주가 좋아서 아버지와 목수일을 몇 해 다니셨다 그 당시 외만 한 집안 살림도 모두 두 분의 손을 걸쳐서 완성이 되었다 창틀 문짝 식탁 의자 나무로 만들어진 대부분이 삼촌과 아버지의 대폐소리와 톱질 망치질 몇 번에 뚝딱 완성되곤 했었다 그렇게 몇 해를 살고 늘어난 식구들의 새 터전을 냇가옆 양지편 너머에 새로 짓고 이사를 하셨다 지금 생각햬도 그 집은 그 당시 동네에서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잘 지은 집이었고 우리들은 매일 외삼촌 집으로 놀러 갔었다
아이들 걸음으로도 십여 분체 걸리지 않았던 가까운 거리였었고 동생들과 노는 것이 좋아서 자주 외삼촌집을 들락 거렸다 외숙모와 외삼촌은 항상 재미난 이야기와 농담으로 우리를 반겨 주셨었고 끼니를 잊을랴 챙겨 주셨었다 외삼촌이 즐겨 듣던 노래들은 지금도 가끔 술 한잔에 들려 나오고 라디오에서 듣기라도 하는 날엔 외삼촌이 더 많 생각이 난다 얼마 안 있어 조암 큰 외삼촌 댁에 계셨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막내 외삼촌 댁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외가댁은 서해 바닷가 근처 조암리였다 여름 방학 때면 시내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서 힘들게 조암리 큰 외삼촌 댁으로 놀러 갔었다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 이었음에도 조카들한테는 끔찍이 유난을 떨 만큼 잘해주셨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장녀였던 엄마는 남동생을 네 명 두었고 엄마 곁에서 엄마와 늘그막에 정을 늦게까지 나누셨던 분이 막내 삼촌이었다
군 제대 후 복학하기 전까지 난 외삼촌을 따라 육 개월여를 일산 신도시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먹고 자며 일을 한 적이 있다 미장 기술자였던 외삼촌은 일손이 빨라 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잘 짓이겨 그 속도에 맞춰 대어 주는 일은 고된 일이었다 이삼일 만에 열손가락 마디마디 물집이 잡혔고 뼈마디 팔다리 근육이 욱신거렸다
하루 일당 오만 원은 고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링거였다 일한 후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일당 계산은 내일의 수고를 버티게 해 주었고 찬바람이 불게 될 때쯤 그만두었다 그 당시 삼촌은 살뜰하게 나를 챙겨 주었다
자주색 르망 자동차를 좋아하셨던 외삼촌은 고만 고만한 차 중에서 르망자동차가 가진 미적 자신감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결혼 후 집에 들를 때면 난 잊지 않고 삼촌댁에 인사를 갔었다 거동하기 불편한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자주 누님 집에 들러 늙은 매형 농사짓는 것도 도와주시고 토닥토닥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엄마도 그런 삼촌을 많이 챙기셨던 터였다 늙어 갈수록 외삼촌과 엄마는 분간이 안될 정도로 닮아 갔다 얼핏 자매라 해도 믿을 정도로 웃는 모습과 주끼는 시늉은 누가 모래도 한 뱃속 초석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몇 년 후에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셨고 후두암 판정을 받으셨다 큰 딸네서 병치레를 하다가 몇 달을 남기고는 다시 집으로 그렇게 몇 달을 더 버티신 것 같다 내가 병원을 찾은 건 임종 몇 주 전이었다 좋던 혈색도 머리숱도 목소리도 모든 게 나빠질 데로 나빠져 있었고 핸드폰 글씨로 서로의 안부를 묻기만 했다 힘들게 가진 것을 알기에 늘 아이들 안부먼저 물어 주셨다
"애기 잘 크지 그래 잘 키워 그래 그래 "
삼촌이 내게 해준 마지막 말이다 그렇게 병원을 다녀온 며칠 후 호성이 한테 연락이 왔었다
더운 여름 끝자락 이었을까
화장터 모니터에 올라온 삼촌이름과 소각중 이란 반짝이는 글씨를 보고서야 참았던 눈물이 났다 나에게 늘 따스하게만 대해줬던 막내 외삼촌ᆢ내 유년의 시간을 가득 채운 삼촌과의 기억들이 자주 불쑥불쑥 찾아온다
"야 노랑머리 넌 머래가 왜 노랗니"
내 동생 기삼이를 보며 늘 올려준던 이야기
"야 넌 밥 먹으면 머리로 넘어가지 "
유독 머리가 컸던 내게 밥 먹은 게 어디로 가냐고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웃으시던 외삼촌
"야 이 허당 뭐가 전영록이야 "
형과 누나에게도 별명과 농담을 만날 때마다 던져 주셨던 외삼촌 ᆢᆢ
일 년에 몇 번 날씨가 더워질 때쯤이면 외삼촌 생각이 난다 왔다가는 금방 가곤 한다
보고 싶네요 외삼촌!!!
좋은 곳에서 편하게 지내고 계신 거죠!!!